[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화물 전기차가 올해 국내 전기차 시장의 대세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승용 부문의 판매 감소세를 메꾸며, 둔화된 시장 내 활력을 불어넣고 있어서다. 특히 견고한 상용차 수요와 더불어 우수한 경제성, 1800만 원에 이르는 정부 보조금을 통해 초기 구매부담을 낮춘 만큼 그 성장 전망을 더욱 밝히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완성차 업체들이 올해 4월까지 내수시장에서 판매한 전기차 누계 대수는 1만161대로 집계, 전년 동기간 대비 4.4% 증가했다. 이같은 성장세는 승용 전기차 판매량이 36.1% 감소한 6221대에 그쳤음에도 불구하고, 화물 전기차가 3940대의 순증 판매량을 올리며 실적을 견인한 덕분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승용 전기차 부문의 위축은 두드러졌다. 볼륨 모델로 꼽히는 코나EV와 니로EV가 판매 감소세를 기록한 것. 코나EV는 1~4월 판매량이 전년 동기간 대비 36.2% 떨어진 2871대를 기록했고, 니로EV도 반토막난 1211대에 그쳤다.
이 외 쏘울EV도 지난해 반짝했던 신차 효과가 소멸되며 올해는 86.9% 하락한 98대 판매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르노삼성의 전기 세단 SM3 Z.E.는 대대적인 프로모션에 힘입어 판매량이 61.9% 증가한 319대를 기록했다. 다만 판매 비중이 높지 않은 모델로, 전기차 시장의 판매량을 끌어올리지는 못했다.
이에 반해 올해부터 본격적인 판매가 이뤄진 화물 전기차는 단숨에 시장 주류로 부상했다. 대표 모델인 포터EV(포터2 일렉트릭)와 봉고EV(봉고3 EV)가 올해 4월까지 각각 2684대, 1256대가 판매되며 시장 안착을 이룬 것이다. 전기차 내수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8.8%에 달하는 데, 다시 말해 올해 팔린 국산 전기차 10대 중 4대는 화물 전기차가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 모델들은 1800만 원에 달하는 국고보조금 지원과 더불어 연간 1만5000km 주행 시 연료비 50% 절감 효과 등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상용 수요를 흡수해 나가고 있다. 포터와 봉고는 각각 월 평균 8000대, 5000대에 이르는 견고한 수요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잠재 수요도 충분하다는 평가다.
다만 2개 소형 상용 차종을 제외한 7개 전기차의 누계 판매량이 36.1% 줄어든 6221대에 그쳤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승용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꺾였음은 물론, 사실상 화물 전기차의 판매 부양없이는 시장 확대를 기대키 어려워졌음을 방증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지난 2018년까지만 하더라도 최대 1200만 원이 주어졌던 승용 전기차 기준 정부 보조금이 올해 들어서는 820만 원으로 줄어든 데 있다. 보조금 차등 폭 역시 가중 연비와 거리에 따라 최대 215만 원까지 벌어지는 등 실질적 혜택이 줄어들면서 소비자 유입 역시 더뎌졌다.
여기에 내년 현대기아차, 제네시스가 출시할 예정인 전기차 신규 모델들과 쌍용차의 코란도 기반 전기차 모델이 나오기까지는 모델 노후화에 따른 열세도 무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같은 맥락으로 국산 전기차 모델들은 해외 전기차 모델들과의 경쟁에서도 밀리는 형국이다. 올해 4월 누계 기준 수입 전기차 모델들은 4264대가 팔리며 내수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도 친환경차 트렌드 속 전기차만이 고전하는 원인으로 보조금 축소와 신차 부재를 꼽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전기차 시장이 전년 대비 보조금 축소로 인한 부진을 겪고 있는데다 쏘렌토와 K5 등 신차 기반 하이브리드 모델들의 판매 증가, 넥쏘로 대변되는 수소전기차에 대한 인식 제고와 인프라 조성 등에 속도가 붙으며 경쟁 열위에 처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승용 전기차 모델들은 그 수요가 다소 한정적인 만큼, 상품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단정짓기는 어렵다"며 "또한 상용전기차의 신차 효과와 더불어 전기차·수소차에 대한 개별소비세 감면 조치가 연말까지 연장되면서 향후 반등 여력이 높아진 점은 고무적"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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