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지대 제주를 가다 後] 제주도의 성공과 ‘서울 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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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지대 제주를 가다 後] 제주도의 성공과 ‘서울 공화국’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0.06.01 20: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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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에 대한 낮은 관심…제주도 방역 성공 계기로 조금이나마 개선되길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제주도는 철저한 준비로 성공적인 방역을 이뤄냈음에도, 언론의 관심은 받지 못했다. ⓒ시사오늘
제주도는 철저한 준비로 성공적인 방역을 이뤄냈음에도, 언론의 관심은 받지 못했다. ⓒ시사오늘

전국 최소. <시사오늘>이 제주도를 찾은 이유는 이 하나의 기록 때문이었습니다. 온 나라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와중에, 어떻게 국제적 관광도시인 제주도가 이 폭풍을 피해가고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의문이 풀리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제주도는 특별했습니다. 저는 코로나19가 유행한 후에도 업무상 이유로, 또 사적인 이유로 여러 공항을 방문할 일이 있었는데, 제주도처럼 공항에서부터 이중 삼중으로 방어벽을 친 곳은 처음이었습니다.

비행기가 제주도 근처에 접근하면, 기내에서는 ‘제주도에서 지켜야 할 안전수칙’ 방송이 흘러나왔습니다. 조심하라는 내용뿐만 아니라, 행여나 의심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한다는 안내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비행기에서 내리면, 열감지기가 승객들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물론 이것은 모든 공항에서 다 실시하고 있는 정책이지만, 제주도는 한 발 더 나아갔습니다. 의료진이 통로 옆에 대기하고 있다가, 열이 조금이라도 높으면 더 구체적인 검진을 시행했습니다.

두 번째 검사에서도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으면 공항에서 곧바로 코로나19 검사를 받게 했습니다. 공항에서부터 아예 의심 환자의 동선을 분리해버린 겁니다. 제주도의 성공적인 코로나19 방역 뒤에는 이렇게 치밀하고 섬세한 정책이 숨어 있었습니다.

‘방역 최종 책임자’라고 할 수 있는 원희룡 제주도지사와의 인터뷰에서는 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원 지사는 공항에서의 발열검사도 제주도에서 가장 먼저 도입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밖에도 제주도에서 최초로 시행해 전국으로 퍼진 정책은 서너 가지나 더 있었습니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이 관계자를 고발하는 등 여러모로 시끌벅적했던 ‘신천지 교도 전수조사’도 제주도는 신속히, 그리고 조용히 끝냈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습니다. 제주도는 신천지 관계자들의 협조 하에(자세한 내용은 [풀인터뷰] 원희룡 “보수, 시장만능주의만 외치면 백전백패” - http://www.sisa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3618 참조) 신천지 교도 전원을 검사장으로 보냈습니다. 오히려 ‘너무 잘 처리했기에’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사례입니다.

그럼에도 제주도가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던 건, 아마도 ‘제주도였기 때문’일 겁니다. ‘서울 공화국’ 대한민국에서, 사람들의 관심은 서울과의 거리에 반비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서울에서 470km 떨어진, 비행기나 배를 타지 않고는 닿을 수조차 없는 제주도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요구는 애당초 무리였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서울에서 멀다는 이유로 철저히 외면 받는 지금의 행태가 과연 옳은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늘 비판하는 ‘서울 공화국’은, 이처럼 사소한 ‘무관심’이 모여 만들어진 것일 테니까요. 아무쪼록 이번 커버스토리로 제주도의 ‘성공 사례’가 널리 알려져, 지방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조금이나마 커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대통령실 출입)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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