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법사위 가져와 발목잡기 막겠다”
野 “법사위는 최소한의 견제 장치”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제21대 국회도 결국 원 구성 법적 시한을 넘겼습니다. 여야가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놓고 양보 없는 줄다리기를 벌이면서, 원 구성 협상이 장기화되고 있기 때문인데요. 여야 모두 법사위원장 자리는 절대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렇다면 법사위가 뭐기에 여야가 여론의 비판을 무릅쓰면서까지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걸까요. 한마디로 요약하면, 법사위는 국회의원이나 정부가 발의한 법이 본회의에 회부되기 전 마지막으로 넘어야 하는 ‘최종 관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회의원이나 정부가 법률안을 발의하면, 그 법안은 우선 해당 상임위원회의 심사를 거치게 됩니다. 예를 들어 A라는 의원이 학교에서 코딩 교육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면, 이 법안은 교육위원회의 심사를 받게 되죠.
하지만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었다고 해서 법안이 바로 본회의로 향하지는 않습니다.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를 거쳐야 합니다. 체계·자구 심사란 해당 법안이 전체적인 법체계와 조화를 이루는지, 또 자구(字句)가 적절한지 등을 심사하는 건데요. 쉽게 말해 ‘법률 전문가’들이 법안을 한 번 더 들여다보고 적절성 여부를 따지겠다는 거죠.
여야가 법사위원장 자리를 놓고 치열한 싸움을 벌이는 건 바로 이런 이유입니다. 법사위원장이 심사권을 남용하면,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이라도 본회의에 들어갈 수 없는 구조니까요. 실제로 제20대 국회에서도 91개 법안이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해 폐기된 바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여당은 문재인 정부를 뒷받침할 ‘개혁 입법’을 위해 법사위원장 자리를 꼭 손에 넣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법사위원장을 야당에 내주면 ‘발목 잡기’에 당할 우려가 있으니, 법사위를 가져와 법안 처리 주도권을 장악하겠다는 거죠.
반면 야당은 법사위가 문재인 정부 견제를 위한 ‘최후의 보루’가 돼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법사위원장 자리마저 여당에 내준다면 103석짜리 야당이 여당을 견제할 방법은 사실상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과거에는 어땠을까요. 제16대 국회까지는 법사위원장을 다수당이 가져갔습니다. 하지만 제17대 국회 때 당시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이 야당인 한나라당에 법사위원장을 양보한 이후, 소수 야당이 법사위원장을 맡는 것이 관행처럼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여당의 말에도 야당의 말에도 모두 일리가 있는 만큼, 법사위원장을 사이에 둔 여야의 갈등은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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