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판이 달라졌다… 野가 2020년 정치판에서 살아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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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판이 달라졌다… 野가 2020년 정치판에서 살아가는 법
  • 윤진석 기자
  • 승인 2020.06.17 1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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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정부1‧2기와 다른 승자독식 세상, 묘수 없는 대여 전략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석 기자]

정부여당이 177석 슈퍼 여당이 되면서 21대 국회는 단독 개원, 단독 처리 모습이다. 김대중 국민의 정부, 노무현 참여정부와 달리 민주정부 3기인 문재인 정부는 당초 청사진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시사오늘(그래픽=김유종)
정부여당이 177석 슈퍼 여당이 되면서 21대 국회는 단독 개원, 단독 처리 모습이다. 김대중 국민의 정부, 노무현 참여정부와 달리 민주정부 3기인 문재인 정부는 당초 청사진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시사오늘(그래픽=김유종)

 

1997년 15대 대선.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는 ‘경제를 살립시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제시했다. 연말 터진 IMF 위기로 국민 최대의 화두는 경제 살리기였다. 대통령이 된 DJ는 취임사에서 경제 재도약과 함께 대화합의 국민의 정부를 선언했다. 그 일환으로 미래 일자리인 IT 시대를 열었다. 독재 정권 당시 DJ를 박해했던 전두환을 사면했다. 김종필 총리 지명을 비롯해 강인덕‧박재규‧이종찬‧김중권 등 보수인사를 내각에 기용하며 당초 약속한 화합의 정치를 실현했다는 평가다.

2002년 16대 대선.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의 캐치프레이즈는 ‘새로운 대한민국’이었다. 노 후보는 낡은 정치인이 아닌 50대의 새로운 지도자가 나서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해야 한다고 했다. 특권층이 아닌 보통 사람들이 리더가 되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했다. 젊은 리더십으로 권위주의적이지 않은 국정 운영, 상식이 통하고 반칙과 특권이 없는 공정한 세상을 열겠다고 했다. 소탈한 탈권위 시대의 리더십으로 평가 받는다.

정부의 공과가 있겠지만 스스로 표방한 주된 청사진의 골자만큼은 두 정부 모두 일관되게 가져갔다는 판단이다. 이에 비춰 문재인 정부는 어떨까. 2017년 19대 대선. 당시 문 후보는 캐치프레이즈로 적폐 청산, 정의로운 통합, 나라를 나라답게 하는 든든한 대통령 등을 시기별로 적절하게 준비했다. 당선 첫 메시지에서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열정으로 뜨겁다”, “국민이 원하는 개혁과 통합을 모두 이루겠다”,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을 열어갈 청사진으로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주창했다.
 
집권 4년차를 맞은 현재 문 대통령은 여전히 높은 지지율을 기록 중에 있다. 지방선거와 총선에서도 모두 대승하며 경이적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하지만 개혁과 통합이라는 당초 제시한 청사진에서 보면 균형감이 떨어진 것처럼 보인다. 

당청 원팀 강조 아래 승자독식의 판을 넓혀나가는 여당의 행보에서도 이 점이 엿보인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은 177석의 슈퍼 여당이 된 뒤 절반의 국회 개원이라는 오명을 뒤로 하고 53년 만에 국회를 단독 개원하며 박병석 21대 국회의장을 선출했다. 지난 15일에는 야당과의 협상이 결렬되자 법사위원장 등 6개 상임위원장직도 단독 선출했다. 통상 원내 2당에게 법사위원장이 주어지는 것이 관행이었지만 이 또한 과감히 깨버렸다. 국민 통합을 하겠다는 약속은 눈을 감고 국론 분열을 방치하는 지금의 슈퍼 여당이 만들어가는 세상은 문민정부 이후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세상인 것만은 분명해 보이는 것이다. 

야당 때는 국회를 멈추고 자주 장외로 나갔던 민주당이었다. 그렇지만 슈퍼 여당이 된 지금은 법정 시한을 지켜 준법국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강력한 입장이다. 야당에 대해서는 발목잡기, 구태로 몰고 청산해야할 적폐로 규정하고 있다. 국민이 거대 의석을 준 것은 공수처 설치 등 애초 계획한 일을 좌고우면 않고 추진하라는 뜻이라며 걸림돌이 있어도 밀어붙이겠다는 논리다. 협치보다는 일방통행을, 상생보다는 양극화식 배제로 상대를 내모는 모습이다. 다수결의 원칙은 강조하면서 더디지만 대화와 타협이라는 민주주의 정신은 자꾸만 소외시키는 것은 아닌지, 단독 처리가 되풀이되는 것은 아닌지, 더 많이 가졌음에도 기득권을 늘리는 승자독식의 판이 굳어지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더욱 우려스럽다는 지적이다.

통합당은 민주당의 단독 처리에 유례없는 의회 폭거라고 항의하고 있다. 보이콧하며 나름의 배수진을 치고 있지만, 슈퍼 여당을 상대하기에는 무기력해 보일 뿐이다. 때문에 판이 달라진 만큼 야당이 슈퍼여당 세상에서 공존하려면 현실성 있게 대여 전략을 바꿔나가야 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관련해 통합당 측 한 관계자는 지난 15일 여당의 국회 단독 처리를 지켜본 후 <시사오늘>과의 대화에서 "지금처럼 여당이 혼자 다 처리할 수 있는 거대 정당인 상황에서는 야당이 물러서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며 “큰 것을 주더라도 절충안을 찾아 작은 이익이라도 취할 수 있는 공생의 방법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반면 연명 수준에 그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면 야당이 야당다울 때 장기적 활로의 묘수가 모색될 수 있다는 관점도 전해진다. 정세운 정치평론가는 16일 대화에서 “지금처럼 한다면 국회 존립의 이유가 없다. 통합당 전원이 의원직 사퇴를 각오할 정도의 결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으로서는 묘수가 보이지 않을 듯하다. 차라리 여당 보다는 대통령의 초심에서 기대를 걸어봐야지 않을까 싶다. 일당만 있고 관제야당이 들러리처럼 있는 것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이제라도 소통과 통합 노력에 대통령이 나서지 않을까 기다려 본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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