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개혁, 21대 총선에서 선거전략으로 검증받아…대선에도 도움될까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한설희 기자]
“민주당이 너무 ‘큰 그림’만 보느라 작은 것들을 놓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지난주 기자와의 만남에서 민주당의 단독개원을 언급하며 우려를 표했다. 그는 민주당의 독단적 원 구성이 가져올 ‘민심 역풍’을 걱정하면서도, 법제사법위원회를 통해 이뤄질 사법개혁에 당이 사활을 건 상태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난 15일 관례상 제1야당 몫이었던 국회 법사위원장을 차지하고 18일 미래통합당 없이 회의를 강행하는 등 일명 ‘법사위 혈투’를 벌이고 있다. 이에 당 일각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당 지도부는 2년 뒤 대선까지 가지고 갈 동력을 ‘사법개혁’으로 꼽은 모양새다.
법사위원장으로 선출된 윤호중 의원은 민주당 내 ‘당권파’ 중에서도 실세로 꼽힌다. 정책위의장, 사무총장 등 당 요직을 역임했던 ‘실세 지도부’를 법사위원장에 배치한 것이다.
여당의 한 관계자는 19일 통화에서 법사위원장 선출 배경과 관련해 “관례상 법관 출신이 아닌 사람이 법사위원장에 오른 경우는 박영선 장관을 제외하면 거의 없다”면서 “공수처법과 검찰개혁에 완전히 힘을 싣겠다는 선전포고”라고 밝혔다. 실제 윤 위원장은 당선 직후 “우리 사회 마지막 개혁 과제 중 하나인 사법부와 검찰의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이어 18일 일방으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여당 소속 위원들은 한 목소리로 ‘한명숙 전 총리 사건’과 관련해 윤석열 검찰총장을 강하게 비난했다. 회의에 출석한 추미애 법무부장관도 “(한 전 총리 사건을) 마치 인권 문제인 것처럼 문제를 변질시켜 감찰부에서 인권감독관실로 이첩한 대검(대검찰청)의 조치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윤 총장을 겨냥했다.
민주당이 이처럼 ‘법사위 혈투’를 하면서까지 검찰개혁에 몰두한 데는 2년 뒤 치러질 대선에 유효한 전략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당은 지난 4·15 총선을 앞두고 이탄희·이수진·최기상 등 ‘판사 출신 3인방’을 영입하면서 총선 내내 ‘사법개혁 완수’를 강조했다. 총선 결과 177석의 ‘슈퍼 여당’이라는 고무적 성과를 얻으면서 사법개혁을 ‘선거 전략’으로 검증받았고, 이를 대선까지 끌고 가려 한다는 분석이다.
야권의 한 법조 관계자는 이달 초 통화에서 “선거에서 이기려면 공격할 대상, 즉 내부 결속을 다지고 중도를 설득할 만한 ‘공공의 적’이 필요하다”면서 “보통 야당은 정부여당을, 여당은 야당을 공격하지만 지금처럼 민주당이 연승을 한 상황에서 ‘야당 탓’만을 하기엔 쉽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래서 민주당이 다시 ‘공공의 적’으로 윤석열(검찰)을 삼은 것”이라면서 “협치라곤 없이 조국 구하기에 매몰된 민주당에게 사법개혁에 대한 진정성이 있다고 보진 않는다. 정략적 접근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지난 10일 국민의당 세미나에서 “(여당이 주장하는) 지금의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은 원래 추구했던 의도를 180도 뒤집어서 우리 편을 위해 봉사하라는 프로젝트로 변질된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한편 앞선 민주당 당직자는 “현재 원 구성 과정이 국민에게 너무 오만하게 비추지 않는가 하는 우려도 든다. 우리 국민들은 '잘한다 잘한다' 박수치다가도 조금만 삐끗하면 '안되겠네'하며 야당에게 표를 주지 않느냐”면서 “열린우리당 때처럼 인기는 언제든 급락할 수 있다. 지금은 몸보신할 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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