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머스펀드 판매 과정 속…배어 있는 ‘라임’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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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티머스펀드 판매 과정 속…배어 있는 ‘라임’의 향기
  • 정우교 기자
  • 승인 2020.07.0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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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망하기 전엔”…안전성만 강조한 부실한 설명 
“걱정 말라”, “우리도 사기를 당했다”…안일한 대처 지속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정우교 기자]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옵티머스자산운용 본사 ©시사오늘 정우교 기자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옵티머스자산운용 본사 ©시사오늘 정우교 기자

옵티머스자산운용 환매중단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펀드의 가입 과정이 부실했다는 투자자들의 증언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펀드의 안전성만을 강조한 채 제대로 된 설명이 없었다는 주장과 함께, 사태 이후에도 판매사들은 구체적인 대책 없이 '걱정 말라'거나 '우리도 피해자'라는 식의 발언이 계속됐다는 것이다. 이같은 대처는 이른바 '라임사태'에서도 불거졌던 판매 과정의 문제점과 닮아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민국이 망하기 전엔"…안전성만 강조한 부실한 설명 

우선, 옵티머스펀드에 가입했던 투자자들은 주요 판매사인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설명 방식을 문제시하고 있다. 위험성과 투자상품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없이 안전성만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NH투자증권을 통해 펀드에 가입했다는 한 투자자는 최근 통화에서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 상품이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말만 들었을 뿐"이라면서 "특히 '대한민국이 망하지 않는 한 손실을 볼 일은 없다'는 식의 멘트로 가입을 유도했다"고 말했다. 

이어 "가입 시 안전성만을 강조했기 때문에, (나뿐만 아니라) 투자 위험을 무릅쓰고 싶지 않은 투자자들이 계약을 한 것으로 안다"면서 "(나도) 채권 가격에 약간의 변동이 있을 것으로만 생각했을 뿐, 이같은 사태는 전혀 예측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안전성만을 강조하고, 대한민국을 운운했다면 판매사는 운용사와의 관계부터 펀드의 진행, 관리, 운용 등을 살펴봐야 하는데 2년간 이렇게 놔뒀다는 게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같은 사안은 본지를 포함한 일부 언론이 확보한 투자자와 NH투자증권 모 지점 PB와의 통화 내용 녹취록에서도 드러났다. 녹취록에 따르면, 파일에 등장하는 PB는 "공공기관에서 건설사업을 발주한 확정매출채권을 가지고 확정금리를 드리는 상품"이라며 가입을 권유했다. 또한 원금보장이 된다는 말과 함께 해당 펀드를 NH투자증권에서 기획했다는 발언을 더하면서 'OEM 펀드' 논란을 일으켰다. 

이와 관련, NH투자증권 측은 "'원금보장'과 같은 부정확한 표현을 사용했을 소지가 있어, 당사 자체적으로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라면서 "본 상품(옵티머스 펀드)은 운용사에서 당사에 제안한 상품으로 당사가 상품을 기획했다는 부분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한 바 있다. 

이같은 부실한 설명은 '라임사태'에서도 드러난 문제점이다. 특히 쟁점이 됐던 TRS계약에 대한 어떤 설명도 듣지 못했다는게 투자자들의 주장이었다. 

지난 2월, A증권사 앞에서 치러진 집회에서 한 투자자는 당시 "문제가 되고 있는 TRS계약에 대한 설명을 해당 지점 및 관계자 누구에게도 듣지 못했다"면서 "오히려 부동산에 대해 담보를 잡고, 기업체 어음에 대한 단기자금을 운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말만 강조했다"고 전했다. 해당 투자자는 "가장 중요한 것은 문제가 된 이후에도 제대로 된 설명이 없었다"면서 사태가 일어난 이후에 담당 PB를 제외한 어떤 관계자들도 만날 수 없었던 점을 비판했다.

NH투자증권(좌측) / 한국투자증권(우측) © 각사·정우교 기자
NH투자증권(좌측) / 한국투자증권(우측) © 각사·정우교 기자

"걱정 말라", "우리도 사기를 당했다"…안일한 대처 지속

옵티머스 펀드 가입 과정이 '라임사태'와 닮아 있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환매중단 사태가 일어난 이후, 투자자들이 각 PB들에게 상황에 대해 문의하자, 걱정하지 말라는 식의 발언과 함께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전혀 없었다는 증언이 계속되고 있었다. 

지난 2월, B증권사에서 라임 펀드를 가입했던 투자자 C씨는 당시 통화에서 "처음 라임펀드 문제가 대두됐을 때, 담당 PB는 현재 나오고 있는 내용(라임자산운용 관련 사안)과 해당 상품은 전혀 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면서 "이후 우리·신한은행 등이 거론될때도 재차 문의했더니, 그때는 라임자산운용이 조사를 받고 있어, 결과가 나와야 이자를 지급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B증권사의 안일한 대처는 이후에도 계속됐다. C씨의 주장에 따르면, 금감원이 라임사태를 발표한 이후 다시 전화했을 때 "본인(B증권사)들도 사기를 당한 것 같다"는 말이 되돌아 왔다는 것이다. 담당 PB도 고객의 요청이 있을 때마다 본사에 확인을 해왔는데, 그때마다 본사에서도 '전혀 문제가 없었다'는 답변 뿐이었다고 투자자 C씨는 덧붙였다. 이 과정에서 사태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번 '옵티머스 사태'에서도 판매사들은 비슷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NH투자증권에서 펀드를 가입했다는 한 투자자는 최근 서면을 통해 "사태가 터진 이후 불안해 PB에게 계속 확인을 했으나, 돌아오는 것은 '걱정말라'는 말 뿐"이라면서 "충분히 이상을 감지하고 실사를 시작할 수 있는 여건이 있었음에도, 계속 '안심하라'는 말만 들어왔다"고 토로했다. 해당 투자자는 이와 함께 담당 PB에게 과거 라임자산운용 관련 펀드도 추천받은 적이 있었지만 거절했다고 털어놨다. 

한국투자증권을 통해 펀드에 가입했다는 투자자도 유사한 설명이었다. 그는 얼마 전 통화에서 "사태가 불거진 이후, 회사(한국투자증권)의 구체적인 답변을 듣지 못했으며, '자기(한국투자증권)들도 속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면서 "계속 문의했지만, 현 상황에 대한 자세한 안내나 설명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국공채에 투자하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PB의 설명만을 믿었을 뿐"이라고 끝맺었다. 

한편, 이번 사태와 관련해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옵티머스자산운용에 대한 모든 업무를 정지시켰다. 다만, 펀드재산 보호를 위한 권리행사 등 투자자 보호상 필요한 일부 업무와 금감원장이 인정하는 업무 등은 영위를 허용했다.

담당업무 : 증권·보험 등 제2금융권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우공이산(愚公移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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