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대출상품 ‘키움 수수료 리스크’ 재현 우려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병묵 기자]
케이뱅크가 돌아왔다.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13일 대출시장 복귀를 선언하며 사실상 완전히 영업을 재개했다. 카카오뱅크가 독주중인 인터넷전문은행 시장에 새로운 충격을 주며 판을 키울 수 있을지 기대가 모인다. 다만 업계 일각선 케이뱅크의 '저금리 대출상품' 전략으로 인해 과거 키움증권이 촉발시켰던 증권시장의 수수료인하 전쟁과 같은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케이뱅크는 이날 신용대출, 마이너스 통장대출, 신용대출 플러스 등 가계대출상품 3종을 출시했다. 연 최저 2.08%(포인트우대금리 적용 시)까지 적용받을 수 있는 저금리 대출상품이다. 현재 업계 인터넷전문은행 최저인 카카오뱅크(2.72%)보다 무려 0.6% 이상 낮은 금리다. 시중은행 중 우리은행(2.51%)보다도 낮다. 마이너스 통장의 연 최저금리 2.38% 역시 NH농협은행의 마이너스 통장(2.71%)에 비교하면 눈에 띄게 좋은 수준이다.
반면 한도액은 높게 책정됐다. 신용대출 기준 2억 5000만 원, 마이너스 통장의 경우 1억 5000만 원이다. 현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한도 수준이 최대 2억 원 정도에서 형성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역시도 파격적이다.
좋은 조건의 상품이 출시되자 고객들이 호응했다. 출시일인 13일 한 때 케이뱅크 사이트와 어플리케이션은 접속지연 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케이뱅크의 이같은 전략엔 두 가지 배경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첫 번째는 빅데이터를 적용한 신용평가모형(CSS), 두 번째는 마케팅이나 이벤트를 강화하는 대신 금융의 본연인 '혜택 많은 상품'으로 정면돌파를 선택했다는 점이다.
케이뱅크는 신용평가사의 금융거래 정보, 케이뱅크와의 거래내역정보까지 더해 고도화된 CSS를 적용해 고객의 상환능력을 검증키로 했다. 상환능력을 보다 세분화해 검증함으로서 금리와 한도 혜택은 늘렸지만 그만큼 리스크는 줄인다는 복안이다.
이와 관련, 케이뱅크 관계자는 14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케이뱅크의 CSS는 데이터분석 시작부터 신용평가사의 정보에 통신정보를 함께 적용했는데 업계에선 우리가 유일한 것으로 안다"면서 "케이뱅크 3년 간 쌓인 자체 데이터도 모두 활용해 머신 러닝기법도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번 대출상품 출시는 케이뱅크가 출시해 온 예금상품들과 같이, 마케팅이나 이벤트보다 혜택으로 승부를 걸었다는 의미가 있다.
앞서 케이뱅크는 지난 5일 하루만 맡겨도 이자가 쌓이는 소위 '파킹 통장'으로 케이뱅크 플러스박스를 출시한 바 있다. 0.7%의 금리, 한도 1억 원을 내걸고 경쟁자라 할 수 있는 네이버통장과 카카오뱅크의 틈새 시장을 공략했다. 금리가 1%의 파킹통장 한도가 1000만 원, 3% 금리의 파킹통장의 경우 한도가 100만 원에 불과하다. 카카오뱅크는 1000만 원 한도의 경우 금리가 0.5%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케이뱅크가)이미 메신저를 기반으로 복합적이고 광범위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카카오뱅크나, 포털을 소유한 네이버와 마케팅·이벤트를 쫓아가지 않는 것은 현명한 전략 같다"면서 "금융기관 본연의 경쟁력인 금융상품으로 승부를 내야 돌파구가 보인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본다"고 풀이했다.
케이뱅크의 이같은 반격은 인터넷전문은행 시장에 긍정적인 자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카카오뱅크를 긴장하게 할 것으로 예상됐던 토스뱅크가 뜻밖의 결제사고로 휘청이는 상황에서, 케이뱅크의 약진은 '건전한 판'을 만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핀테크 업계의 한 관계자는 14일 "배달의 민족 사태를 보면 알겠지만, 최근 모바일 기술기반 산업들은 독과점이 상당히 쉬운 대신 그만큼 독과점의 함정에 빠지기도 쉽다"며 "인터넷전문은행도 건전한 경쟁구도가 있어야 결국엔 고객들에게 혜택이 돌아올 거라고 본다. 케이뱅크의 부활은 그런 측면에서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케이뱅크가 이번에 내놓은 '저금리 대출상품'이 인터넷전문은행업계의 금리인하 경쟁을 부추기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앞서 키움증권은 지난 2000년 영업 시작과 동시에 '최저 수수료 정책'으로 증권업계의 1위 자리를 꿰찼다. 이로 인해 증권업계엔 '수수료 치킨 게임'에 불이 붙으면서 업계 일부는 수익률 악화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와 관련, 현직 증권업계의 한 종사자는 1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키움이 앞장서서 무리하게 낮춰놓은 수수료가 부메랑으로 업계에 돌아왔다"고 토로한 바 있다.
금융권의 한 핵심관계자는 같은 날 본지 통화에서 "케이뱅크가 저금리 상품을 내고, 만약 그 상품이 대박을 친다고 해도 경쟁적으로 금리를 내리거나 하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예대마진이 지속적으로 악화되는 상황이라 만약 '치킨게임'이 발발하면 곤혹스러울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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