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서울 강남역 인근에 위치한 4000억 원대 빌딩 에이프로스퀘어(舊 바로세움3차) 소유권을 둘러싼 법적 공방이 5년 만에 다시 펼쳐진다. 옛 시행사인 시선알디아이가 박지원 두산중공업 대표, 김규철 한국자산신탁 대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에게 빌딩을 빼앗겼다며 이들을 형사 고소한 것이다(관련기사: http://www.sisa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6805).
<시사오늘>은 이번 송사에서 핵심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이는 내용들을 짚어봄으로써 의혹 해소에 조금이나마 기여하려 한다.
두산중공업-한국자산신탁-군인공제회 간 체결된 수상한 합의서
바로세움3차 빌딩은 우여곡절이 많았던 매물인 만큼, 매매계약도 상대적으로 복잡한 과정 끝에 이뤄졌다. 시공사인 두산중공업은 바로세움3차 빌딩 매매계약이 체결된 2013년 12월께 신탁사인 한국자산신탁, 매입자인 군인공제회에게 각각 업계에서 상당히 보기 드문 합의서를 내밀었다. 민형사상 법적 책임과 손해배상 책임, 그리고 기타 비용 등을 두산중공업이 모두 책임지겠다는 내용이었다.
24일 김대근 시선알디아이 대표로부터 본지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두산중공업과 두산중공업이 바로세움3차 빌딩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더케이 주식회사는 2013년 12월 24일 한국자산신탁 앞으로 '확인서'라는 제목의 문서를 보냈다. 한기선 당시 두산중공업 대표이사(2014년 퇴임), 더케이 양모 대표이사의 이름과 법인인감이 선명하게 새겨진 일종의 각서 양식의 문서였다.
해당 서류를 통해 두산중공업과 더케이는 "바로세움3차 빌딩 처분은 우선수익자인 당사의 요청에 따라 수탁자(한국자산신탁)가 처리하므로 신탁부동산(바로세움3차 빌딩)의 처분과 관련해 발생하는 일체의 민형사상 소송(비용, 판결원리금 포함) 등 관련 문제는 우선수익자인 당사의 책임과 비용으로 연대해 정리하고, 수탁자인 한국자산신탁은 면책한다"고 한국자산신탁 측에 확약했다.
또한 "신탁부동산 처분 대금의 배당, 제세공과금(부가가치세 처리 등 포함) 납부 등 최종 정산에 대해 우선수익자인 당사의 책임과 비용으로 처리한다"며 "두산중공업은 신탁부동산 관련 제세공과금(재산세, 종부세 등)을 배당받을 우선수익권한도금액을 유보해 납부하는 것으로 처리해 제2순위 우선수익권한도금액을 상환받은 것으로 차감하는 데에 동의하며, 이를 위해 신탁계좌에 유보해 발생된 제세공과금을 납부하는 데에 이의 없이 동의한다"고 명시했다.
이어 "수탁자인 한국자산신탁에 추가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제세공과금과 임차인 임대차보증금, 기타 채권자 채권 등 지급항목과 관계 없이 우선수익자(두산중공업, 더케이)가 부담하기로 하며, 이로 인해 수탁자인 한국자산신탁에게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 이를 연대해 부담하기로 한다"고 덧붙였다.
바로세움3차 빌딩과 관련해 문제가 터지면 두산중공업이 모든 걸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각서 내용은 나흘 전 두산중공업과 한국자산신탁, 군인공제회 간 체결된 바로세움3차 빌딩 매매계약 합의서를 바탕으로 구성됐다.
2013년 12월 20일 당시 한기선 두산중공업 대표이사와 김진훈 당시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매도인으로서 한국자산신탁, 매수인으로서 한국증권금융(엠플러스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9호 펀드), 연대보증인으로서 두산중공업은 2013년 12월 20일자로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오피스 및 상가시설(바로세움3차 빌당)을 매매하는 부동산매매계약서를 체결한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꾸몄다.
해당 합의서를 살펴보면 이들은 '본건 수익권에 대한 군인공제회의 매수청구권', '본건 수익권에 대한 두산중공업의 매도청구권' 등 항목에 대해 합의했는데, 여기에는 군인공제회가 두산중공업에 바로세움3차 빌딩을 액면가액으로 되판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바로세움3차 빌딩을 매입하는 엠플러스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9호 펀드에 대해서도 해당 사모펀드에 참여한 투자자들이 관련 투자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두산중공업이 이를 대신해서 투자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두산중공업이 한 푼도 더하지 않고 군인공제회로부터 바로세움3차 빌딩을 다시 살 수 있으며, 군인공제회가 빌딩 매입을 위한 투자금이 부족할 시 이것도 두산중공업이 조달한다는 것이다.
왜 두산중공업은 한국자산신탁과 군인공제회에 각각 이처럼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합의서를 내밀었을까. 김대근 시선알디아이 대표는 이 같은 점을 들어 바로세움3차 빌딩을 빼앗기 위한 두산중공업-한국자산신탁-군인공제회 간 커넥션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두산중공업 등은 관련 송사를 치르는 과정에서 "군인공제회의 두산중공업에 대한 매수청구권, 두산중공업의 군인공제회에 대한 매도청구권은 합의 당사자 쌍방이 권리를 행사할 수 있으며, 이는 펀드 투자시 상용되는 콜옵션과 풋옵션"이라고 사법부에 해명한 바 있다.
"리스크 큰 계약, 두산중공업에 책임 부담 조건 추가한 것"
"두산중공업 등, 강탈 행위에 깊이 관여돼…숨은 조력자는 우병우"
두산중공업이 스스로에게 불공정하다고 볼 여지가 상당한 합의서를 받아들이고 체결한 표면적인 이유는 바로세움3차 빌당 매매계약 자체가 지닌 리스크 때문으로 보인다.
본지는 바로세움3차 빌딩 매매계약 업무를 맡았던 군인공제회의 한 관계자가 검찰에 제출한 진술서를 입수했다. 해당 진술서에서 그는 "외부 법률 자문 결과 위탁자(시선알디아이) 등이 제기한 소송 결과로 인해 본건 부동산(바로세움3차 빌딩) 소유권 상실 시 두산중공업이 매매금액을 반환하고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한다는 조건을 추가해 2013년 10월 군인공제회 이사회에서 의결을 받았다"고 밝혔다.
실제로 당시 군인공제회 이사회 회의록에는 '소유권 이전 리스크, 시선알디아이는 한국자산신탁을 상대로 부동산처분금지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했으나 2건은 패소하고, 2건은 소송 진행 중임(승소 예상). 소송 결과로 인해 매수인(본건 펀드, 엠플러스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9호 펀드)이 본건 부동산(바로세움3차 빌딩) 소유권 상실 시 두산중공업이 매매금액 반환 및 손해배상 책임 부담"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당시 두산중공업은 재무구조도 안정적이었고, 신용도(회사채A+)도 우수한 업체였다. 단지 리스크가 큰 일을 주도한다는 이유만으로 대기업이 이 같은 리스크를 모두 책임지겠다는 각서를 썼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다시 한번 앞선 합의서를 꼼꼼하게 살필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다시 2013년 12월 20일 두산중공업과 군인공제회 간 체결한 바로세움3차 빌딩 매매계약 합의서로 돌아가 보자. 앞서 살폈듯, 두산중공업은 바로세움3차 빌딩을 매입하는 엠플러스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9호 펀드에 참여한 투자자들이 관련 투자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두산중공업이 이를 대신해서 투자한다고 공언했다.
두산중공업이 투자 의무를 대신하겠다고 합의한 업체는 키스톤인베스트먼트 유한회사, 그리고 주식회사 정강이다. 해당 합의서를 살펴보면 키스톤인베트스먼트, 정강은 각각 150억 원, 50억 원을 출자해 엠플러스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9호 펀드 수익권에 투자하기로 했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두산중공업이 이 금액을 지급함으로써 수익권에 투자해야 한다.
김대근 시선알디아이 대표는 여러 정황들을 고려했을 때 이중 키스톤인베스트먼트는 사실상 두산중공업이 운영하는 회사라고 주장한다.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키스톤인베스트먼트는 2013년 3월 자본금 1만 원으로 설립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업체다. 하지만 키스톤인베스트먼트는 기초자산을 통한 대출 실행이 아니라 유동화증권을 먼저 발행 후 두산중공업이 이에 대한 지급보증을 서는 방식으로 바로세움3차 빌딩 투자금을 마련했다. 또한 엠플러스사모부동산투자신탁 제9호 펀드가 바로세움3차 빌딩을 팔기 전에 키스톤인베스트먼트는 청산됐다. 투자자가 손해만 보고 물러난 셈이다.
이에 대해 두산중공업 측은 관련 송사를 치르는 과정에서 "매수자 펀드에 투자하기로 한 키스톤인베스트먼트, 정강 등이 투자했고, 투자된 자금으로 펀드는 바로세움3차 빌딩 매입을 완료했다. 두산중공업은 출자하지 않았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선 기사에서는 두산중공업 등이 다 옳다고 가정하면서 마무리했다. 이번에는 반대로 시선알디아이 측 주장이 다 맞다고 가정하자. 김대근 대표의 말대로 두산중공업, 한국자산신탁, 군인공제회 등이 바로세움3차 빌딩을 강탈하기 위해 모종의 커넥션을 구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각종 불법과 악행을 자행해 4000억 원대 강남 빌딩을 빼앗았다고 치자. 어떻게 이 같은 거대한 일이 어떠한 제재도 없이 이뤄질 수 있었을까.
김 대표는 그 이면에 강력한 '빽'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두산중공업 등이 바로세움3차 빌딩 강탈 행위에 깊이 관여된 건 자명한 사실이다. 애초부터 소유권을 강탈하려고 온갖 불법과 악행을 저지르며 사기공매를 진행했다"며 "지금까지 부동산을 빼앗긴 여러 명백한 증거를 제시했지만 그동안 검찰에서는 단 한 번도 수사하지 않았다. 우병우라는 숨은 조력자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2013년 12월 바로세움3차 빌딩을 매입한 엠플러스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9호 펀드, 여기에 참여한 투자자 중 정강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가족회사로 널리 알려진 업체다. 우 전 수석 가족이 100% 지분을 보유한 법무법인으로 1993년 9월 설립됐으며, 등기부등본에는 부동산 투자 전문 업체로 명시돼 있다.
[다음편에서는 시선알디아이 측에서 바로세움3차 빌딩 사건을 대형 권력형 게이트라고 주장하는 배경을 다룬다.]
좌우명 : 隨緣無作
앞으로도 멋진 기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