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예상대로 ‘어대낙(어차피 대표는 이낙연)’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9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전당대회를 열고 이낙연 의원을 새 당대표로 선출했다. 2위 김부겸 전 의원(21.37%)과 3위 박주민 의원(17.85%)을 합쳐도 이 의원 득표율(60.77%)에 못 미치는, 말 그대로 압도적 승리다.
전문가들은 이 신임 대표의 완승을 정권 재창출에 대한 기대감으로 해석한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급부상으로 ‘대세론’에 금이 가긴 했지만, 여전히 차기 대권에 가장 가까운 이 대표에게 당권을 안기면서 ‘비주류’이자 ‘비문(非文)’인 그가 대선 준비 작업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부여했다는 의미다.
‘은퇴 선언’ 이해찬, 야당과 협치 유인 없었다
흥미로운 것은, ‘이낙연 체제’를 바라보는 미래통합당의 표정이 밝다는 점이다. 대권주자인 이 대표가 이해찬 전 대표와는 다른 길을 걸을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미 구성이 끝난 상임위원장 배분 문제까지 거론하면서 “거는 기대가 작지 않다. 176석 정당의 횡포를 이 정도에서 중단시켜 달라”고 언급했다.
물론 여당 대표가 바뀌었을 때 야당 지도부가 바람을 전하는 것은 일종의 관습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를 향해 통합당이 건넨 메시지는 그 맥락이 조금 다르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단순한 ‘인사치레’가 아니라, 실제로 이 대표가 제1야당과의 협치를 복원하기 위해 노력할 가능성이 높다는 ‘과학적 예측’에 가깝다는 것이다.
통합당의 이 같은 예상은 이 대표가 유력 대권주자라는 데서 기인한다. 이해찬 전 대표의 경우, 당대표 임기가 끝나면 정치권을 떠나기로 했던 인물이다. 때문에 이 전 대표가 첫 번째로 고려할 대상은 민주당 지지층이었고, 이 전 대표가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할 부분도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이익이었다.
김 전 의원이나 박 의원도 이 전 대표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당대표 당선 시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김 전 의원이나 ‘친문(親文) 대표주자’인 박 의원은 차기 대권과는 거리가 있는 인물들이다. 실제로 두 사람은 “광화문 집회 배후에 통합당이 있다”(김 전 의원), “강한 정당을 만들어 개혁과제를 흔들림 없이 수행하겠다”(박 의원)는 등의 발언으로 ‘선명성’을 강조했다.
‘대권 도전’ 이낙연, 중도층 민심 살필 수밖에
반면 이 대표는 상황이 다르다. 우리나라 대선에서 중도층의 지지 없이 승리를 거둔 후보는 아무도 없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정통 후계자’이자 ‘보수의 상징’이라던 박근혜 전 대통령조차도 대선 과정에서는 김종인 현(現)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영입, ‘경제민주화’를 전면에 내걸고 중도 표심을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이런 흐름에서 보면, 이 대표는 이 전 대표와는 완전히 다른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때 민주당 지지율이 통합당에 역전을 당할 정도로 민심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대선을 위해 중도층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는 이 대표가 ‘강경 모드’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논리다.
통합당이 ‘이낙연 체제’의 협치 노력에 기대를 거는 이유도 여기 있다. 지금 같은 ‘여당 독주’ 이미지는 중도층에 부정적 인상을 심어줄 뿐만 아니라, 각종 정책이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정부여당 책임론’에 휘말릴 공산이 큰 까닭이다. 이는 차기 대권주자인 이 대표에게 가장 좋지 않은 시나리오다.
통합당 관계자도 31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이 대표도 대권주자가 되기 위해서는 친문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도다. 대야(對野) 전략에 드라마틱한 변화가 있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그래도 어쨌든 차기 대권을 준비하는 분이라, 이 전 대표처럼 야당을 무시하면서 강성으로 나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협치까지는 몰라도 확실히 전임 대표 때보다는 분위기가 부드러워지지 않겠나”라고 내다봤다.
좌우명 : 인생 짧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