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최근 김장 재료 가격 상승세가 무섭다. 역대급 장마와 태풍 영향으로 출하량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특히 배춧값이 큰폭으로 올랐다. 5일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배추 1포기 소매가격은 1만1883원으로, 포기당 1만 원을 훌쩍 넘겼다. 이밖에 무, 쪽파 등도 각각 평년보다 80% 이상 가격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최근 주요 언론에서는 다가오는 김장철 배추를 비롯한 김장 재룟값이 폭등할 것이라고 연이어 보도하고 있다. 또한 일부 언론에서는 CJ제일제당, 대상, 풀무원 등 포장김치 생산업체들이 이익률 하락 우려에 울상을 짓고 있다는 기사를 내놓기도 했다. 배춧값 인상으로 소비자들이 포장김치를 많이 찾을 전망이나, 가격이 너무 올라 각 업체들도 남는 게 많지 않다는 내용이다.
일리가 있는 전망과 우려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10월 농업관측 보고서에서 "가을배추는 잦은 비로 정식을 포기하면서 재배면적이 평년 대비 2.4% 줄었다. 기상 악화에 따른 병해 증가로 생산 단수도 6.6%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각 지역에서도 김장 재료를 재배하는 농가들의 시름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조량은 저조하고 강수량은 늘어 작황 부진이 염려되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특히 고추 피해가 상당하다는 전언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일부 포장김치업체와 유통사들이 작금의 김장 재룟값 폭등 현상을 김장철 가격 인상을 위한 포석으로 삼으려는 건 아닌지 의구심도 든다.
11~12월 김장철에 쓰이는 가을배추 파종은 보통 8월 말에서 9월 중순까지 이뤄진다. 그리고 약 20~25일 이후 배추 모종을 트레이에서 본밭으로 아주심는다. 올해 장기간 집중호우가 쏟아진 장마는 지난 8월 중순에 끝났다. 많은 비로 땅이 짓무르는 바람에 품질 저하와 수확량 감소가 예상되지만 파종이나 아주심기 자체에는 큰 영향이 없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태풍의 경우 지난해에는 9월 말까지 늦가을 태풍이 극성을 부려 배추 주산지인 전남과 강원 지역이 큰 피해를 입어 김장철까지 후폭풍이 이어졌다. 가을배추 재배면적이 평년보다 17% 가량 감소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소 다르다. 지난 9월 7일 울산 남쪽 해안에 상륙한 제10호 태풍 하이선 이후 우리나라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 태풍이 없다. 앞서 거론했듯 가을배추 재배면적도 평년 대비 2.4% 줄어든 정도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상당히 양호한 수준이다.
농작물을 재배하는 농가도 어렵고, 장바구니를 든 소비자들도 힘들다. 모두가 어렵고 힘든 시기다. 어느 누구든 이런 시기를 악용하는 건 결코 용납할 수 없다. 정부는 김장철 물가 안정을 위해 김장 재료 비축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각 지방자치단체와 관계당국은 가을배추 관리와 김장 재료 가격 감시·감독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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