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영국 프리미엄 수입차 브랜드인 재규어랜드로버가 국내 시장에서 최대 위기를 맞았다. 수입차 시장의 판매 호조세와는 달리 실적이 크게 뒷걸음질치면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외국인 대표 체제에서 반등을 노리겠다는 심산이지만, 국내 투자를 줄이고 있는 상황마저 부각돼 소비자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 미지수다.
11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의 판매량은 올해 10월까지 합산 기준 4211대로, 전년 동기간 8282대 대비 49.2%에 달하는 감소세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수입차 시장 내 점유율도 4.38%에서 1.95%로 급격히 줄었다.
같은 기간 수입차 시장 전체 규모가 21만6000대 수준으로 14.2% 올랐음을 감안하면 당면 위기는 더욱 극명해진다. 특히 불매운동을 겪고 있는 일본차에 이어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는 점은 코로나19라는 공통된 불확실성 요인에 더해 내부 경쟁력 저하까지 겹쳤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재규어 브랜드는 2017년 4125대로 연간 최다 판매량을 기록한 이래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올해는 10월까지 576대를 파는 데 그치며, 연간 1000대 판매를 넘기도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랜드로버의 경우에는 2018년까지 지속성장을 거듭했으나, 이후 부진세가 가팔라졌다. 2018년에는 1만1772대의 판매고를 올렸으나, 2019년 7713대로 떨어지더니 올해는 10월까지 3635대에 머물고 있는 것. 이같은 추세라면 올해 연간 4500대 판매에 머물 가능성이 높아진다. 지난 2014년 당시 기록한 4675대 수준으로 퇴보하는 셈이다.
재규어랜드로버는 이같은 판매부진과 맞물려, 최근 단행된 수장 교체도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20년간 회사에 몸담아 재규어랜드로버의 성공을 이끌었던 백정현 대표가 사임하면서, 외국인 신임 대표 체제라는 갑작스러운 변화를 맞게 돼서다.
구원투수로 나선 로빈 콜건 신임 대표는 랜드로버 글로벌 브랜드 총괄 디렉터를 역임한 핵심인물이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다만 한국 시장 특수성을 이해하고, 실적 부진에 처한 조직을 안정화시키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한계를 지닌다.
더욱이 로빈 콜건 대표에게 경영 안정화라는 중책이 주어졌음에도, 회사 여건이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는 점은 분명한 열세로 지목된다. 실적 부진에 따른 투자 위축으로 인해 소비자들로부터 원성을 샀던 품질과 서비스 제고를 기대키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를 방증하듯, 재규어랜드로버의 부진이 본격화된 지난 2019년의 투자액은 4억5600만 원으로 전년 25억8500만 원 대비 5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난다. 서비스센터 역시 지난 2018년 32개 확보라는 목표를 내세웠지만, 실제 수는 27개에 그쳤다. 이어 지난해에도 2개를 추가하는 데 그쳤으며, 올해는 오히려 4곳이 문을 닫아 25개까지 줄어든 상황이다.
업계는 재규어랜드로버가 수입차 시장 내 판매 호조세를 이루고 있는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과 달리 차별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적 부진의 골이 깊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존 스테디셀러 모델 디스커버리, 레인지로버 등에 대한 의존도만 키우고 있는 것은 물론 공격적인 투자가 부재하다는 이유에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독일차 브랜드들은 주력 모델뿐 아니라 다양한 신차 라인업 추가와 네트워크 확충 노력을 통해 고객의 세분화된 수요까지 총족시키고 있다"며 "이에 반해 재규어랜드로버는 극심한 품질 논란을 겪었음에도 이를 만회하기 위한 뚜렷한 조치들을 보이지 않고 있어 지금의 부진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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