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도 신공항 밀어붙이는 민주당…속앓이하는 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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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도 신공항 밀어붙이는 민주당…속앓이하는 국민의힘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0.11.19 17: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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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도 신공항으로 PK에 구애하는 민주당…국민의힘은 TK·PK 갈등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동남권 신공항 문제가 다시 한 번 수면 위로 올라왔다. ⓒ뉴시스
동남권 신공항 문제가 다시 한 번 수면 위로 올라왔다. ⓒ뉴시스

동남권 신공항 문제가 다시 한 번 수면 위로 올라왔다.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17일 “김해신공항 추진은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김해신공항안이 사실상 백지화 수순을 밟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동남권 신공항이 또 한 번 정국의 핵으로 부상하게 됐다.

이러자 국민의힘은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신공항 문제를 ‘부산시장 보궐선거용’ 전략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민주당에 대한 비판은 자칫 가덕도 신공항을 ‘숙원 사업’으로 여기고 있는 PK(부산·경남) 민심 이탈로 이어질 우려가 있어, 남 몰래 ‘속앓이’만 하고 있다.

 

가덕도 신공항…민주당의 ‘꽃놀이패’


2017년 제19대 대선에서 부산시민은 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 87만2127표를 몰아줬다. 72만484표를 얻은 자유한국당(現 국민의힘) 홍준표 후보보다 15만 표 이상 많은 수치였다. 바로 다음 해 치러진 2018년 제7회 지방선거에서도, 부산시민은 사상 최초로 민주당 출신 부산시장(오거돈 전 시장)의 탄생을 허락했다.

그랬던 부산 민심이 흔들리고 있다.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16일부터 18일까지 실시해 19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29.8%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이 32.0%라는 점을 고려하면, 당장 5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부산시장 보궐선거 상황판에 ‘경고음’이 들어온 것이다.

이에 민주당은 가덕도 신공항을 그 돌파구로 낙점한 모양새다. 당초 동남권 신공항의 유력한 유치 후보지는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였다. 그러나 밀양을 지지했던 TK(대구·경북)와 가덕도 유치 입장을 고수했던 PK가 갈등하자, ‘텃밭’의 분열을 우려한 박근혜 정부는 2016년 사전타당성 연구용역을 거쳐 영남권 신공항을 백지화하고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쪽으로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TK에 ‘빚’이 없는 민주당은 영남권 신공항을 가덕도에 유치함으로써 PK 민심을 잡으려는 분위기다. 이낙연 대표는 검증위 발표 직후 ‘동남권 관문공항 추진을 위한 긴급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부울경 시·도민의 오랜 염원인 가덕도 신공항 가능성이 열렸다”며 “우리 앞에 놓인 과제는 합법적인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는 일로 이를 전담할 기구를 구성해 거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가덕도 신공항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힌 셈이다.

 

‘외통수’ 걸린 국민의힘은 속앓이만


이러자 국민의힘 내에서는 ‘외통수’에 걸렸다는 말이 나온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찬성하기도, 반대하기도 어려운 입장이기 때문이다. 가덕도 신공항에 찬성할 경우 당의 최대 지지 기반인 TK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하고, 반대하자니 5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닥칠 후폭풍을 걱정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도부의 메시지도 엇갈리고 있다. 우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17일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정책 일관성이 지켜지지 않는 건 유감”이라면서도 “일단 결정이 되면 새로운 공항에 대한 논의가 시작될 것이다. 그렇게 치면 부울경 지역 가덕도 공항에 대해 (당이)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반면 대구가 지역구인 주호영 원내대표는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결정과 판박이가 아닌가 한다”면서 “이 문제도 감사원의 감사를 통해 사업 변경이 적절한지를 따져보는 과정을 거치도록 하겠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지도부뿐만 아니라 TK 의원들과 PK 의원들 사이에서도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17일 <시사오늘>과 만난 정치권 관계자는 “동남권 신공항 문제는 국민의힘으로서는 애매할 수밖에 없는 문제고, 민주당으로서는 그야말로 꽃놀이패라 아마 다음 대선을 생각해서 4년 동안 묵혀뒀던 것 아닌가 싶다”며 “보궐선거에서 기대감을 부풀리고 차기 대선 시즌에 가덕도에 선물을 주는 식으로 구상하고 있는 것 같은데,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난감하게 됐다”고 내다봤다.

*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대통령실 출입)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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