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위메프 등 여전히 적자…출혈경쟁 지속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지예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비대면 쇼핑 수요가 늘어나면서 온라인 시장은 성장을 거듭하고 있음에도 이커머스 기업들은 여전히 적자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시장 규모는 커졌지만 사업자가 그만큼 늘고 출혈경쟁이 지속되면서 이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가 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161조1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19.1% 증가했다.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1년 이후 역대 최대치다. 상품군 별로 보면 온라인으로 배달 음식을 주문하는 음식서비스 거래액이 17조4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78.6% 늘며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음식료품과 생활용품 거래액도 각각 48.3%, 44.1%로 확대됐다.
지난해 모바일 거래액 역시 처음으로 100조 원을 돌파했다. 모바일쇼핑 거래액은 108조7000억 원으로 24.5%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연간 모바일쇼핑 거래액이 100조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또한 4분기 기준 온라인쇼핑 거래액(45조3000억 원)과 모바일쇼핑 거래액(30조9000억 원)도 모두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그러나 정작 개별 기업들은 모두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이커머스업계는 시장 독식을 위해 손실을 감수한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면서 적게는 수백억 원, 많게는 4조 원대에 이르는 누적 적자를 떠안고 있는 실정이다.
2019년 SK텔레콤 자회사 SK플래닛에서 법인 분리된 후 첫 연간 흑자를 냈던 11번가는 지난해 다시 적자전환했다. 11번가는 SK텔레콤 실적 공시를 통해 지난해 연간 매출 5456억 원으로, 전년 대비 151억 원(2.8%) 늘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영업손익은 +14억 원에서 -98억 원으로 돌아섰다. 비대면 수요 증가로 매출은 소폭 늘었지만, 여행·패션 등의 부문 실적 감소와 비상 상황에 대응한 비용이 늘면서 영업적자를 낸 것으로 분석된다.
11번가 측은 “지난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비용통제의 어려움이 있었지만 효율적인 마케팅 비용 집행으로 전년 대비 거래액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하면서도 손익분기점(BEP)에 근접한 영업손실을 기록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위메프도 지난해 연간 실적을 잠정 집계한 결과 매출액은 전년 대비 17% 줄어든 3864억 원, 영업손실은 540억 원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여행, 공연 등 부문이 전년에 비해 크게 위축되면서 매출액이 감소했다.
업계에서 유일하게 꾸준히 흑자를 내고 있는 이베이코리아를 제외한 나머지 주요 이커머스 기업들도 적자 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쿠팡은 지난해까지 누적 적자 4조5000억 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다만 쿠팡의 지난해 거래액이 크게 증가한 데다, 로켓배송을 통한 직매입 상품 비중이 타 업체들보다 높아, 코로나19 수혜를 입었을 것이라는 관측도 일각서 나온다. 특히 2019년 처음으로 적자 규모를 36% 가량 줄인 만큼 지난해에도 수익 개선이 이어졌을지도 관심사다.
이처럼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이커머스업계가 수혜를 볼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실제로는 특정 상위 업체 이외에는 기대 이하의 실적을 냈다. 특히 직매입 비중이 크지 않은 오픈마켓 특성상 특수를 누리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현재 대부분의 국내 주요 이커머스 기업들은 오픈마켓 형태를 중심으로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커진 만큼 경쟁업체들이 늘면서 치킨게임이 계속되고 있다”며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쇼핑 수요가 대부분 생필품, 식료품 등에 몰리면서 이외 부문에서는 타격이 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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