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하는 박철완에 향후 성장능력 내놓은 박찬구
석화 경영 정상화, 現 경영진 덕…노조, 박찬구편
“사욕 채우려 경영권 분쟁”…악평 속 외로운 싸움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방글 기자]
18일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가 홀로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계열사 노조가 연이어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을 지지 성명을 발표한 데다, 금호그룹 몰락 당시 박삼구 전 회장의 편에 섰던 박철완 상무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는 박찬구 회장 측 제안에 '전부 찬성' 권고를 내렸다. 그나마도 글래스루이스가 박철완 상무의 제안에 대부분 찬성 의견을 내놨지만, 박철완 상무가 추천한 사외이사 일부에 대해서는 반대표를 던졌다.
업계는 박철완 상무가 주총에서 승리하더라도 넘어야 할 산이 많아 경영권을 탈취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박찬구 회장의 지분이 승계 과정에서 희석될 수 있어 위기감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삼촌 박찬구 ‘경영 능력’ vs. 조카 박철완 ‘주주 친화’
오는 26일 주주총회를 앞둔 금호석화의 경영권 분쟁이 막판 표심잡기에 돌입했다. 박찬구 회장 측 지분이 14.9%, 박철완 상무 측 지분이 10.2%로 차이가 크지 않아 주주 표심에 따라 주총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탓이다.
선공은 박철완 상무가 시작했다.
박 상무는 △배당확대와 △본인의 사내이사 추천 △본인과 우호적인 인물4인의 사외이사 및 감사 추천 등을 안건으로 제안했다. 이와 함께 △보통주를 주당 1500원에서 1만 원 △우선주를 주당 1550원에서 1만1050원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찬구 회장 측은 박철완 상무의 제안을 모두 수용하면서 배당 확대와 중장기 성장전략 발표로 대응했다.
박 회장 측은 △보통주 주당4200원(대주주4000원) △우선주 1주당 4250원을 배당하는 안을 내놨다. 또, 별도 재무제표 기준 20~25%의 배당성향을 2~3년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 외에 △2025년 매출액 9조 원 △ESG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보상위원회 설치도 약속했다.
양 측은 결국, 주총 표대결을 통해 정면 승부하게 됐다. 박찬구 회장은 ‘경영 능력’으로, 박철완 상무는 ‘주주친화정책’을 중심으로 표몰이에 나선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의견 엇갈려
ISS, “박찬구 측 제안에 모두 찬성”
박철완 편 글래스루이스, 일부 반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들의 의견도 나뉘었다.
ISS는 박찬구 측이 제안한 안건 전부에 대해 찬성 입장을 내놨다. 특히 권고안을 통해 “박철완 상무의 제안이 과격하고, 충분한 설득력이 없다”며 “회사에 과도한 재무적 부담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주총의 핵심 쟁점 사안 중 하나인 사내이사‧사외이사 선임 건에 대해서도 박찬구 회장 측이 추천한 인물 선임안에 모두 찬성했다.
또다른 의결권 자문기관 글래스루이스는 박철완 상무 본인의 사내이사 선임안에 대해 찬성 권고했다. 이와 함께 박철완 상무가 제안한 △배당안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선임안 △내부거래위원회 및 보상위원회 설치, 관련 정관 신설안 △민준기 후보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회 선임안에 찬성하는 입장을 내놨다.
다만, △이병남 후보 감사위원회 및 사외이사 선임 △조용범, 최정현 후보의 사외이사 선임 건에 대해서는 반대했다.
계열사 노조, 과거사 들추며 박찬구 지지
“경영진 능력 따라 노동자 삶 바뀐다”
금호석화 계열사 노조는 일제히 박찬구 회장 측 편에 섰다. 과거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무리한 경영 탓에 회사가 힘들었던 경험이 있는 점, 박철완 개인의 사리사욕을 위해 회사 장악을 시도하고 있는 데 대한 우려 등이 이유로 꼽혔다.
금호석유화학 노동조합은 “금호그룹 워크아웃 이후 회사 정상화를 위해 불철주야 노력했고, 그 결과 금호석화가 세계 일류 기업이 됐다고 자부한다”며 “말도 안 되는 주주제안과 사리사욕을 위한 경영권 분쟁으로 회사를 흔들고, 위기로 몰아가는 박철완 상무에 대해 노조가 더 이상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압박했다.
금호피앤비화학 노조 역시 역시 과거 금호 아시아나그룹 경영진의 경영에 따른 부실화를 지적했다.
금호피앤비화학 노조는 “과거 경영진의 매각 시도로 노사간 반목과 불신이 이어졌고, 유례없는 5년 연속 파업을 겪었다”며 “혼돈의 시절을 겪으며 느낀 교훈은 경영진의 비전과 경영 능력에 따라 노동자들의 삶과 생계의 터전인 직장을 한순간에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금호석화의 괄목한 만한 성장은) 현 경영진이 장기적 비전을 갖고 꾸준히 증설, 회사의 경쟁력과 가치를 높인 데 따른 것”이라며 “노동자들은 금호석화의 경영권 분쟁소식에 과거로 회귀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전했다.
노조, “주주가치 제고?…박철완 주머니에 300억”
“박삼구 편 섰던 박철완, 석화 팔아버리려 했다”
박철완 상무 개인의 사욕을 위한 제안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금호피앤비화학 노조는 “박철완 상무의 배당결의는 주들의 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은 경영인보다 정치인을 떠올리게 한다”며 “경영권을 확보하고 보자는 목적으로 주주배당을 7배로 올리는 것이 제대로 된 경영자의 사고방식인지, 회사가 주주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이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배당금을 올리다는 명분을 앞세워, 박 상무 스스로가 300억 넘는 배당금을 챙기게 되는 만큼 의구심이 든다”고 덧붙였다.
금호미쓰이화학과 금포폴리켐 노동조합도 박철완 상무를 향한 쓴소리를 내뱉었다.
양사는 공동성명서를 통해 “10여년 전 금호그룹이 갈갈이 찢겨져 나갔을 당시 박철완 상무는 박삼구 전 회장의 편에 서 멀쩡한 금호미쓰이화학을 경쟁사에 매각하려했다. 경영 부실에 대한 책임을 지기는커녕 금호폴리켐의 주요 자산까지 매각을 계획해 자신들의 배만 불리려 했다”고 개탄했다.
이들은 특히 “박 상무의 경영권 장악을 막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철완 상무는 최근 기자간담회를 갖고 "조카의 난이나 집안싸움이 아니라, 모든 이해 관계자들의 이익을 최우선에 둔 10년 고민의 결과물"이라고 해명했다.
당시 금호석화와 계열사 노조가 반발하고 있는 데 대해 박철완 상무는 “기업과 주주가치가 제고된 후, 임직원과도 이를 공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 2006년 대우건설, 2008년 대한통운을 인수하면서 재무구조가 악화돼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이후, 석유화학 부문 계열사들이 금호석유화학그룹으로 계열 분리됐고, 박삼구 전 회장과 박찬구 회장이 분리 경영을 시작했다. 박철완 상무는 박찬구 회장의 형 故 박정구 금호그룹 회장의 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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