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지예 기자]
맥주시장에 ‘녹색 바람’이 불고 있다. 과거 갈색병이 주를 이뤘던 것과는 달리, 최근 국내 맥주시장은 깨끗하고 순한 이미지를 내세운 녹색병이 대세가 되는 분위기다. 병 색깔 변화뿐 아니라 시장이 치열해지면서 광고 모델 경쟁도 불붙고 있는 눈치다.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테라’ 맥주는 출시 2년 만인 지난 달 누적 판매 16억5000만병을 기록했다. 지난해 맥주 부문 전체 판매량은 2019년 대비 12% 증가했고, 테라 판매량만 보면 105%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트맥주가 선전한 배경에는 테라가 확실한 대표 상품으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하이트진로는 테라 덕분에 지난 10년간 이어져 온 맥주 사업 적자도 지난해 탈출에 성공했다.
테라의 성공 요인 중 하나로 녹색병이 꼽힌다. 기존 갈색병 중심의 맥주 시장에서 녹색병으로 차별화함에 따라 깨끗한 이미지를 강조해 브랜드 선호도를 높였다는 분석이다. 브랜드 간에 맥주 맛의 차별화, 품질 고도화와 동시에 병 색상까지 변화시킴으로써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한 마케팅을 강화한 차원으로도 읽힌다.
상황이 이렇자 시장 점유율 1위 오비맥주도 지난 2월 국내산 쌀을 주원료로 한 ‘한맥’을 출시했다. 한맥은 테라와 같은 녹색병을 컬러로 채택해 출시했다. 오비맥주가 녹색병으로 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는 오비맥주가 테라의 경쟁상대로 한맥을 포지셔닝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맥의 가세로 녹색 맥주병이 트렌드로 자리잡을 가능성도 커졌다.
이와 함께 오비맥주는 최근 자사 대표 브랜드인 카스 병제품을 투명병으로 바꿔 새롭게 출시함으로써 자사 브랜드 간 병 색상을 다변화하는 컬러 마케팅을 포인트 중 하나로 내세우고 있다.
업계가 갈색병이라는 기존의 틀을 깨고 녹색병을 도입한 데는 최근 비대면 시대를 맞아 홈맥주 시장을 잡기 위한 쟁탈전이 치열한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는 병 차별화뿐만 아니라 각 사별 브랜드 화제성을 끌어내고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국내 최정상의 배우와 가수를 모델로 내세우고 있다. 과거와 달리 오프라인에서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프로모션 활동 자체가 어려워지자 TV 광고와 온라인을 활용한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는 모양새다.
특이한 점은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의 대표 모델인 두 배우가 과거 상대 브랜드에서 모델로 활동했다는 점이다. 현재 하이트진로 테라 모델인 공유는 지난 2012년 오비 골든라거로 활동했고, 오비맥주 한맥 모델인 이병헌은 2002년 하이트맥주 모델로 활동했다. 양 사 모두 두 배우가 경쟁 브랜드 얼굴이었던 점을 알고도 선택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사례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경쟁 브랜드 모델로 활동한 이력이 있는 경우 초기 선정단계에서부터 배제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며 “그런 면에서 과거 경쟁 브랜드 모델이었던 배우들을 기용한 것은 톱 모델이 한정돼 있는 시장 상황을 떠나 그만큼 맥주시장 상황이 치열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당분간 홈맥주 시장을 잡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며 예전과 달리 오프라인 행사 등이 어려워 TV 광고에 집중할 수밖에 없어 브랜드 모델을 앞세워 브랜드 이미지 강화에 주력할 것”이라며 “테라와 한맥 간 금년 펼쳐질 녹색병 경쟁에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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