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지예 기자]
장보기 앱 마켓컬리가 연내 미국 증시 입성에 도전한다. 상장 추진 배경으로는 쿠팡의 화려한 뉴욕 증시 상장이 꼽힌다. 하지만 쿠팡의 상황과 비교해볼 때 업계에서는 컬리의 도전이 무리수로 끝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 마켓컬리 운영사 컬리는 연내를 목표로 상장 추진에 나섰다. 지난달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는 연내 상장을 위한 계획을 금융인들과 논의하고 있으며, 쿠팡처럼 미국 뉴욕 증시 상장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앞서 쿠팡은 지난달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해 공모가 기준 630억 달러(한화 약 71조8000억 원)에 달하는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마켓컬리는 치열해지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올해 안에 상장을 추진해야 한다고 봤다. 실제 김 대표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빅플레이어 위주로 재편될 것으로 보여 올해 상장을 추진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뒤처질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외 기업공개(IPO) 시장 상황이 좋고 지난해 실적이 개선된 점도 상장 추진을 앞당긴 요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컬리가 넘어야 할 산도 많아 보인다. 우선 해마다 늘고 있는 영업적자다. 마켓컬리는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손실 1162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1012억 원)보다 적자폭이 150억 원(14.81%) 가량 확대됐다. 같은 기간 매출은 9523억 원으로 전년 대비 123.5% 증가했지만,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소비가 급증하며 대다수 이커머스 기업들이 수혜를 봤음을 감안하면 적자폭이 확대된 건 아쉬운 대목이다.
물론 쿠팡도 기하급수적인 적자로 매년 우려의 시선이 가득했다. 하지만 최근 쿠팡은 영업적자를 지속적으로 줄여나가는 데 성공하고 있다. 2018년 쿠팡의 영업손실은 1조1279억 원으로 정점을 찍었지만, 다음해인 2019년 처음으로 7205억 원으로 감소했고 지난해에도 다시 5504억 원으로 줄었다. 동시에 매출은 폭발적으로 성장 중이다. 2018년 4조3546억 원에서 2019년 7조1531억 원으로, 지난해는 13조9236억 원으로 증가했다. 매출은 늘고 적자는 줄면서 쿠팡이 그동안 추구해온 한국판 아마존 모델에 다가서고 있고, 이것이 미국 증시 상장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부채 증가 속도가 높다는 점 역시 위험 요소다. 각 사 감사보고서를 살펴보면 지난해 쿠팡의 부채는 전년 대비 81.86% 늘은 5조4784억 원을 기록했으며, 자본은 -3585억 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컬리의 부채는 5955억 원에서 1조1189억 원으로 87.97% 증가했고, 자본은 -3200억 원에서 -5319억 원으로 줄었다. 쿠팡보다 재무상태가 더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이에 대해 컬리 측은 "회계기준을 국제기준으로 변경하면서 부채가 증가했다. 기존 기준으로는 자본 계정으로 분류됐던 전환 주식 등을 국제기준에서는 부채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는 영업활동과는 무관한 부채의 증가이며, 보통주 전환 시 자본항목으로 변경된다"고 설명했다
대형 투자자가 없다는 점도 쿠팡과 상황이 다르다. 쿠팡은 ‘소프트뱅크’라는 강력한 투자자를 등에 업고 수조 원대 누적 적자를 감내해왔다. 실제 실탄 우려가 터질 때마다 쿠팡은 소프트뱅크의 수혈로 대규모 투자를 이어올 수 있었다. 쿠팡은 소프트뱅크로부터 2015년 10억 달러(약 1조 원)에 이어 3년 뒤 2018년 20억 달러(약 2조 원)를 추가 유치하면서 유동성 우려를 불식시켰다. 소프트뱅크가 쿠팡에 투자한 금액만 총 3조4500억 원에 달한다. 반면, 컬리가 현재까지 투자받은 금액은 약 4200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쿠팡과 비교하면 새 발의 피에 불과한 셈이다.
아울러 마켓컬리가 상장을 앞두고 노선을 변경한 게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마켓컬리는 몸집을 불리기 위해 최근 상품 가짓수를 늘리고, 최저가 가격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그동안 고급화 전략, 신선식품 등이 강점이었던 마켓컬리가 상장 작업에만 매몰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향후 이커머스 시장 판도가 치열해지며 출혈 경쟁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밖에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김 대표의 지분이 줄어들었다는 측면에서 지속가능한 경영이 가능할지 물음표가 붙는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 대표가 확보한 컬리 지분은 2019년 10.7%에서 2020년 말 기준 6.67%로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마켓컬리는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그동안 신선식품을 비롯해 마켓컬리에만 있는 독점 상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많았다”며 “그동안에는 신선식품 특화가 큰 장점이었지만 투자 유치에는 메리트가 없다 보니 다급하게 덩치를 키우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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