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박세욱 기자]
공군의 전투장비를 유지 보수하는 전문업체가 멀쩡한 장비를 결함이 있는 것처럼 서류들을 조작해 수백억원에 달하는 정비대금을 편취한 사건이 발생했다. 또한 이를 감시해야 할 국방부 소속 공군 기술검사관마저 업체로부터 뇌물을 받고 비리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줬다.
최근 군사 장비의 잇따른 결함으로 국민들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방산업체의 비리가 적발됨에 따라 주무관청의 철저한 관리가 요구된다.
지난 2일 방산업계 및 감사원에 따르면 국내 공군 전투장비 정비 외주업체인 ‘블루니어(대표 박기성)’가 공중전투장비의 핵심전자장비 등을 정비하면서 결함이 없는데도 신품을 구입해 교체한 것처럼 꾸며 240억여원의 정비대금을 과다 수령했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달 30일 감사원이 2010년 4월 발생한 링스헬기 추락사건 이후 공중전투장비의 유지·보수 강화를 위해 국방감사단 3개과를 신설, 방산비리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방산원가분야 기동점검’ 결과에 따라 외부로 드러났다.
감사원의 사건 발표는 실로 충격적이었다. ‘블루니어’는 이상이 없는 KF-16 전투기 등의 부품 3만여개를 신품으로 교체한 것처럼 서류를 꾸미고 세금계산서를 제출하는 수법으로 240억여원을 편취했다.
통상 외주정비업체는 정비부품을 구입해 교체하고 폐부품을 반납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업체는 부품구입 증빙 및 기술검사에 대한 제 서류를 제출하면 방위사업청 및 각 군으로부터 정비대금을 수령하게 된다.
실제 블루니어는 결함이 없는 다운컨버터(주파수 변환기) 등을 교체한 것처럼 ‘상태검사결함기록부’를 허위로 작성해 제출했다.
블루니어는 폐자재를 수출했다가 다시 수입한 것처럼 위장해 170억여원의 수입신고필증을 받거나 실제 구입하지 않은 부품을 구입한 것처럼 속여 79억여원의 세금계산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이렇게 편법으로 챙긴 돈은 블루니어 박 대표의 비자금과 아파트 구입 등 개인 주머니로 흘러 들어갔다고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무엇보다 외부업체를 감시해야 할 군 담당자마저 비리를 묵인해 주는 대가로 금품을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부품 기술검사를 담당하는 공군 군수사령부 A준위는 블루니어 박 대표에게 5000만원을 뇌물로 받고 관련 서류를 승인했다. A준위는 박 대표에게 받은 돈으로 주식투자 등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감사원은 블루니어 박 대표 등 2명에게 사기, 재산국외도피, 횡령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공모자 8명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 참고자료를 제공했다. 공군 군수사령관에게는 A준위에 대한 파면조치를 요구했다. 이와 함께 방위사업청장과 공군 군수사령관에게도 부당이득 481억2000만원과 가산금 215억여원을 환수하도록 통보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링스헬기 추락사고와 같이 공중전투장비의 유지보수가 부실해 사고가 날 경우 첨단군사장비의 망실은 물론 조종사 등 군 전문 인력의 사상으로 군 전력에 큰 손실을 초래한다”며 “앞으로도 방산비리 근절을 위해 무기도입 또는 업체선정 과정의 불법 리베이트 수수, 원가 부풀리기, 정비업체 부당선정 및 불량무기 납품 등 방산비리 근절에 국방감사단 감사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블루니어의 박대표는 공군항공과학고교(9기) 출신으로 2009년이어 2010년 공군전우회에 기부하는 등 공군 발전에 기여한 바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블루니어는 현재 홈페이지 접근 불가 등 모든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