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무소속 홍준표 의원의 복당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홍 의원은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당원과 국민들의 복당 신청 요구가 빗발치고 있어 이젠 돌아가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며 “오늘자로 국민의힘 복당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제21대 총선 공천에 반발해 탈당한 지 1년 2개월 만의 일이다.
이러자 국민의힘은 홍 의원 복당이 가져올 손익 계산으로 분주하다. 기본적으로는 복당을 막을 명분이 없고, 대권주자급인 홍 의원 복당이 당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주장이 우세하다. 그러나 초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당이 ‘도로 한국당’ 이미지로 회귀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安·尹도 되는데 洪 안 될 이유 있나”
우선 당권주자들은 홍 의원 복당에 긍정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다. 비슷한 상황에 놓였던 권성동·김태호 의원이 복당한 상황에서, 홍 의원만 ‘차별 대우’를 할 수는 없다는 논리다. 주호영 전 원내대표는 11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홍 의원 복당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내년 대선을 앞두고 야권 대통합, 대화합이 승리에 꼭 필요하다”며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고 하는 자체가 맞지 않다고 본다”고 답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10일 CBS <김종대의 뉴스업>에 출연해 “우리 당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게 문호를 열겠다고 하고 있지 않나”라며 “안 대표는 과거 저희 당을 굉장히 신랄하게 비판했던 적도 많았고, 윤 전 총장은 저희 당 출신 대통령 2명을 감옥 보낸 사람이다. 그 정도 스펙트럼에까지 문호를 열겠다는 당이라고 한다면 홍 의원이 들어오는 것을 막을 이유가 있겠느냐”고 했다.
홍문표 의원 역시 지난달 26일 <시사오늘>과의 인터뷰에서 “빅텐트를 쳐서 모두 다 맞이해야 한다. 지난 총선 때 탈당했다가 무소속으로 당선된 분들이 네 분인데, 그 중에서 두 분은 받고 두 분은 안 받았다. 그건 옳지 않다”며 “제가 당대표가 되면 누구에게나 기회를 다 열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홍 의원 복당이 대선 경선 흥행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지난주 <시사오늘>과 만난 국민의힘 관계자는 “홍 의원이 ‘막말 프레임’에 갇혀 있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그렇게 강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건 국민들의 관심을 끄는 메시지 전달 능력이 탁월하다는 의미”라며 “게다가 팬덤도 강한 분이라, 홍 의원이 대선 경선에 참여하면 그 자체로 엄청난 흥행 요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로한국당 이미지, 대선에 도움 안 돼”
그러나 반발 여론도 적지 않다. 4·7 재보궐선거를 기점으로 국민들의 지지를 회복하고 있는 상황에서, 홍 의원 복당이 국민의힘 이미지를 과거로 돌려놓을 수 있다는 우려다. 김근식 서울 송파병 당협 위원장은 14일 자신의 SNS를 통해 “그러잖아도 전당대회 앞두고 ‘도로영남당’, ‘도로한국당’ 논란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에서 홍 의원의 복당은 ‘도로탄핵당’ 이미지를 소환할 수밖에 없다. 내년 대선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당권 주자인 김웅 의원도 12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대선 최악의 상황은 황 전 대표(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나 홍 의원이 우리 당 대선 후보가 되는 것”이라며 “당이 아무리 서민, 노동을 중시해도 힘없는 경비원에게 ‘네까짓 게’ 이런 말 한마디면 선거는 끝난다. 홍 의원은 아직 그런 막말을 사과하지 않았다”고 직격했다.
김재섭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 또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저는 26년간 당을 지켜온 홍 의원님의 충심을 지키는 유일한 길이 복당하지 않으시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서, 시대가 바뀌고 민심이 바뀌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살펴본다면 무엇을 하셔야 할지 더 잘 아시리라 믿는다”고 했다.
나아가 홍 의원 복당이 어렵사리 봉합 국면에 접어든 ‘강성보수’와 ‘중도보수’의 갈등을 재점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제주도지사 등 차기 대권주자들이 중도보수 기치를 내걸고 있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홍 의원의 당내 경선 전략은 강성보수를 결집시킨 뒤 ‘배신자’ 프레임을 재가동하는 쪽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도 14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홍 의원이나 황교안 전 대표의 활동 재개가 걱정되는 건 이 분들이 탄핵 무효를 외치는 분들과 결합할 경우 또 다시 당이 탄핵 프레임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이제야 좀 정상화되려고 하는 당을 위해서 현명한 판단을 해주시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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