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금리 문턱 낮아져 ‘기대’…DSR 규제강화가 변수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병묵 기자]
나날이 커져만 가는 대출시장에 제2금융권이 들썩인다. 카드론은 지난해 사상 최고 이용액을 기록하면서, 많은 카드사들이 대출 영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저축은행도 오픈뱅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결정했다. 마침 중금리 대출 금리상한이 일부 풀리면서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이다. 다만, 최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가 카드론에 적용된다는 소식이 변수로 지목된다.
카드대출의 대표 상품인 카드론 규모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17일 국민의힘 윤두현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7개 전업 신용카드사(신한·KB국민·삼성·현대·롯데·하나·우리카드)의 카드론 잔액은 32조 460억 원에 달했다. 전년 대비 약 10%, 3조 가까이 오른 수치다.
금융당국의 신용대출규제 등으로 제1금융권의 문턱은 높아졌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인한 생활대출을 비롯해 소위 '영끌'과 '빚투' 열풍이 불며 제2금융권의 수요가 대거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카드사들은 다양한 상품으로 대응했다. 마이너스 카드, 리볼빙 할인 등을 앞세워 적극적인 마케팅에 돌입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1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결제환경의 변화 등으로 기존 수익이 하락한 카드사들이, 대출시장을 새로운 주력 비즈니스 모델로 하는 전략을 수립했다"라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중금리대출 시장도 커질 가능성이 점쳐지며 카드사로선 '영업 확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상황이다. 지난 달 25일 금융당국은 오는 7월부터 법정 최고금리를 낮추는 중금리 대출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금리 상한 요건이 카드사는 14.5%에서 11.0%로, 저축은행은 19.5%에서 16.0%로 낮아질 전망이다. 대출문턱이 낮아지면 수요가 더 늘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저축은행의 행보도 바빠졌다. 지난달 말 오픈뱅킹을 카드사(이달 말)보다 한 발 빨리 시작한 저축은행들은, 늘어난 대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마케팅과 상품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은 지난 1분기에 상당한 호실적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는데, 17일 금융권 실적발표 등에 따르면 하나저축은행은 5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1분기에 기록해 전년 동기대비 174.9% 증가한 기록을 남겼다.
카드사처럼 중금리 시장 공략도 열을 올릴 전망이다. 17일 금융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저축은행 중금리 사업자대출 조건도 달라진다. 지난해 11월 출시된 저축은행 중금리 사업자대출에 대해선 규제 인센티브가 주어지지 않고 있었으나 앞으로는 저축은행 중금리 사업자대출 공급실적에 대해 영업구역내 대출액에 130%로 가중 반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업계의 기대감과 별도로 변수도 있다. 특히 지난달 금융당국이 발표한 DSR규제의 강화안에 업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DSR은 대출 심사 때 개인의 모든 대출에 대해 원리금 상환 부담을 계산하는 지표로, 주담대뿐 아니라 신용대출과 카드론을 포함한 모든 금융권 대출 원리금 부담을 반영키로 하면서 향후 대출시장 축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카드사의 한 관계자는 1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DSR규제 시행이 시작되면 카드론은 수요가 줄어들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중금리 대출을 포함해 금리가 인하되면 소위 '파이'가 커지는 것보다 수익성이 빨리 악화돼 위기가 올 수도 있어 우려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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