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석 기자]

최문순 강원지사는 ‘메기’일까, 아니면 ‘이재명 대세론’을 잠재울 총대일까. 역할론을 두고 안팎에서의 평은 엇갈리는 듯하다.

‘메기 효과’라는 말이 있다. 정어리 수족관에 메기를 넣으면 생존을 위해 최고 속도로 힘껏 헤엄친다고 한다. 막강한 경쟁자가 등장하면 다른 경쟁자들의 능력도 향상된다는 취지에서 유래됐다.

최 지사는 스스로를 ‘메기’에 비유한다. 어릴 때 별명도 메기였던 것 같다. “동네 어르신들이 항상 웃는 저를 보며 문순아, 너는 뒤에서 봐도 입이 보이겠다” 말했다고 한다. 최근 페이스북 글이다. 웃는 모습에서 메기가 연상된 것도 같다. 경선에서도 메기를 자처하고 있다. 지난 3일 국회에서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그는 경선 판의 메기가 되겠다고 했다.

그는 “동해안에서 횟감을 잡으면, 수조에 싣고 태백산맥을 넘어오는데 메기 한 마리를 넣으면 물고기들이 메기를 피해 도망 다니면서 싱싱하게 살아서온다”며 “이번 경선에서 이렇게 당에 활력을 넣겠다”고 선언했다. 

메기를 자처한 배경에는 당의 무기력이 한몫 차지한 듯 보인다. “우리 당은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패배 후 여러 후유증을 겪고 있다. 수조 속 멀미 상태에 빠져있는 물고기들 같은 상태”라며 “활발한 토론을 통해 국민들께 잘못은 사과드리고, 문제를 분석하고 정신 차려 정권재창출에 나설 것”이라는 설명이다.

역할론에 대한 나름의 로드맵도 그린 분위기다. 지난 6일 최 지사는 당 지도부와 대선주자들에게 민주당 대선 경선 활성화를 위한 연석회의를 첫 번째 활성화 방안으로 제안했다. 내용에는 첫째 민주당 초선들에게 대선 출마 기회 부여, 둘째 싱어게인 트로트 경선 방식의 후보자간 정책 대결 제안, 셋째 경선 일정 연기에 대한 논의 등이 담겨 있다. 특히 경선 연기론과 관련해서는 “7~8월 휴가철에 진행될 예정이어서 관심을 끌기가 어렵고 코로나 위협도 여전하고 집단면역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점을 들어 필요성에 무게를 뒀다. 

경선 연기론은 당 쟁점 중 하나였다. 현행 당헌당규 상 민주당은 내년 3월 9일 대선일 180일 전까지 후보를 선출하기로 돼 있다. 날짜로 따지면 오는 9월 10일까지 본선 후보가 가려져야 한다. 반면 국민의힘은 대선일 120일 전인 11월 9일까지 뽑으면 된다. 민주당보다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셈이다.

예정대로 간다면, 대세론을 형성 중인 이재명 지사한테 유리하다. 이 지사도 일정대로 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지율 약체인 다른 대선주자들은 연기론에 힘을 싣고 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 이낙연 전 대표, 이광재 의원 등 대선주자들은 흥행을 위해서는 연기가 불가피하다고 보는 눈치다. 이처럼 이해관계가 얽힌 당사자들이라 원론적 담론에 머무르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최 지사가 공론화시킴으로 인해 반(反)이재명 연대 쪽으로 힘이 실리고 있어, 그의 역할론이 새삼 주목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소식통은 관련해 지난 7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대선주자로서 존재감이 적은 최문순 지사가 돌연 경선 판에 뛰어든 것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며 “이재명 대세론을 아웃시켜 친노(노무현)‧친문(문재인) 후보를 부활시키기 위해 총대를 멘 것일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전했다. “최문순 지사 캠프를 친노 진영이 주도하고 있는 줄 안다”며 “강원도지사 연이 있는 이광재 의원을 돕기 위한 역할론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이를 통해 “3선 강원도지사 역임 후 중앙 무대로의 진출을 꾀하려는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즉 이런 이유가 있지 않고서야 예비경선 통과 가능성조차 불투명한 최 지사가 쉽사리 나서지 않았을 거라는 관측이다. 

최 지사 캠프 측은 그러나 호사객들 프레임에 지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관계자는 같은 날 SNS 대화에서 세간의 시각과 관련 “전혀 그렇지 않다”며 “그런 말을 흘리는 분들이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최 지사의 존재감에 긴장하고 있다는 말로 해석 된다”고 응수했다.

캠프 측은 최 지사의 예비경선 통과도 자신했다. 이른바 “이-이-정-추(이재명‧이낙연‧정세균‧추미애) 빅4 컷오프 통과는 유력하다”는 전제로 “나머지 티켓 2장 중 한 장은 최문순 지사 몫이 확실시될 것”이라며 승산이 없지 않고서 출마조차 하지 않았을 거라는 설명이다. “일각서는 최 지사가 들러리로 보일 수 있다고 보겠지만, 민주당 경선 판의 첫 번째 이변이 될 것이고, 나중에는 4위 또는 3위까지 치고 올라갈 것”이라며 “태풍으로 바뀌면서 경선 판을 휘감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최 지사가 말한 대로 톡톡한 메기효과를 선보이며, 민주당 경선 판에 긍정적 파급력을 보일 거라는 셈법이다. 

여의도 시각으로 읽기에는 한계가 따를 거라는 분석도 더해졌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관련 통화에서 “민주당은 헌정사상 최대 의석을 확보했지만, 국민들은 이재명 경기지사나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 당내 비주류나 제3후보군에서 대선주자를 찾고 있는 형편”이라며 최 지사 출현 역시 그런 맥락에서 관전 포인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