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도 측 “라면가 인상 이슈 불거지기 전 기획, 더왕뚜껑과 전혀 다른 제품”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지예 기자]
팔도가 용기면 ‘왕뚜껑’을 봉지면으로 만든 신제품 ‘왕뚜껑 봉지면’을 출시한 것을 두고 실질적인 가격 인상 효과를 노린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팔도 측은 이번 신제품은 라면가 인상 이슈가 불거지기 전부터 기획된 만큼, 사실아 아니라는 입장이다.
지난 3일 팔도는 왕뚜껑 이름을 딴 첫 번째 봉지면인 '더왕뚜껑'보다 더 비싼 가격에 왕뚜껑 봉지면을 선보였다. 팔도는 보도자료를 통해 ‘신제품 가격은 용기면 대비 22% 가량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왕뚜껑 용기면 가격이 1150원임을 감안하면 왕뚜껑 봉지면 가격은 개당 약 900원이다. 이는 2018년 1봉지당 830원에 출시된 봉지면 더왕뚜껑에 비해 8.43% 가량 높은 수준이다.
기존 제품 가격을 올릴 시 반발 여론이 생길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신제품을 통해 우회적으로 가격 인상 효과를 노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라면업계에서는 오뚜기, 농심이 라면 값을 올리기로 결정하면서 도미노 인상이 현실화되고 있다. 팔도, 삼양식품도 현재 가격 인상 요인이 충분하다고 판단해 인상 시기와 대상 제품, 인상폭 등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팔도 측은 왕뚜껑 봉지면이 더왕뚜껑과 완전히 다른 새로운 제품인 만큼, 꼼수 가격 인상이라는 주장은 무리가 있다고 해명했다.
팔도 관계자는 "왕뚜껑 봉지면은 용기면 콘셉트를 충실하게 따라가는 방향으로 중량도 늘려 새롭게 출시한 제품. 더왕뚜껑과 이름은 비슷하지만 같은 제품으로 만든 게 아니다"라며 "신제품은 지난해부터 기획에 들어간 만큼, 최근 가격 인상 이슈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앞선 제품인 더왕뚜껑을 지우려는 포석임은 분명해 보인다. 팔도는 더왕뚜껑 봉지면 출시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2018년 선보인 더왕뚜껑에 대한 언급을 전혀 하지 않았다. ‘자사 기존 봉지면 대비 얇은 면발을 적용했다’는 문장에서도 자사 기존 봉지면이 더왕뚜껑인지 다른 제품을 뜻하는지 구체적인 설명은 없었다. 더왕뚜껑의 존재를 모르는 소비자들은 이번 제품이 왕뚜껑을 활용한 첫 봉지면이라고 여길 여지가 상당하다.
이는 더왕뚜껑에 대한 시장 반응이 좋지 않았기에 팔도가 굳이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더왕뚜껑은 이름만 왕뚜껑에서 따왔을 뿐 용기면과는 맛이 확연히 달라 호불호가 갈렸다. 더왕뚜껑은 용기면의 매콤하고 칼칼한 맛이 아닌 부드럽고 순한 맛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용기면 맛을 기대했던 소비자들에게는 외면 받을 수밖에 없었다.
반면, 왕뚜껑 봉지면은 소비자 의견을 반영해 기존 용기면 맛 구현을 최우선으로 삼고 얇은 면발과 얼큰한 국물을 살리는 데 초점을 뒀다. 이번 신제품 반응에 따라 더왕뚜껑은 라인업에서 정리될 가능성도 있다. 이는 팔도에서 마치 왕뚜껑 봉지면 제품을 첫 출시한 것처럼 의도적으로 마케팅을 펼쳤다는 의혹이 제기될 만한 대목이기도 하다.
실제로 팔도의 한 관계자는 앞선 기사에서 “더왕뚜껑도 생산을 계속 할 계획”이라면서도 “소비자들 사이 제품 간 혼동이 있으면 판매량을 보고 판단할 것 같고 지금 단계에선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관련 기사: ‘더왕뚜껑’은 ‘왕뚜껑’ 아니다?…팔도, 왕뚜껑 봉지면 미스테리, http://www.sisa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30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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