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석 기자]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은 뒤에는 당내 개혁을 주도하는 소장파 남원정(남경필, 원희룡, 정병국) 일원으로 불렸다. 그는 제왕적 총재였던 이회창에 맞서 당 내 민주화와 개혁을 통한 공정 사회를 꿈꿔왔다.
원 전 지사는 요즘 지사직을 접고 대권에 올인 하면서 일관되게 ‘공정 경선’을 주장해 온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몇몇 대선 후보들의 요청에 의한 토론회를 열려하고, 경선준비위원회가 이를 강행하려 할 때 원 전 지사가 강조한 것들 모두 공정 경선에 관한 문제였다.
“당헌 당규 상 아무런 근거도 없는데 당 대표의 아이디어라고 밀어붙이는 독단에 대해선 절대 동의할 수 없다”, “아무 권한도 없는 경준위에 당대표가 중재안을 청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의 본질을 철저히 숨기고 있다. 공정성에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은 서병수 경준위원장을 선관위원장으로 임명하려는 의도 말이다”, “당 대표가 공정한 관리자로서의 역할에 의심을 받는 순간, 흥행 성공은커녕 판 자체가 깨져버리는 파국으로 갈 수밖에 없다” 등.
일련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적한 것들 모두 공정 경선을 강조한 맥락이다. 원 전 지사는 누구보다 자신의 강점을 살려 토론회를 통해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싶었을 테지만, “이대로는 공정한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할 수 없다”는 생각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그동안 이준석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 되면 지구를 떠날 거야”, “유승민 대통령 만들어야” 등 과거 발언 논란에 이어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와의 대화 녹취록 유출 파문 건으로 불공정 경선 도마에 올라 있었다. 야권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때리기’가 특정 후보를 위한 경선 판 때문 아니냐는 의심을 키워왔다.
공정 경선을 놓고 원 전 지사와 이 대표 간 갈등이 첨예해 지자, 특정인이 이준석 지키기에 나서고 있다. 원 전 지사가 최근 이 대표와의 통화 중 듣게 된 ‘저거 정리 된다’는 발언이 윤석열 예비후보를 가리키고 있다며 불공정 경선을 제기하자, 이 대표를 대신해 원 전 지사를 공격한 인물이 있다. 대선 예비후보인 하태경 의원이다. 하 의원은 17일 YTN 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이준석과의 사적 통화 내용을 터트린 원희룡의 더티플레이”라고 힐난했다.
같은 날 또 한 명의 정치인이 원 전 지사를 공격했다. 오신환 전 의원이다. 유승민 대선 예비후보 캠프에서 종합상황실장을 맡고 있는 오 전 의원은 같은 날 JTBC <썰전 라이브>에 출연해 “원희룡의 사적 대화 노출이 실망스럽다”고 저격했다.
현재 이 대표 자신은 ‘윤석열 정리’ 뜻이 아니었다며 원 전 지사와의 대화를 녹음해둔 녹취록 일부를 공개한 상태다. 원 전 지사는 이 대표 발언의 맥락상 ‘윤석열 정리’가 맞다며 녹음본 전체를 공개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그러자 또 하 의원이 나섰다. 원 전 지사를 향해 “더 이상 분탕질로 당을 흔들지 말고 즉각 대선 예비후보에서 사퇴하라”고 몰아세우기까지 했다.
이준석, 하태경, 오신환 등은 모두 유승민 대선 예비후보를 따라 새누리당을 탈당해 바른정당을 창당했고, 바른미래당을 거쳐 새로운보수당을 만들었다가 다시 자유한국당(구 새누리당)에 복당해 미래통합당 당명 개정을 거쳐 현 국민의힘에 이른 경우다. 유승민 예비후보가 장미 대선 당시 바른정당 대선후보로 출마할 때도 물심양면으로 도운 인사들이다.
공정 경선을 하자는 게 왜 분탕질이며 대선 예비후보를 사퇴해야 되는 것인지 이들에게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더 나아가 공정 경선을 주장하는 원 전 지사를 향해 '사적 통화'와 '후보 사퇴'를 주장하며 물타기에 나섰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기자의 눈에는 유승민 캠프와 하태경 의원의 도넘은 이준석 감싸기가 애처롭기까지 하다. 이들은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공정 경선’을 주장하는 후보의 입을 막으려고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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