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악포럼] 원희룡 “고성장시대 끝나…청년세대 위한 구조개혁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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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악포럼] 원희룡 “고성장시대 끝나…청년세대 위한 구조개혁 절실”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1.09.15 16: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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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실에서 만난 정치인(184)〉 원희룡 전 제주지사(국민의힘)
“일자리 문제, 노동시장에서의 보상 체제 개혁해야”
“국민연금 고갈·국가부채 증가…세대 간 합의 필요”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9월 14일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북악정치포럼 연단에 섰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9월 14일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북악정치포럼 연단에 섰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9월 14일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북악정치포럼. 사회자인 민병웅 교수가 이날 강연자로 나설 원희룡 전 제주지사에 앞서 연단에 올랐다. 그러고는 원 전 지사에 얽힌 옛날이야기를 하나 소개했다.

“오늘 강연을 할 원희룡 전 제주지사 하면 떠오르는 일화가 있습니다. 원 전 지사는 1982년에 학력고사에서 전국 수석을 했어요. 그런데 학생운동을 하다가 정학을 당하고, 구로공단에서 직접 야학을 하고 하니까 학교에서 난리가 난 겁니다. ‘전국 수석을 한 학생이 저러다가 감옥이라도 가면 어떻게 하나.’ 그래서 원 전 지사 아버지께 연락을 드려서 ‘집에 데려가서 정신을 차리게 하든가 군대라도 보내라’고 설득했다고 해요.

이 말을 듣고 아버지께서 야학하는 곳을 찾아가셨는데, 원 전 지사가 강의하는 모습을 보고 마음을 바꾸셨다고 합니다. ‘희룡이가 진심으로 근로자들이 배우고 싶어 하는 걸 알고 봉사하는 거구나’ 하셨다는 거예요. 그래서 ‘좀 더 책임 있는 자리에 가서 그런 일을 계속했으면 좋겠다’는 내용의 편지 한 장만 남기고 고향으로 내려가셨다고 합니다. 그랬던 원 전 지사가 그 책임 있는 자리에 가겠다면서 대통령 후보로 나섰네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개천에서 난 용’이 된 소년. 그럼에도 어려운 사람들의 관심에 많던 청년. ‘무한 경쟁’을 말하는 보수 정당에서 ‘기회의 사다리’를 외쳤던 30대 정치인. 50대가 된 지금까지도 ‘소장파’의 마음을 간직한 이 대권주자는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20대 대선, 시대정신과 대한민국 혁신 과제’를 주제로 펼친 원 전 지사의 이야기를 들어 왔다.

 

“고성장시대에서 저성장시대로…구조 변화 모색해야”


원 전 지사는 일회적 지원보다 구조적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원 전 지사는 일회적 지원보다 구조적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지금까지 흘러가는 제20대 대선의 모습은 ‘복지 전쟁’으로 요약할 수 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기본소득에서부터 청년, 취업준비생, 신혼부부 등에 대한 지원까지 ‘누구에게 무엇을 주느냐’에 온통 관심이 쏠려 있다. 그러나 원 전 지사는 단순한 시혜적 정책은 대증요법일 뿐, 사회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현재 대한민국은 대전환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때문만은 아닙니다. 고성장시대에서 저성장시대로의 전환이 핵심입니다. 과거에는 양적 확장과 자원 투입을 통해 수출을 늘리고, 거기서 얻은 열매를 통해 임금이 상승하고, 호봉이 저절로 올라갔습니다. 그러나 이런 고성장시대는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기회의 총량 자체가 작아지고 사다리도 줄어들었어요.

아직까지도 우리 정치는 노사 갈등, 보수와 진보 간 국가 발전방향에 대한 논쟁 같은 것들이 주축이 되고 있어요. 하지만 이제 진보도 성장 방안을 내놔야 하고 보수도 성장의 과실이 골고루 확산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말해야 하는 시대입니다. 어떻게 보면 진보와 보수의 간극은 많이 메워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30대 이하의 미래 세대들에 대한 이야기가 빠져 있다는 겁니다. 일부 나오는 공약조차도 그저 청년들에게 돈을 주겠다는 식이 많습니다. 저는 결과적으로 물고기 몇 마리를 주겠다는 것보다는 어장을 만들고 청년들이 의사결정 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원 전 지사는 노동시장에서의 보상 체제 개혁을 강조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원 전 지사는 노동시장에서의 보상 체제 개혁을 강조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대증요법이 아닌 구조의 변화. 훨씬 효과적이지만 훨씬 어려운 담론을 제시한 원 전 지사는 구체적 방법론으로 노동시장에서의 보상 체제 개혁을 제시했다.

“지금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호봉제가 중심입니다. 과거에는 회사가 지속적으로 성장했기 때문에 승진하고 호봉이 올라가면 임금도 저절로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신입을 잘 뽑지도 않고, 기업도 빠르게 성장하지 못합니다. 이러면 청년들의 일자리는 제한되고, 취업을 한다고 해도 특정 연령이 됐을 때 기대할 수 있는 지위와 수입이 큰 폭으로 깎이게 됩니다.

이걸 해결하려면 노동시장에서의 보상 체제를 개혁해야 합니다. 박근혜 정부 말기에 임금피크제 도입과 직무급으로의 전환 시도를 했는데, 탄핵으로 인해 없던 일이 됐습니다. 문재인 정부도 직무급 체계로의 전환 이야기를 하고는 있지만, 말뿐입니다. 이걸 하려면 기업별로 노조와 합의가 돼야 하고 사회 전체적으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자영업, 정규직, 비정규직 등등 노동시장 내부에서의 이해관계가 조정돼야 하기 때문에 엄두를 못 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노사 간, 세대 간 합의를 하지 않고는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대통령이 누가 되고 정권이 누구한테 가는지를 떠나서,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에 미래는 없습니다.”

또한 원 전 지사는 국민연금 고갈과 국가부채 증가 등 현 세대를 위해 미래 세대에게 부담을 지우는 정책들에 대해서도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도 문제입니다. 물론 우리나라는 아예 적립금이 바닥난 상태에서 매해 보험금을 걷어 지급하는 유럽의 몇몇 나라들보다는 형편이 낫습니다. 하지만 우리도 2045년이면 적립금이 고갈된다고 합니다. 그러면 지금 청년들은 보험료는 내는데 연금은 못 받는 사태가 올 수 있습니다.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현 상황을 고려하면 미래 세대들은 국민 1인당 부담해야 하는 세금이 4~6배 늘어납니다.

국가부채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긴급재정을 쓸 수밖에 없지만, 세수가 늘어나면 그때그때 다시 채워 넣어야지 마이너스통장 한도액을 계속 늘리면 미래 세대에게 엄청난 부담이 됩니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미래 세대가 얼마나 부담을 해야 하는지, 그런 부담을 맡기려면 미래 세대를 위해 지금 세대가 얼마나 투자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합의를 이루고 그에 대한 정책도 제시해야 합니다.”

 

“부동산 폭등·출산율 저하, ‘국가찬스’로 해결할 것”


원 전 지사는 여러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국가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원 전 지사는 여러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국가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구조 개혁을 역설한 원 전 지사는 대한민국이 당면한 또 하나의 과제인 출산율에 대한 방안도 제시했다. 특히 원 전 지사는 기성세대가 갖고 있는 출산에 대한 인식과 미래 세대가 느끼는 출산에 대한 감각이 다르다는 점을 지적하며 ‘국가의 역할’을 강조했다.

“지금 우리나라 출산율이 0.8까지 내려가서 OECD 국가 중 최저가 됐습니다. 이러니까 어떤 사람들은 ‘애국하기 위해서 애를 낳아야 한다’고 하는데, 청년들에게 이런 메시지는 먹히지 않습니다. 과거에는 일단 아이를 놓으면 형제들이 업어서 키웠는지 모르지만, 이제는 어린이집도 가야하고 학교와 학원도 보내야 하는 시대입니다. 아이 한 명 키우려면 5억 원 가까이 든다고 하는데, 이렇게 되면 출산은 소득수준이 높은 사람들만 가질 수 있는 특권이 됩니다.

기성세대들은 과거 고성장시대에 맨손으로 결혼해 단칸방에 살면서 월급 모으고 청약저축 넣고 돈 생기면 부동산 투자도 하고 하면서 자산을 쌓아왔던 시절을 생각하는데, 시대가 달라졌습니다. 기성세대가 청년들의 어려움에 공감하면서 당사자의 문제로 인식해야 합니다.”

그러면서 원 전 지사는 자신의 대선 공약을 소개하면서 ‘원희룡의 해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원 전 지사는 자신의 공약으로 ‘국가 찬스’를 제시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원 전 지사는 자신의 공약으로 ‘국가 찬스’를 제시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그래서 저는 ‘국가 찬스’라는 걸 구상하고 있습니다. 우선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대학과 기업, 국책연구기관, 지역사회를 연결해서 인재육성과 취업을 연계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교육과 일자리, 국가의 혁신 과제가 전부 따로 놀고 있습니다. 이걸 연계해서 국가 혁신 과제를 위한 일자리를 창출하고 그 일자리에 맞는 교육을 청년들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또 청년들에게는 10년에 걸쳐서 2000만 원의 교육카드를 쓸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이 돈으로 등록금을 내든 직업훈련비로 쓰든 창업자금으로 활용하든 하면 됩니다. 대신 소비성으로 쓰게 하는 게 아니라, 능력을 키우기 위한 프로그램에만 쓸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내 집 마련을 위해서는 국가가 지분투자를 하는 ‘반반 주택’을 구상 중입니다. 예를 들어 5억 원짜리 주택을 구매하려 한다면 2억5000만 원을 국가에서 투자하는 겁니다. 나중에 저축을 해서 2억5000만 원을 내고 가져가면 자가가 되는 거죠. 다른 정책들은 땅을 찾고 집을 지어서 이걸 분양하겠다는 건데, 제가 제안하는 국가지분투자주택은 새로 짓는 것뿐만 아니라 기존에 있는 주택도 적정 수준의 집을 선택하면 지분 투자를 통해 구입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제도입니다. 제가 계산을 해봤더니, 5억 원짜리 아파트를 대상으로 할 경우 1년에 7조 원 정도면 10만 가구에 투자를 할 수 있습니다. 정부가 땅을 사고 집을 지어서 분양하는 예산보다 훨씬 적게 듭니다.

또 지금은 현실적으로 중소기업 종사자들이 육아휴직을 쓰기 어렵습니다. 이러니까 아이도 낳기 어렵죠. 저는 육아휴직을 의무화하고, 1년 동안은 부모가 키우게 하려 합니다. 대신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는 사람은 월에 최대 300만 원,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사람들도 월 100만 원 정도는 받을 수 있는 ‘부모 급여’를 도입하겠습니다. 2000년대 초반 독일과 스웨덴에서도 출산율이 1 이하로 내려갈 뻔했던 시기가 있었는데, 부모 급여를 도입하면서 출산율이 다시 고개를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원 전 지사는 자신이 생각하는 ‘정치인의 사명’을 밝히면서 강연을 끝맺었다.

“고성장시대에서 저성장시대로의 전환은 사회적 대전환입니다. 이 과정에서 나타날 수밖에 없는 노동·복지·재정에 대한 보상과 부담을 어떻게 조정할지, 미래 세대를 위한 자산과 교육의 기회 사다리를 어떻게 만들지, 의사 결정 과정에서 청년들이 어떻게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할지가 이 시대 정치인들의 핵심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대선 결과가 어떻게 되든, 제 정치인으로서의 사명은 이것이라고 생각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더 분발하고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드립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대통령실 출입)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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