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자·정치권, "창작자-네이버 계약 불공정" 한목소리
'플랫폼 갑질' 논란 재점화되나…문체부 실태조사 예정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한설희 기자]
네이버가 올해 3분기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웹툰을 비롯한 콘텐츠 부문의 성장세 덕분이다. 네이버가 지금까지 웹툰·웹소설 작가들에게 과도한 수수료를 부과하는 등 불공정 계약을 강요해왔다는 비판이 나온 상황에서 발표된 역대급 실적이라 향후 창작자들의 거센 저항이 예상된다. 업계에선 네이버가 마땅한 상생안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정부의 콘텐츠 규제가 강화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1일 공시에 따르면 네이버는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1조 7273억 원, 영업이익 3498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26.9%, 19.9% 증가했으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치다.
이번 호실적은 콘텐츠 부문의 폭발적 성장세 덕분이다. 콘텐츠 부문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60.2%, 전 분기 대비 27.2% 증가한 1841억 원을 기록했다.
업계에선 네이버의 ‘웹툰 대박’이 최근 불공정 논란의 정점에 섰던 창작자와 플랫폼 간 갈등을 다시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재주는 작가가 부리고 돈은 플랫폼이 착취해 간다는 주장이다.
현재 웹툰·웹소설 작가들은 네이버웹툰·카카오페이지 등 플랫폼에 과도한 수수료를 지급하는 유통구조가 불공정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2차 저작권과 해외 판권에 대해서도 네이버가 사측에게만 유리한 불공정 계약을 체결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한출판문화협회는 지난달 성명서를 통해 “네이버웹툰은 웹툰화를 명분으로 타 유통사에 유통 중인 원작 웹소설을 내려야 한다는 불공정한 조건을 내걸고 있다. 정부에 이들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강력한 대처를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김동훈 웹툰작가노조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1000만 원의 매출이 발생했을 때, 거대 플랫폼이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50%를 가져가고 나머지를 CP(제작사)와 메인작가가 나눈다”며 “메인작가는 보조작가와 글작가와도 나눠야 한다. 최저 생계비가 한참 모자란 상황에서 작품을 만들고 있다”고 호소했다.
네이버의 이번 웹툰 성과 때문에, 정치권에선 수익 배분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힘이 실릴 것으로 관측된다. 앞선 국정감사에선 김진구 네이버웹툰 대표와 이진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를 향한 ‘갑질’비판이 쏟아졌다.
실제 문화체육관광부는 양사가 참여하는 웹툰 상생 협의체를 이르면 오는 11월 말까지 출범할 계획이다. 플랫폼과 CP, 창작자 간 불공정 계약에 대한 정부 실태조사도 다음해본격적으로 실시된다. 황희 장관은 지난 국감에서 “정부 부처와 제작사, 플랫폼 등 관계자가 만나서 다 같이 이야기하는 자리를 만들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네이버는 올해 3분기 △웹툰 △웹소설 △스노우(카메라 어플) △제페토(메타버스 플랫폼) 등이 실적을 크게 견인했다. 이중 웹툰은 글로벌 크로스보더(해외에 공급하는 서비스) 콘텐츠가 확대되면서 지난해 동기 대비 79%의 성장세를 보였다. 스노우도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이 2배 이상 성장했으며, 제페토 역시 가입자가 지난해 대비 40% 증가하면서 2배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이날 컨퍼런스콜(실적발표회)을 통해 “네이버 웹툰 플랫폼은 올해 마블의 ‘블랙위도우’, ‘샹치’ 등 글로벌 지적재산권(IP)를 보유한 파트너들과의 협업을 본격화했다”며 “북미에서도 DC코믹스의 배트맨을 활용한 오리지널 웹툰을 선보여 론칭 1주일 만에 구독자 50만 명을 돌파했고, 북미 웹툰 월간 이용자 수(MAU)는 역대 최대치인 1400만 명을 돌파했다”고 강조했다.
박상진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제페토와의 협업으로 웹툰 IP를 메타버스로 확장할 수 있었다”며 “2억 4000만 명의 누적 가입자를 보유한 제페토는 브랜드와의 제휴, 라이브, 게임 등 새로운 기능들이 추가돼 매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네이버는 올해 4분기에도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최근 웹툰의 글로벌 IP 협업 강화, 스마트스토어 일본 진출 등 새로운 글로벌 도전이 진행되고 있으며, 향후 전세계를 무대로 더 큰 성장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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