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로 코로나 이기자”…실태와 실천적 대안 모색
“내년도 전체 예산 중 1.2%, 역대 2% 넘은 적 없어”
“문화예술계 진흥 위해서는 법과 제도적 개선 요구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석 기자]
“요즘 민주화, 민주화하지만 진짜 민주화를 위해 애썼던 민주투사입니다. 코로나 여파로 어려운 상황에도 문화예술계 발전에 앞장서고 있는 서강석 하남문화재단 대표이사를 모시겠습니다.”
‘문화로 코로나 이겨내자’
정운찬 동방성장연구소장(전 국무총리)의 소개로 환영의 박수가 이어지며 <명량, 죽을 힘을 다해 싸우다> 저자인 서강석 하남문화재단 대표의 강연이 시작됐다. 16일 오후 4시 서울대 교수회관에서 열린 동반성장포럼의 주제는 문화예술계의 코로나 실태와 위기 극복 활동 사례를 통한 실천적 대안을 모색해 보는 ‘문화로 코로나를 이겨내자’였다.
서 대표는 자신을 멋지게 소개한 정 전 총리에 화답하듯 청중을 보며 “혹시 삼총인을 아느냐”고 물었다. 다들 고개를 갸웃하던 중 한 사람이 “정운찬”이라고 소리쳤다. “예 맞습니다. 오늘 우리는 삼총인과 시간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운을 뗀 서 대표는 정 전 총리를 가리켜 “서울대 총장, 국무총리, 한국야구위원회(KBO)총재 등 대한민국에서 삼총을 한 분 아니냐”며 웃음을 안겼다. 이어 “나는 경기고 다니던 학력고사 시절 서울대를 두 번 떨어졌다”며 “그런 내가 서울대에서 그것도 교수회관에서 강연하게 돼 영광”이라며 또 한 번 좌중을 폭소케 했다.
1. 온오프라인 병행 방안
본 강연에서는 코로나 여파에 따른 문화예술계 실태가 전해졌다. 서 대표는 “코로나 여파로 줄줄이 전국의 축제나 공연이 취소되면서 문화예술계는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며 “오죽하면 코로나로 죽는 게 아니라 굶어서 죽겠다는 얘기가 나오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반성장을 달리하면 다 같이 잘 살고 즐거워하는 상생지락(相生之樂) 아니냐”며 “공연 역시 나라에서 무조건적 전면 취소하기보다 최소한 연기라도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문화예술계 역시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병행하면서 새로운 콘텐츠 개발과 아이디어를 통해 코로나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 성공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며 몇 가지 예시도 열거됐다. 관객 없이 오프라인으로 공연하고, 온라인을 통해 공개한 이유림의 <범 내려온다> 경우 총 29회에 걸쳐 1만 명이 관람했다. 그룹 <자우림>은 자동차 극장처럼 차 안에서 콘서트를 즐길 수 있도록 해 많은 호응을 얻었다. 서 대표는 “문화예술로 면역력을 높일 수 있다”며 문화예술계뿐 아니라 전 국민의 면역력 높이기 방안도 제시했다. 그는 “우리나라 국민은 태생적으로 문화예술인이다. 문학, 음악, 미술 등 모두 감상자인 소비자에서 창작도 하는 생산자를 병행하는 순간 그 효과는 대단해진다”며 “국민도 문화예술계도 상생하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 문화재정 확대와 제도 개선 제언
강연 후반부에는 문화예술 발전을 위한 예산 및 제도적 개선의 필요성이 날카롭게 제기됐다. 서 대표는 우리나라가 문화예술로 세계적 파급력이 높아가는 문화 강국임에도 정작 정부 투자는 박한 상황임을 꼬집었다. 그는 “2022년도 정부 예산 607조 7000억 중 문화체육관광부 예산은 7조 3968억으로 전체 예산의 1.2%밖에 안 된다. 역대 정부에서 문화예술 예산이 2%를 넘은 적이 한 번도 없을 정도”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문화재정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도적 문제 역시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일 수 있음이 제기됐다. 한 예로 지역문화진흥법 4조의 경우 1항에는 지역 문화의 진흥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그에 필요한 지원을 해야 한다고 의무화했지만 정작 2항에서는 지원할 수 있다는 정도로만 돼 있어 결국 안 해도 무방한 것으로 적시돼 있다는 지적이었다.
사뭇 진지해진 분위기가 감돌자 서 대표는 “그래도 내일의 전망은 밝아 보인다”며 “(이재명·윤석열) 여야 후보 모두 수락 연설에서 똑같은 말을 했다. 문화 강국을 이루겠다고 하더라. 누가 되든지 문화 강국은 되지 않겠느냐”고 말해 또다시 웃음을 전했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2년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포럼에 참석한 인사부터 서울대, 카이스트 원로 교수들이 손을 들고 다소곳하게 질문하는 모습이 인상을 남겼다. 코로나 확산을 잡으려면 단순히 자영업 규제를 높이기보다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며 영업장 내 번거로운 QR 코드 대신 주민등록이나 신용·체크카드 같은 1인 카드화 지급 방안을 추진하는 것도 대안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또 한 교수는 코로나가 디지털 문명의 가속화를 촉진하는 측면이 있다며 코로나 극복 후 문명은 다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질문을 듣던 서 대표는 코로나 전과 후로 문명은 바뀌었고, 이전으로 돌아가기는 이제 힘들어졌다. 새로운 인류 패러다임에 적응해야 한다고 답했다.
3. 더 나은 동반성장을 위해
강연이 끝난 뒤에는 정운찬 전 총리의 주재로 참석자들과 동반성장포럼의 발전적 미래를 위한 논의가 진행됐다. 회원들이 적극 임한 가운데 행사 장소를 둘러싼 접근성 개선 방향에 대한 찬반 의견부터 유튜브 등을 활용한 온오프라인 홍보 확대, SNS를 통한 소통 채널의 다각화 필요성 등이 제기됐다.
내년 봄 10주년 기념행사를 앞둔 포럼은 매달 정기적으로 열리며 이날로 82회를 맞고 있다. 동반성장이라는 실천적 경제이론을 통해 양극화를 해소하고 고르게 잘 사는 해법을 제시해온 정 전 총리의 지속적 노력이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특히 포럼에 초청된 각계 분야의 전문가들 제언은 시대 담론 형성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한편, 이번 행사에는 동반성장포럼 발전에 힘쓴 이들을 위해 감사패도 전달돼 더욱 화기애애했다. 정 전 총리는 “동반성장연구소는 한국사회의 문제점을 여러 영역에서 진단하고 각 부문의 동반성장을 위한 다양한 정책대안으로 모색해나가는 데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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