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종희 기자]
대한민국 기업들을 힘들게 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소위 ‘국민 정서법’이다. 우리나라 경제 체제는 자유시장주의가 원칙이지만, 국민 정서라는 명분 아래 무시되기 일쑤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대형마트로 하여금 매달 둘째 주와 넷째 주 일요일에 문을 닫게 한 것이다.
대형마트는 영리를 추구하는 민간기업이다. 이런 대형마트가 일요일에도 영업을 해서 돈을 벌겠다는 게 뭔 죄인가? 하지만 재래시장을 보호한다는 명문 아래 강행됐다. 결과는 뻔했다. 재래시장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됐고 대형마트 이용객들은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기업의 주인은 누구인가? 우리 사회에는 어느 순간 기업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이상한 관념이 자리 잡은 듯싶다. 이런 정서와 맞물려, 자유시장주의라는 원칙이 여론이나 정치인의 포퓰리즘 정책으로 어지럽혀졌다.
기업의 주인은 주주들이다. 주주들은 기업이 열심히 영업활동을 하고 이를 통해 수익을 올리기를 원한다. 그러나 정치권은 이런 주주들의 권리를 무시했다. 심지어 주주들의 이익에 반하도록 기업을 압박해왔다. 기업의 주주들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혹자는 기업이 돈을 잘버니까 어느 정도는 양보하고 사회에 기여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당연한 듯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나 기업은 자선단체가 아니다. 그리고 기업은 많이 번 만큼 세금을 더 많이 내는 것을 통해 이미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
물론, 특정 시기에 이익이 너무 많이 나서 기업이 세금 외에 다른 방식으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분명 여기엔 자율성이 보장돼야 한다. 나아가 그러한 기부행위는 기업 이미지를 높여 영업에 도움이 돼야하며 궁극적으로 주주들의 이익에 부합돼야 한다. 치밀하게 손익을 따지는 과정이 필요하다. 주주들의 이익 보호를 위해 최대한 노력하는 기업들만이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시중은행들은 영업점을 줄이고 있다. 비대면이 일상화되는 시대여서 어쩔 수 없는 행보다. 주주들의 이익을 생각한다면 은행 전반의 효율성을 높여야하고 그 일환으로 점포수를 축소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비대면에 익숙치 못한 노인 고객이 소외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정치권이라면 이런 문제에 어떻게 접근했을까? 그 동안의 행태를 봐선 아마도 국민정서 운운하면서 ‘년 간 폐쇄하는 점포 수를 제한’하는 그런 법안을 내놓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실제 은행들의 대책은 달랐다. 최근 신한은행은 큰 글씨와 쉬운 말로 구성된 시니어 맞춤 자동화기기(ATM)를 전국 모든 영업점으로 확대했다. 시니어 맞춤 ATM은 큰 글씨와 쉬운 금융 용어를 사용하고 색상 대비를 활용해 시인성을 강화했으며, 고객안내 음성을 기존 대비 70% 수준으로 속도를 줄여 고령층 고객의 편의성을 크게 높였다.
앞서 신한은행은 지난 12월 고령층 고객의 금융 편의성 증대를 위해 시니어 고객을 위한 디지털 맞춤 영업점을 서울 신림동에 열고 △업무 목적에 따라 컬러 유도선 설치 △간편업무 창구 사이에 스마트 키오스크 설치 △시니어 고객을 위한 디지털 맞춤 화면을 적용했다.
이 뿐만 아니라 고령층 고객을 위한 비대면채널 이용을 안내하는 금융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만 65세 이상 고령층 고객을 대상으로 ATM 수수료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이런 모습이 정말 정치권과 비교된다. 시니어 고객들을 챙기는 동시에 은행의 효율성도 확보한 것이다.
그 동안 정치인들은 어떤 이슈가 있을 때마다 기업 일방에 양보를 요구하곤 했다. 자신들의 주장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기업을 적폐라고 단정지었다. 또 국회로 기업 회장이나 대표를 불러서 망신주기를 일삼았다.
하지만 기업들은 자유시장주의라는 냉엄한 현실에서 훈련되어왔다. 그러면서도 우리 사회 발전에 가장 큰 역할을 해온 것도 사실이다. 이런 기업들을 구태의 상징인 정치권이 그만 좀 괴롭혔으면 한다. 제대로 공부를 하고, 고뇌한 뒤에 기업을 비판했으면 한다. 2022년부터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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