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도 못해서 힘들어 죽겠다. 지원종료 올바른가"
"유예 시 대출부실 위험성 커지고 도덕적 해이 발생"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곽수연 기자]
#1. 경기도 김포시에서 뷔페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홍성훈 씨는 연 매출 10억 원 이상 영업장으로 분류돼 코로나19 동안 정부가 주는 손실보상이나 지원 대상자에서 제외됐다. 여기에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위해 은행들이 대출 만기를 연장해주거나 상환을 유예해줬던 금융지원 프로그램이 3월 말 종료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 홍 씨는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금융당국이나 은행이 코로나19가 종식 후 정상영업을 할 수 있을 때까지 만기를 더 유예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자영업자 평균 대출금액이 2억 9000만 원이다. 원금상환이 시작되면 아마 개인 파생이나 회생으로 가는 자영업자들이 대다수일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지금 상황으로는 이자상환도 버겁다. 여기에 원금상환은 죽으라고 하는 것"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2. 서울특별시 강동구에서 100평 호프집을 운영하는 박철우 씨는 <시사오늘>에 "3월 말에 만기연장·상환유예가 종료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시간·인원 제한에다가 백신접종자만 받으라고 해서 장사가 잘 안 된다"고 한숨 쉬었다. 그는 "(시간제한 때문에) 하루 겨우 1시간 장사하고 있다"며 "한 달 임대료가 1000만 원인데 월 매출이 1000만 원도 안 된다"며 "요새 식자재도 선불로 줘야 하고 직원들 월급도 지불해야 한다. 한 달에 8~900만 원 팔아서 식자재랑 월급도 다 못주고 임대료 연체는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박 씨는 "(4월부터) 자영업자들이 힘들어서 원리금을 못 갚으면 신용불량자가 양산될 것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은행과 자영업자다"며 "손실 보상하기 싫어서 회피성으로 은행 대출을 권유한 장본인인 정부가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사실상 정부와 은행이 타협을 봐서 상환유예기간을 연장해주기를 바라는 것으로 읽힌다.
8일, 5대 시중은행의 `코로나19 금융 지원 실적`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지원이 시작된 이래 올해 1월 말까지 여러 형태로 납기가 연장된 대출과 이자 총액은 139조 4494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코로나19 지원방안으로 시행해왔던 은행의 만기연장 및 상환유예가 3월 말 종료를 앞두고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원성이 커져가고 있다. 하지만 금융전문가는 적절한 조치라는 평가를 내려 눈길을 끌고 있다.
이날 신용상 한국금융원 금융리스크센터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다음 달 금융지원 종료 예정과 관련해 "2년 동안 한계 차주도 발생했고, 더 길어지면 빚 안 갚아도 된다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것"이라며 "대출 부실위험이 더 누적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3월 말에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종료하는 것이 올바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상환기간을 더 유예되면 대출 부실 위험성도 커지고 도덕적 해이도 발생하므로 3월 말 금융지원을 종료하는 것이 적절한 대책이라는 뜻이다.
대출 부실이 발생할 경우 한국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에 대해선 "경제규모에 비해 대출 부실 규모가 큰 편은 아니다"라며 "시스템 리스크로 발전할 가능성은 낮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다만 국내 자영업자 종사자 수가 많기 때문에 (정부가) 재정적으로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담은 늘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경제규모에 비해 대출부실 규모 큰 편 아냐"
아울러 신 센터장은 "자영업자나 소상공인 같은 차주들의 경제상황을 감안해 4월부터 한꺼번에 원리금 상환을 요구하면 대출 부실위험이 높아지는 '집중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때문에 그는 "대출 부실 리스크(위험)를 분산시키기 위해서 은행은 △분활상환 △이자감면 등을 실시하고, 한계 차주가 발생하면 폐업, 신용회복, 이직, 재취업 지원 등 사회복지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도 본지와의 통화에서 대출 연착륙을 위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분활상환, 자영업자 컨설팅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A은행 관계자는 "일단 3월 말 금융지원이 종료되는 것과 관련해 금융당국의 최종 결정을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만약 유예가 종료된다면 모든 시중은행들이 연착륙 방안을 마련할 것이고 거기에 맞춰서 소상공인들을 지원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차주들의 상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예를 들어 1000만 원을 12개월로 나눠 갚는 것과 36개월로 분활 상환하는데 큰 차이점이 있다"며 "원리금을 장기 상환하는 방향으로 방안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년 동안 은행이 납기를 연장해준 대출과 이자 총액이 140조에 육박한다는 질문에, 은행 관계자는 "지원했던 누계액이지 현재 잔액은 그 정도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대출이 부실화될 가능성과 관련해, 그는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차주들이 상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하고, 그것이 바로 설명한 장기 분할상환이다"고 대답했다.
B은행 관계자도 본지와의 통화에서 "일시에 원리금을 상환하면 부담이 가중되니 연착륙 방안으로 장기 분할 상환하는 것이 안전장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출이 부실화될 가능성과 관련해 그는 "대출 부실화 가능성과 금융당국이 은행을 예의주시를 하고 있기 때문에 각 은행들이 재정상황에 맞춰 대손충당금을 적절하게 쌓아뒀다"고 말했다. 대손충당금 적립으로 대출부실로부터 오는 충격에 대비했다는 뜻이다.
한편, 한국은행에 따르면 소상공인·자영업자 금융 지원 조치가 종료될 경우 자영업자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41.3%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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