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편은 ‘검수완박’ 추진을 둘러싸고
여야 대치 정국 격화 어떻게 볼지 관심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정치라이뷰팀)
정치는 살아있는 생명이라고 한다. 어떻게 움직일지 모른다. 꿈틀대는 그 광경 위에서 정치를 본다. 기자들과 데스크의 시각을 담은 ‘정치라이-뷰(Li-view)’는 취재를 녹인 분석들의 조합, 브레인스토밍에 초점을 맞췄다. 닉네임 정치도사, 정치생각, 정치논리, 정치온도가 참여했다. 라이-뷰는 살아있는 정치를 바라본다는 뜻이다. <편집자주>
검수완박(검찰수사권완전박탈), 어떻게 봐야 할까요? 30일 더불어민주당이 본회의를 열고 검찰청법부터 단독으로 통과시킨 가운데 옳고 그름을 떠나 세 가지 관점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국민적 시각
첫째. 국민이 바라보는 시각입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8~20일 전국 만18세 이상 1007명을 대상으로 검수완박 찬반을 묻는 조사에서 응답자의 50%는 반대를, 39%는 찬성한다고 답했습니다.
<한국갤럽>이 지난 19~20일 검찰 수사권 분리 여부와 관련해 자체 조사한 것에서도 ‘검찰 수사권 유지’는 55%인데 반해 ‘경찰에 이양’해도 된다는 응답은 35%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국민은 왜 검찰의 수사권 박탈에 부정적 반응일까요. 더불어민주당이 지금까지 줄기차게 제기해온 검찰 기득권과 무소불위의 권력에 대한 우려, 전관예우 등의 문제를 모르지 않을 텐데 말이지요.
이유는 지난 15일 “검수완박되면 힘없는 국민만 피해를 본다”며 반드시 저지해야 한다고 말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에서 답을 찾을 수 있겠습니다.
우리나라 사법시스템은 전반적으로 안정적 점수를 받아왔다는 평가입니다. “검사는 범죄가 있고 수사 요건이 되면 수사를 한다”는 말이 있듯 민생과 서민 피해 사건 등에 대해 국민 권익을 찾아주는 일들에 대한 평가가 나쁘지 않았습니다.
반면에 검찰 수사권이 박탈되면 위헌 소지 논란을 차치하고서라도 검사와 경찰 간 형사사법 절차가 복잡해짐에 따라 일체 여죄의 사건을 밝히는데 제한이 따르고 절차적 문제가 생겨 신속한 수사에 차질이 생기는 등 부실수사에 대한 문제점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검수완박 돼도 권력자나 돈 많은 이들이야 비싼 변호사를 구해 사건을 쉽게 풀어나갈 수 있겠지만, 경찰 수사가 미진할 경우 검찰 수사를 통해 제도적으로 보호를 받아왔던 일반 국민적 시각은 또 다를 것 같습니다. 돈 없고, 뒷배 없는 상황에서 검찰의 수사 능력에 기대왔던 안전장치가 없어진다는 불안감이 상대적으로 커지기 마련입니다. 이 때문에 검찰 수사권 폐지에 대한 반대 여론이 더 많은 것 아닐까요?
2. 법조계 시각
둘째. 법조계에서 바라보는 시각입니다. 국가의 최우선 과제가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고 보는 법조계에서도 검수완박 추진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참여연대 법조팀과 민변(민주화변호사모임), 대한변협 인사 등이 대표적 입니다.
검수완박을 졸속으로 추진했다가는 불이익받는 무고한 피해자가 생겨날 수 있다며 비판하고 있습니다.
단적으로 이런 말도 들립니다. “검찰의 수사권 박탈은 마치 의사(醫師)한테 진찰만 하게 하고 처방은 하지 말라는 말과 같다. 검사(檢事)의 검(檢)자 안에 이미 수사하고 조사한다는 뜻이 담겨있다. 본질인 수사권을 빼면 차라리 검사 제도를 폐지하고, 공소사나 기소사로 바꿔야지 않겠나.”
법조계 출신인 박인환 전 건국대 법대 교수가 <시사오늘>과의 대화(30일)에서 한 말입니다.
박 전 교수의 주장을 좀 더 녹여 보겠습니다.
검찰의 수사권 폐지가 세계적 추세라는 민주당의 주장도 허구라고 일갈 했습니다. 오히려 검사가 수사와 기소를 같이 하는 게 미국 등 세계적 추세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검찰의 직접 수사를 축소할 경우 OECD 뇌물방지협약 위반 소지가 있으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것 자체가 법조 시각에서는 위헌이 될 수 있다는 진단도 해왔습니다.
민주당에서 중대범죄수사청 설립을 두고 한국형 FBI(미국연방수사)라고 하는 것도 눈속임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미국에서의 FBI는 법무부 소속 검사의 관할 아래 수사관이 하는 일이라는 시각입니다. 검사가 책상에 앉아 범인을 잡으러 파견 나갈 수 없으니, FBI가 증거 수집 등을 대신하러 나간다는 설명입니다. 즉 민주당에서처럼 경찰이 하는 일이 아니라는 얘기였습니다.
3. 정치권 시각
셋째. 정치권의 시각입니다. 처음에 검수완박 중재안(선거·공직자 수사 제외)에 합의했던 국민의힘은 자신들의 사익과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중재안에 합의한 게 아니냐는 원성이 적잖았고, 역풍을 맞은 야당은 전략 부재라는 비판에 직면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검수완박 이슈가 6·1 지방선거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만큼 향후 선거 국면을 생각하면 새정부여당 입장에서 유리한 측면이 더 많다는 관측입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여론의 흐름을 예의주시하며 국민투표라는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장제원 비서실장도 이에 동조하며 여론전을 키우고 있습니다. 국민 정서상 검수완박 반대 여론이 더 많은 만큼 지방선거에서 불리할 리가 없기 때문 아닐까요.
여야 대치가 격화되면서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일정도 다음 달 초로 연기됐습니다. 동시다발적으로 열리게 된 데다 검수완박 쓰나미에 밀려 청문회 이슈는 묻힐 가능성이 큽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전 내각 구성이 과연 가능하겠느냐는 우려에 앞서 후보자들의 논란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줄어드는 것만으로도 새정부 입장에서는 나쁠 것이 없다는 전망입니다.
민주당은 어떨까요. 지지자들을 놓고 보면 검수완박 추진은 강행돼야 하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지방선거를 생각하면 국민 여론이 부담입니다. 패착이 될 수 있습니다. 만약 선거에서 패한다면 정국을 주도하려 했던 셈법이 어그러지고 맙니다. 야당이 되는 민주당 동력도 상실합니다. 진퇴양난일 수 있겠습니다.
4. 내전과 통합
나라는 다시 둘로 쪼개졌습니다. 문재인 정부 초 ‘조국 정국’ 때 둘로 갈라진 민심은 임기 말 ‘검수완박 정국’으로 뚜렷한 내전을 겪고 있습니다. 조국 정국 때는 윤석열이라는 존재가 여당에서 때리면 때릴수록 커졌습니다. 검수완박 정국에서는 한동훈이라는 인물이 민주당에서 때리면 때릴수록 존재감이 부각하는 중입니다.
내전이 치열할수록 생기는 정치권 현상입니다.
새정부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가 국민통합이라고 합니다.
허상이 아닐까요?
이런 라이뷰 어떤가요.
독자여러분의 댓글 환영합니다.
*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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