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6·1 지방선거는 ‘지역 일꾼’을 뽑는 선거였다. 그러나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유력 정치인들이 차기 대권으로 가기 위한 디딤돌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지선을 통해 최대한 많은 ‘풀뿌리 조직’을 확보해야 당권, 나아가 대권 경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는 까닭이다.
특히 이번 선거에선 ‘보수 3룡(三龍)’으로 불리는 오세훈 서울시장·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안철수 의원의 성적표에 관심이 쏠렸다. 중도보수로 꼽히는 세 사람은 표 확장성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얻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당내 세력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때문에 이번 지선을 통해 세 사람이 얼마나 많은 우군(友軍)을 확보할 수 있는지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었다.
지선 최대 수혜자 된 오세훈
이런 측면에서, 이번 지선 최대 수혜자는 오 시장이라는 데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 자신부터가 역사상 최초의 ‘4선 서울시장’으로 이름을 올린 데다, 오 시장이 직간접적으로 힘을 보탠 ‘오세훈의 사람들’도 대거 구청장으로 당선됐기 때문이다.
우선 지난해 4·7 보궐선거를 통해 화려하게 복귀한 오 시장은 이번 선거에서도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87만여 표 차로 대파하고 시장직을 이어가게 됐다. 무엇보다도 그는 서울시 25개구 426개동에서 전승(全勝)을 기록하며 인물 경쟁력을 입증, 보수 유권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오 시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김경호 광진구청장 당선자가 구청에 입성했다는 것도 큰 성과다. 행정고시 출신으로 광진구 부구청장, 서울시 도시교통실장, 복지실장, 시의회사무처장을 역임한 후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사장을 지낸 김 당선자는 오 시장이 직접 광진을 지역위원장으로 영입한 대표적 ‘오세훈계’ 인사다.
서강석 송파구청장 당선자도 오 시장과 인연이 깊다. 서 당선자는 과거 서울시청 재직 시절 재무국장, 인재개발원장, 시장 비서실장 등을 역임하며 오 시장을 보필했고, 지난해 4·7 보궐선거에선 총괄선대본부 특보로 오 시장을 돕기도 했다. 실제로 서 당선자는 선거 기간 내내 오 시장과 ‘원팀’임을 강조하며 구민들의 표심을 사로잡았다.
측근 승리한 원희룡도 ‘미소’
직접 선거에 나서진 않았지만, 원 장관 역시 이번 지선의 수혜자로 꼽힌다. 먼저 원 장관의 ‘최측근’인 이기재 전 제주도청 서울본부장이 양천구청장으로 당선됐다. 원 장관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으로 인연을 맺은 뒤 16년 동안 정치적 운명을 함께해왔던 그는 이번 선거에서 현역 김수영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꺾고 양천구를 이끌게 됐다.
정문헌 종로구청장 당선자 역시 원 장관의 대권 행보에 힘을 보태줄 인사로 꼽힌다. 제17·19대 국회의원을 지낸 재선 의원 출신인 정 당선자는 제20대 대선 당시 원 장관 캠프에서 총괄조직본부장을 맡아 최전선에서 활약한 바 있다.
지선 당선자는 아니지만, 강원 원주갑 국회의원 자리에 재도전해 당선증을 받은 박정하 당선자도 원 장관과 가까운 사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춘추관장과 대변인으로 일했던 그는 제주도지사 시절 원 장관에게 발탁돼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특히 박 당선자는 초선임에도 중앙정치 경험이 많아 원 장관의 대권 행보에 천군만마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대승’ 안철수, 측근은 김찬진만 생존
다만 안 의원의 표정은 복잡미묘하다. 우선 안 의원 스스로는 다시 한 번 높은 인물 경쟁력을 증명해냈다. 처음으로 ‘기호 2번’을 달고 선거에 나선 안 의원은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무려 25%포인트 차 대승을 거두고 3선에 성공했다.
김찬진 인천 동구청장 당선자의 승리도 반가운 소식이다. 국민의당 출신인 김 당선자는 지난 대선에서도 안철수 캠프 종합상황실 부실장과 인천선거대책위원회 총괄본부장으로 활동하며 안 의원을 도왔다. 안 의원 역시 선거 과정에서 두 차례나 인천 동구를 방문해 김 당선자를 지원했다.
하지만 국민의당 최고위원을 지낸 ‘최측근’ 구혁모 화성시장 후보가 낙선한 건 뼈아프다. 안 의원은 직접 구 후보의 후원회장을 맡고 지원 유세에도 나섰지만 패배를 막지 못했다. 또 한 명의 안철수계 후보로 분류됐던 강맹훈 성동구청장 후보마저 15%포인트 차 대패를 당한 것 역시 안 의원에게는 아쉬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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