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시대 가성비 메뉴로서 경쟁력 잃나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지예 기자]
햄버거 프랜차이즈들이 또다시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 1년 새 벌써 2차례 가격이 오르면서 가격 상향평준화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고물가로 인해 최근 매출 오름세를 보였던 햄버거업계 상승세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버거·치킨 브랜드 맘스터치는 오는 4일부터 일부 제품 가격을 인상한다. 인상 품목은 버거(23종)와 치킨(20종), 사이드 메뉴(7종) 포함 총 50종이다. 인상폭은 버거 200원, 치킨 1000원, 사이드 메뉴 100~400원이다. 대표적으로 ‘싸이버거’ 단품이 4100원에서 4300원, ‘후라이드치킨’ 한 마리가 1만5900원에서 1만6900원, ‘후라이드싸이순살’ 한 박스가 9900원에서 1만900원, ‘케이준양념감자(중)’는 1800원에서 2000원으로 오른다.
앞서 버거킹도 지난달 29일부터 제품 가격을 올렸다. 인상 품목은 버거류 36종을 포함해 총 46종이다. 평균 인상률은 4.5%다. 와퍼는 6400원에서 6900원으로 올랐고, 롱치킨버거는 4400원에서 4600원, 와퍼 주니어는 4400원에서 4600원으로 각각 인상됐다.
KFC도 지난달 12일부터 일부 메뉴의 가격을 200~400원 올렸다. 이에 따라 징거버거 가격은 4900원에서 5300원으로 8.2% 인상됐고, 오리지널치킨은 한 조각에 2700원에서 2900원으로 7.4% 올랐다.
롯데리아도 지난 6월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인상 조정되는 품목은 버거류 15종 등 총 81품목으로, 인상 폭은 평균 약 5.5%였다. 제품별 조정 인상 가격은 평균 400원~500원 수준이다. 인상 주요 품목으로는 불고기버거와 새우버거의 단품 버거 가격이 4100원에서 4500원, 세트 메뉴는 6200원에서 6600원으로 올랐다.
업계는 가격 인상 이유로 최근 원재료 등 각종 비용 상승을 꼽았다. 버거킹 관계자는 “물류비와 원재료비 등 제반 비용이 증가해 불가피하게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맘스터치 역시 “계육, 밀가루, 오일 등 주요 원부자재의 물가 상승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가맹점의 수익성 보전을 위해 가격을 인상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가격 인상은 최근 햄버거 프랜차이즈의 매출 상승세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각종 외식 물가가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점심 메뉴로 비교적 저렴한 햄버거로 몰린 수요가 이탈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맘스터치에 따르면 지난 4~6월 점심시간대(오전 11시~오후 2시) 제품 판매량은 직전 1분기 대비 29.8% 증가했다. 특히 대형 오피스 상권인 테헤란로에 자리한 맘스터치 랩(LAB) 가든 역삼점의 경우, 1분기 대비 2분기 매출이 약 11%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런치플레이션(런치+인플레이션의 합성어)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최근 외식 가격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 가운데 햄버거업계의 가격 줄인상은 소비자 부담을 가중시킬 전망이다. 특히 주요 햄버거 업체들이 1년에 두 차례나 가격을 올리면서 상승폭도 그만큼 커졌다.
롯데리아는 지난해 12월에도 60여 개 제품 판매가격을 평균 4.1% 인상했고, 맘스터치는 지난 2월 한 차례 가격을 올린 바 있다. 지난 1월에는 KFC가 징거버거와 오리지널치킨 등 일부 제품 가격을 100~200원 올렸고, 버거킹도 33개 제품 가격을 평균 2.9% 인상했다. 품목별 가격 인상 폭을 살펴보면, 대표적으로 버거킹 와퍼는 지난 1월 6100원에서 6400원으로 인상된 데 이어 이번 추가 인상으로 500원이 더 올랐다. 6개월 새 가격이 800원이나 오른 셈이다.
다만 한 끼 식사로는 여전히 가성비가 높다는 의견도 많다. 실제 최근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발표한 외식 물가를 보면 칼국수(8269원), 비빔밥(9192원), 김치찌개백반(7385원) 등 서울의 대표 외식 메뉴 평균 가격보다는 햄버거 가격이 다소 저렴한 편이다. 일부 햄버거 프랜차이즈들은 점심 시간대 할인 가격을 적용한 런치 메뉴 등을 선보이고 있어 부담을 더욱 줄일 수도 있다.
일각에선 햄버거 프랜차이즈들이 매각 작업의 일환으로 가격 인상 카드를 꺼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업계에 따르면 M&A 시장에는 맘스터치, 버거킹, KFC 등이 매물로 나와 있는 상황이다. 가격 인상을 통해 매출을 늘리고 수익성을 개선해 몸값을 올리려는 계산이 아니냐는 말이 들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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