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상생 ‘훈풍’, 한국지엠도?…완성車, ‘임단협 공포’ 떨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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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상생 ‘훈풍’, 한국지엠도?…완성車, ‘임단협 공포’ 떨칠까
  • 장대한 기자
  • 승인 2022.09.05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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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임금교섭 타결 스타트 끊자, 르노코리아도 강경 노선 벗고 ‘상생’
기아, 1차 부결에도 재협상 시간 문제…갈길 바쁜 한국지엠, 선택의 시간
성과 필요한 램펠 사장, 첫 임단협 무사히 마치나…노사 대승적 결단 남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완성차업계를 매년 어려움에 빠뜨렸던 노사 임단협이 올해는 큰 진통없이 빠르게 매듭지어질 조짐이다. 업계 맏형 격인 현대차는 물론, 3년 연속 파업에 나서며 가장 큰 노사 갈등을 빚던 르노코리아까지 임금교섭을 마무리지은 덕분이다. 업계 내 불고 있는 노사 상생 훈풍이 마지막 주자인 한국지엠에까지 미칠 지 귀추가 모아진다.

 

무분규 임금교섭 ‘본보기’ 된 현대차…르노코리아도 해묵은 노사갈등 털어내


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중 올해 임금교섭을 마친 곳은 현대차와 르노코리아 등 2곳이다. 쌍용차의 경우 지난해 자구안 합의에 따라 노사 임단협 주기를 3년 단위로 조정해 올해 교섭을 벌이지 않음을 감안할 때 완성차 4곳 중 절반이 임금교섭을 마친 셈이다.

이중 현대차는 올해 임금교섭을 가장 빨리 마치며, 노사 상생 본보기를 자처했다. 지난 7월 12일 열린 15차 임금교섭에서 잠정합의안을 도출한 데 이어, 19일 진행된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해 해당 안을 최종 가결한 것. 중간에 교섭 결렬과 쟁의 발생 결의 등이 이뤄지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사상 첫 4년 연속 무분규 타결을 이뤘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여기에는 위기 상황에 대한 노사간 공감대 형성과 더불어 회사의 전향적 수용 태도가 주효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합의안 주요 내용에는 임금 10만8000원(기본급+수당 1만 원) 인상에 경영성과급 300%, 격려금 550만 원 지급 등이 담겼다. 더불어 노조가 가장 우려해 온 미래 전략과 관련해 국내 전기차 전용공장 신설, 기존 노후 생산라인 단계적 개선 등을 이루기로 별도 약속하며 의기투합했다.

스테판 드블레즈 사장이 지난 7일 경기도 용인 르노테크놀로지코리아 디자인센터에서 열린 한국자동차전문기자협회와의 간담회 자리에서 사업 방향성을 설명하는 모습. ⓒ 르노코리아자동차
스테판 드블레즈 사장의 모습. ⓒ 르노코리아자동차

현대차가 일찌감치 교섭을 마무리짓자, 업계 내에서도 위기 상황 속 섣부른 투쟁 대신 실리를 챙겨야 한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르노코리아는 노사가 함께 회사 재원이 충분치 않음을 확인하고 7차 본교섭 만에 잠정합의안을 도출, 이후 조합원 찬반 투표 가결을 통해 교섭을 마무리했다.

지난 8월 27일 마련된 잠정합의안에는 기본급 6만 원 인상, 격려금 300만 원과 비즈포인트 20만 원 지급, 휴가비 인상 등이 포함됐다. 사측이 경영합리화 작업 등이 진행되는 비상 상황 속에서도 최대한의 성의를 보이자, 노조 역시 더 이상의 요구안 관철에 목소리를 높이기보다 합리적인 수준에서의 대승적 결단을 내렸다는 분석이다.

앞서 노조가 사측 제시안인 다년합의 수용 불가를 비롯해 현장이 만족하지 못하는 안은 수용하지 않겠다며 단체 행동권을 내세우는 등 으름장을 놓았던 것과 비교하면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물론, 노조는 교섭 과정에서 영업서비스 노조와의 노노 갈등을 노출했으나, 강경 일변도의 투쟁을 지속했다간 그 피해가 조합원들에게 돌아갈 것을 우려해 잠정합의를 서둘러 마친 것으로 전해진다.

노조 집행부는 잠정합의에 따른 모든 책임을 떠안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며, 최종 결정을 조합원들에 내맡겼다. 그 결과 조합원들도 투쟁보단 잠정합의안 찬성에 표를 던지며 실리를 택했다. 집행부는 모두가 온전히 만족할 만한 안을 가져오지는 못했지만, 이번 잠정합의가 분열이 아닌 통합을 위한 마중물이라는 데 큰 의미를 뒀다. 

사명 변경 후 첫 임단협에서 무분규 타결을 이룬 르노코리아는 노사가 힙을 합쳐, XM3의 안정적인 수출 물량 공급과 '2024 오로라 프로젝트'(길리 볼보 CMA 플랫폼과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 접목한 합작 모델)의 성공을 위한 경영 안정화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기아, 단협 발목 잡혀도 재협상 무난…글로벌 신차 앞둔 한국지엠, ‘윈-윈’ 가능성


기아 노조의 임단투 출범식 모습. ⓒ 기아 노동조합
기아 노조의 임단투 출범식 모습. ⓒ 기아 노동조합

아직 올해 임금 교섭을 마치지 못한 기아와 한국지엠 등의 나머지 2곳도 전망이 나쁘지만은 않다. 기아와 한국지엠 모두 잠정합의안 마련을 이루는 등 추석 전 타결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여지를 충분히 남겨뒀기 때문이다.

기아는 임단협 잠정합의안이 찬반투표(임협·단협 분리 투표 진행)에서 부결되며 다소 엇박자를 냈으나, 임협이 가결됐다는 점에서 재협상 역시 큰 진통없이 무난히 진행될 전망이다.

기아는 현대차와 비슷한 수준인 임금 9만8000원 인상에 경영성과급 300%, 격려금 550만 원 지급 등으로 만족할 만한 처우 인상을 이뤘다는 평가다. 완성차 중 유일한 임단협 분리투표 방식으로 인해 발목을 잡혔지만, 신속하게 재협상, 찬반 투표를 마칠 것이라는 기대가 감돈다. 

마지막 주자인 한국지엠은 임단협 결과를 예단하기 이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업계에선 오는 2023년 차세대 글로벌 CUV 신차 출시를 앞두고 있는 만큼, 노사 합의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올해 임금교섭을 무사히 마쳐야 본격적인 반등 포석을 둘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지엠 노사는 지난 2일 18차례의 교섭 끝에 잠정합의안 도출을 이뤄낸 상태다. 해당 잠정합의안은 기본급 인상 5만5000원(호봉승급분 포함)을 비롯해 일시 지급될 성과급·격려금 700만 원과 쉐보레 수입 차량에 대한 임직원 10% 할인 등의 요구안이 반영됐다.

잠정합의안과 관련해 노조 측은 일주일 넘게 노사간 냉각기를 가진 이후, 급진전을 이루며 이전 방식과 달리 타결 즉시 총 700만 원을 일시 지급받게 되는 등 회사로부터 최대한 이끌어 낼 수 있는 안을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한국지엠도 글로벌 전략 신차 생산을 앞둔 중대 시점에서 신속한 타결을 위해 노조와의 갈등을 최대한 피하자는 쪽에 의견을 모았다. 

로베르토 램펠 한국지엠 사장은 지난 18차 마지막 교섭 당시 해고자 복직과 미래발전 계획을 요구하는 노조에게 "당장은 해결이 어렵지만 본사에 직접 전달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미래발전망은 전기차 유치를 위해 지속 노력하겠다. 이번 합의는 미래로 전진하기 위한 중요한 합의"임을 강조했다.

한국지엠의 조합원 대상 잠정합의안 찬반 투표는 오는 6, 7일 양일간 이뤄질 예정이다. 가결 시 2년 연속 무분규, 추석 전 임단협 타결을 이루게 된다. 지난해보다 교섭안 수준이 크게 오른 데다, 반도체 수급난 등의 어려움을 감안한 업계 내 대승적 상생 기류가 조성되고 있어 노사간 원만한 임금협상 타결이 점쳐진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차세대 글로벌 신차 출시 준비 등 매우 중요한 시기에 노사가 함께 도출해낸 잠정합의를 바탕으로 올해 교섭을 잘 마무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들마다의 올해 교섭 내용이 역대급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상당히 개선된 상황에서, 어려운 시기에 노조도 무리한 요구안을 내놓는 데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다"며 "강성 노조가 아닌 성숙한 노조 문화를 요구받는 시대 분위기 속에서 내부 조합원들로부터 투쟁 원동력을 모으는 것 역시 만만치 않아졌다. 결국 지금의 선택은 모두가 만족할 만한 수준의 합의라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담당업무 : 산업부를 맡고 있습니다.
좌우명 :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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