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 손정은 기자]
감기약 품귀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정부가 약가 인상 카드를 꺼냈다. 업계 일각에선 약가 인상만이 근본적인 해결법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 3일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서울 중구 시티타워에서 조제용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감기약을 생산하는 6개 주요 제약사(종근당, 한국존슨앤드존슨, 코오롱제약, 한미약품, 부광약품, 제뉴원사이언스 등)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제약사 측은 겨울철 코로나19 재유행 등에 대비해 감기약 공급을 위해 생산량 증대 및 유통 원활화를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정부는 약가 인상 등 필요한 제도적 지원을 적극 추진하기로 약속했다.
정부가 약가 인상을 공언한 이유는 코로나19가 장기화뿐 아니라 독감 유행 계절인 겨울이 다가오면서 이른바 '트윈데믹'으로 인한 아세트아미노펜 등 감기약 수급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감기약을 생산하는 기업들은 지난달 말부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약가 인상 신청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아세트아미노펜 0.65g의 상한 금액 정당 43~51원 수준으로 책정돼 있다.
하지만 업계에선 약가 인상을 대체로 환영하면서도, 이번 정부의 약가 인상이 감기약 품귀의 근본적인 해결법이 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악용 소지가 있다는 우려에서다. 의약품 공급이 부족할 때마다 감기약 약가 인상 사례를 들어 가격 인상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의약품과의 형평성도 어긋난다는 비판이 나올 여지도 있다.
더욱이 현재 국내 제약사 대부분은 위탁 생산 업체를 통해 감기약을 생산하고 있다. 위탁 생산 업체들은 여러 제약사들로부터 수주 받아 연간 생산 계획을 수립하고, 정해진 물량을 생산하고 있다. 제약사들이 자체 공장을 준공·증설하지 않는 한 생산량을 증설하기 쉽지 않은 구조라는 의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장 시급한 불은 끌 수 있어도, 성급한 정책은 탈이 날 확률이 높다"라며 "약가 인상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약가를 인상해 주면 제약사 입장에서는 좋다. 그러나 이번 조치가 선례가 돼 부작용으로 작용할 수 있다. 품귀현상이 날 때마다 약가 인상을 요구하는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약가 제도 자체에 대한 검토도 이뤄져야 한다"라며 "감기약의 경우, 기존 사용량-약가 연동 제도를 통해 약가 인하 대상이었다. 무조건 약가를 깍는 쪽인 경향이 크기에 이런 부분이 해결돼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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