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서 ‘기후 위기’ 어젠다 집중 다루는 유일한 의원
기후변화포럼 공동대표…“공동체 지속가능성 고민 필요”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자영 기자]
사회계약론으로 알려진 18세기 프랑스 계몽주의 철학자 장 자크 루소는 <인간 불평등 기원론>에서 사슴 사냥 게임(Stag hunt game) 이론에 대해 설명한다.
사슴과 토끼가 사는 숲으로 두 친구가 사냥을 나간다. 사슴을 잡기 위해선 둘이 협력해야 하고, 토끼는 혼자서도 잡을 수 있다. 두 친구는 사슴을 잡기로 약속하고 포위에 나선다. 사슴을 잡는 데 꽤나 긴 시간이 필요하다. 이때 바로 옆에서 토끼가 지나간다. 두 친구의 머릿속에 같은 생각이 떠오른다.
‘저 토끼를 잡으면 한 끼는 배불리 먹을 수 있을 텐데.’
‘토끼를 잡는 사이 포위망에 빈틈이 생겨 그 길로 사슴이 도망가면 어쩌지?’
‘그런데, 저 친구도 나랑 똑같이 생각하다가 먼저 이탈해버리면 어쩌지? 나는 사슴도 토끼도 못 잡는 거 아냐?’
두 친구는 딜레마에 빠진다. 서로를 믿고 더 높은 가치를 가진 사슴을 잡을 것인가, 서로를 외면하고 혼자 금방 잡을 수 있는 토끼를 확보하는 데 그칠 것인가.
사슴 사냥 게임은 상호 신뢰를 통한 협력을 통해 더 큰 이익,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게임이론으로, 협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경제학 용어다.
지난 22일 국민대학교 북악정치포럼을 찾은 국민의힘 유의동 의원은 전대미문의 세계적 기후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선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한다고 강조했다. 유 의원에게 ’기후 위기 대응’은 사슴이라는 ‘큰 가치’다.
“어떤 위치에 있든 간에 우리가 속한 공동체가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은 공동체가 되도록,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할 필요가 있다. 기후 변화에 대한 논의도 정부와 국회를 넘어 민간·시민의 영역에 가닿아야 한다고 판단한다.”
국민대학교 민병웅 교수는 유 의원을 “국민의힘 내에서 유일하게 기후변화 어젠다를 집중 다루고 있는 의원”이라고 소개했다. 2007년 국회에 기후변화포럼이 만들어졌다. 유 의원을 비롯해 전직 환경부 장관이기도 한 민주당 한정애 의원 등이 포럼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시사오늘>은 유 의원의 ’기후 변화와 정치의 역할’ 강연을 들어봤다.
“‘기후위기’ 어젠다, 국민의힘서 우선순위 높지 않아…입장 적립해야”
“기업도 C테크 미래먹거리 삼아…RE100·ESG 경영 등 관심 높아져”
유 의원은 자신이 기후 위기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기후위기’는 국민의힘 의사결정 과정에서 우선순위가 높지 않은 어젠다다. 유 의원은 그 점에 물음표를 던진다.
“우리 정당은 모든 사회적 현안에 관심을 표명해야 할 대중 정당이다. 그런데 왜 기후위기라는 중요 현안에 대한 관심이 적을까?”
‘기후 위기’에 대해 국민의힘이 입장을 적립할 필요를 느꼈다는 유 의원은 “기후 위기는 어제오늘 벌어졌다 사라지는 단기적 현상이 아니다. 몇 십년 단위를 기준으로 벌어지는 이례적 현상이라는 게 전 세계적 문제의식”이라고 말했다.
기업들도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해 기후 변화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게 유 의원의 설명이다. 삼성, SK, LG, 포스코, GS 등 국내 주요 대기업은 ESG(Environment·Social·Governance) 경영에 큰 관심을 갖고 관련 전략을 세우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 및 기후변화 적응 기술을 말하는 C테크(Climate·Clean·Carbon Technology, 기후변화 대응 기술)도 산업계 미래 인류를 이끌 주요 산업 중 하나로 보고 있다. 기후변화 위기에 대응하려는 노력이 기업의 이익과도 무관치 않다는 주장이다.
지난 대선 토론에서 언급된 RE100(Renewable Electricity 100)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RE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오는 2050년까지 태양력·풍력 등의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목표의 국제 캠페인이다.
유 의원은 “환경 문제, 지구의 미래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이라면 RE100 제품을 구매할 것이다. 금융계도 RE100 관련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화석연료 제품에 대해 금융 지원을 적게 하는 등 관심을 보인다. 환경을 고려한 제품이 트렌드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유럽 등 해외와 대한민국에서 생산 가능한 태양에너지의 양과 질, 풍력에너지 양과 질의 차이점 설명과 함께 “무조건 RE100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지리적·경제적 기초 환경 토대가 제품을 생산할 수 있게 마련됐는지 천천히 고민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재생에너지는 바람 불 때, 볕이 좋을 때만 나오다 보니 전기의 질이 안정적이지 않고 끊기는 경우가 많다. 영국 북해도는 바람이 좋기 때문에 풍력에너지를 이용한 전기가 저렴히 공급됐다. 그러다 기후변화 위기로 바람 양이 일정치 않아졌고, 전쟁 등 상황이 겹치며 지난 2~3년 런던의 전기료가 감당 불가능할 정도로 올랐다. 지속가능성에 문제가 있었다. 재생에너지 저장 기술이 크게 발전됐지만 아직 미흡한 상황이다. 과학적이고 현실적 접근이 필요하단 말씀을 드리고 싶다.”
유 의원의 강연이 마무리되고 국민대학원생과의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2050 탄소중립은 국제사회 약속…어느 정부든 피할 방법 없어”
“정치란 ‘2인 이상이 의사결정권·헤게모니 두고 벌이는 행위’”
- 지난 정부에서 2050년까지 탄소 합계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2050 탄소 중립 정책’을 주의 깊게 살폈다. 현 정부의 탄소중립 기조는 어떤가.
“탄소 중립은 어느 정부던 피할 방법이 없다. 2040년, 2060년도 아닌 2050년까지 탄소중립으로 가야 한다고 결정한 것은 ‘국제적 약속’이기 때문이다. 폭탄 돌리기 식으로 한다면 책임에 대한 부담감도 2050년에 가까워질수록 커질 것이다. 사슴 사냥 게임을 현재 국제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비유해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토끼 한 마리 잡는 사람보다 넓은 포션을 차지하는 나라다. 적극 참여해야 한다.”
- 국회에선 어떤 논의가 이뤄지고 있나.
“대표적으로 기후변화를 논의하는 단체가 국회 기후변화포럼이다. RE100 인증을 위해 반도체 공정 등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등을 공개적으로 논의하기 위해 오는 12월 7일 토론회도 마련했다.”
-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탄소중립에 대한 대응 차이가 있나.
“정치권은 어떤 상황을 한 문장으로 정의하고 규정하길 좋아한다. 하지만 기후 위기와 관련해선 그런 태도를 자제하고 싶다. 인식이 느리고 빠름의 차이는 있겠지만 상황의 심각성에 대한 동의는 넓게 이뤄지고 있다.”
- 정치인의 역할은.
“‘정치인’에 대한 각자의 정의는 다 다를 수 있다. 나는 정치가 ‘두 사람 이상이 의사결정권 또는 헤게모니, 권력을 사이에 두고 벌이는 행위’라고 본다. 정치엘리트들의 행동만을 정치라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하지만 개개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그것이 정치 소재고, 주제라고 생각한다. 모두들 자신의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해주시길 바란다.”
한편, 유 의원은 2014년 상반기 재보궐에서 당선돼 19대~21대 국회의원을 경기 평택시 을에서 지낸 3선 중진이다. 현재 국민의힘 경기도당 위원장도 맡고 있다.
국회 입성 전엔 이한동 국무총리 비서관, 류지영 전 의원 보좌관을 역임했다. 2016년 탄핵 정국에서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바른정당 창당에 참여했으며, 2020년 1월 바른미래당 탈당 후 새로운보수당 창당에 참여한다. 이후 보수 통합을 통해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소속이 됐다.
좌우명 : 생각대신 행동으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