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SGC이테크건설이 중대재해, 실적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와중에도 3세 경영인 대관식을 거행했다. 오너일가의 존재감을 부각시켜 회사 안팎 어수선한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전략이라는 해석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일각에선 OCI그룹 지배력을 둘러싼 힘겨루기가 예고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28일 SGC이테크건설·SGC에너지(구 삼광글라스)는 이우성 부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이우성 신임 대표는 故 이회림 OCI그룹 창업주의 차남인 이복영 회장의 장남이다. SGC이테크건설·SGC에너지 측은 "SGC에너지는 박준영 사장과, SGC이테크건설은 안찬규 사장, 이우성 신임 사장이 함께하며 신구 조화를 통해 조직의 안정을 꾀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사로 이우성 대표의 부친인 이복영 회장은 SGC이테크건설 대표이사 자리에서 사임했다. 다만, SGC그룹 지주사인 SGC에너지 대표이사직은 그대로 유지한다. SGC이테크건설을 기점으로 SGC그룹의 3세 경영 시대가 본격 막을 올리게 되는 셈이다.
이를 두고 관련 업계에선 여러 가지 악재가 겹쳐 곤욕을 치르고 있는 SGC이테크건설의 불투명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재 SGC이테크건설은 지난 10월 21일 경기 경기 안성 소재 KY로지스 저온물류창고 신축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노동자 사망사고로 시련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3일 SGC이테크건설과 안찬규 대표이사 등 관계자들을 중대재해법·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입건한 데 이어, 지난 27일에는 SGC이테크건설이 시공하는 전국 31개 현장을 감독한 결과 29개 사업장에서 142건의 위반사항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안전조치 미준수사항에 대해 시정 명령을 내렸으며, 안전관리 미흡사항엔 총 2억6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실적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SGC이테크건설은 2022년 3분기 연결기준 매출 3986억1984만 원, 영업이익 92억345만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57.63%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32.42% 감소한 수준이다.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해 원가 방어에 실패한 것이다. 이로써 지난 상반기까지 전년보다 좋은 수준을 유지하던 SGC이테크건설의 올해 누적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마이너스(-8.09%)로 돌아섰다.
탄탄했던 재무건전성에도 '노란불'이 들어온 눈치다. 지난 3분기 SGC이테크건설의 영업활동 현금흐름, 현금·현금성자산 등 유동성 관련 지표는 전년 동기 대비 개선됐다. 또한 업계 전반을 뒤흔든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리스크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으로 평가된다. 지난 28일 이선일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SGC이테크건설은) 차입이 거의 없는 상태로 현금만 1000억 원이 넘는다. 안정성과 성장성을 겸비한 데다, 최근 이슈인 유동성도 문제가 없다. 사업구조·재무구조도 매우 양호하다"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곳곳에 위험 요소가 도사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SGC이테크건설의 미청구공사는 지난해 말 335억9717만 원에서 올해 9월 말 667억3958만 원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우발부채 리스크도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SGC이테크건설의 지급보증 현황을 살펴보면 연대보증 등 신용보강 규모가 2021년 말 5433억4694만 원에서 올해 9월 말 1조653억 원으로 96.06% 증가했다. 리스크가 낮은 중도금대출 연대보증을 제외한 신용보강이 2065억 원 가량 확대된 게 눈에 띈다. 또한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0월 DB손해보험(구 동부화재해상보험)이 SGC이테크건설을 상대로 낸 구상권 청구소송에서 원고의 입장을 일부 수용해, SGC이테크건설이 101억3013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유동성에 경고등이 켜진 걸 인지한 걸까, SGC이테크건설은 지난 28일 단기차입금증가결정, 특수관계인으로부터 자금차입 공시를 내고 유동성 확보를 위해 지주사인 SGC에너지로부터 800억 원을 연 9.01% 이자율로 빌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만기는 오는 2023년 2월 28일이다.
회사 안팎 우려를 불식시키고, 불투명성을 줄여 재도약을 꾀하기 위해 SGC그룹 오너일가가 대관식을 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들이다. 국면전환용 카드라는 것이다. 더욱이 이우성 대표는 이미 지난해 소액주주들의 반발에도 강행한 3사 분할합병으로 지주사인 SGC에너지 최대주주로 등극한 상황이다. 지배력 강화에만 몰두하고 위기는 외면하고 있다는 책임론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전면에 나설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일각에선 보다 큰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지난 23일 OCI는 인적분할 방식으로 회사를 존속법인 OCI홀딩스, 신설법인 OCI로 분리하겠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OCI홀딩스는 기존 주력 사업인 말레이시아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도시개발, 에너지 등을 맡고, OCI는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사업과 베이직 케미칼, 카본소재 사업을 담당하는 방식이다. 또한 OCI홀딩스는 차후 OCI 지분을 매입해 지주사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는 故 이회림 OCI그룹 창업주의 장남인 故 이수영 회장의 아들 이우현 부회장이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중론이다. OCI 지분을 현물출자하는 방식으로 지주사인 OCI홀딩스 지분율을 확대하려는 사전작업이라는 것이다.
현재 OCI의 지분구조는 故 이수영 회장의 동생인 이화영 회장과 이복영 회장이 각각 5.43%, 5.40%를 보유해 개인 최대주주, 2대주주로 있으며, 이우현 부회장이 5.04%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이우현 부회장이 회사 인적분할을 기점으로 지분율 확대에 본격 돌입할 경우 경영권 분쟁이 펼쳐질 여지가 있는 구조다. OCI에서 인적분할 계획을 밝히고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SGC이테크건설·SGC에너지에서 이우성 부사장의 대관식이 개최됐다. 이우성 대표의 승진을 두고 큰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OCI그룹은 오랜 기간 형제경영 기조를 유지한 집단인 만큼 분쟁이 벌어질 가능성은 낮아 보이나, 만약 지분 경쟁이 이뤄진다면 키를 쥔 건 친인척, 그리고 국민연금공단 등 기관투자자들이 될 전망이다. 지난 9월 기준 이우현 부회장의 직접적 우호지분은 모친인 김경자 송암문화재단 이사장, 여동생인 이지현 OCI미술관 관장, 배우자인 김수연씨의 지분을 더해 약 8% 안팎 수준으로 여겨진다. 이복영 회장은 아들인 이우성 대표 등을 비롯해 약 6%, 이화영 회장도 아들인 이우일 유니드 전무, 유니드 등을 포함해 약 6%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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