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대기업이 청년 정치인 공개적으로 지원하는 발상전환 필요”
“청년의 당원 가입기간은 중요치 않아…‘밀도’ 있는 활동이 열쇠”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박지훈 기자]
더불어민주당 노성철 동작구의원(37)은 당내 서울 청년들을 이끄는 청년위원장이다. 그는 청년위원장에 당선되면서 ‘강한 청년’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 원동력은 ‘조직’에 있다고 주장했다.
현 청년 정치인들의 실상을 정당 행사 때 허드렛일을 하는 일꾼으로 꼬집은 그는 청년 중심의 조직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청년위원장들이 뭉쳐서 단체 행동에 나선다면 힘이 실릴 테고, 청년 현역 의원들이 탄탄한 조직을 만든다면 청년 전체가 ‘강한 청년’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노 위원장은 고등학생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올곧은 모습에 매료돼 민주당에 가입했다고 한다. 본인 또한 그 모습을 본받아 자신이 생각하는 신념을 관철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성철 청년위원장은 “청년 의원뿐 아니라 모든 자리에서 자신의 역할을 하는 이들 모두가 정치인”이라며 “후배들이 마음 편히 정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인터뷰는 지난 5일 동작구에 소재한 의원사무실에서 진행됐다.
1. 시그니처 질문
“청년, 사회적 약자인 이유?…안정적으로 자리 잡기 전 늘 ‘을’의 입장”
“청년 위한 ‘멘토링’ 제도 활성화 해야…청년 정치인·기업 관계 양지로”
- 청년은 사회적 약자인가요.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자본주의 사회잖아요? 청년들은 돈이 부족해 벌어야 하는 입장이죠. 그러다 보니 돈을 벌기 위해서 부당함에도 이의를 제기하기 힘들고 ‘을’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일정 부분 금전적으로 안정적인 자리를 잡기 전까지는 약자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청년 정치인’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으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일부 청년 정치인 중에는 지역구 국회의원의 가방을 들고 다니는 경우도 있어요. 의회·의정 활동을 해야 하는 본회의 시간에도 지역구 국회의원 일정이 있다고 하면 눈치 보면서 현장에 나가 있습니다. 지역구 의원이 공천권을 가지고 있거든요.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하잖아요? 소신 있게 목소리 내는 사람들은 결국 부러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청년들은 일정 부분 성장하기 전까지는 약자라고 생각합니다.”
- 해법은 무엇이라고 봅니까.
“청년들을 위한 ‘멘토링’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100대 기업이 각자 청년들을 도와주고 후원을 하는 것이죠. 단순히 금전적인 지원만 할 것이 아니라 교육을 해주거나 보호해 줄 수 있는 장치를 만드는 것이죠.”
그는 멘토링 시스템을 청년 정치인에게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과 같은 기업이 청년 정치인 5명을 후원하고 있다면, 기성세대가 청년들을 함부로 대하지 못할 겁니다. 최소한 눈치라도 보게 되겠죠. 매칭 시스템 혹은 멘토 시스템을 만들어서 함께 성장시켜 나가는 분위기가 조성됐으면 좋겠어요. 만약 100대 기업이 10명씩만 후원을 한다면 1000명의 청년 정치인을 우리나라에서 육성시킬 수가 있는 거잖아요. ‘그것만 해도 뜻깊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 이익집단이 청년 정치인들에게 후원해 주는 시스템 선례가 있나요.
“없습니다. 제가 모를 수도 있겠지만요. 노블레스 오블리주처럼 ‘우리나라를 통해서 막대한 이익을 얻은 기업이라고 하면, 국가 발전을 위해서 그 정도는 해줘야 되지 않겠냐’는 생각에서 나온 겁니다.”
- 이익 집단들이 개입하게 된다면 부적절한 정경유착을 야기할 수 있지 않나요.
“아니에요. 오히려 몰래 하면 문제가 되지만 대놓고 하면 눈치 보여서 못 해요.”
발상의 전환이었다. 자칫하면 정경유착으로 오해받을 수 있는 기업과 정치인 간의 스폰서십을 양지화 시킴으로써 도덕적 해이를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 골자였다.
“예를 들어서 삼성이란 기업의 후원을 받았어요. 그러면 만약에 관할 관공서에 TV와 같은 전자제품을 새로 도입할 때 감히 거기에 삼성제품은 말도 못 꺼내는 거예요. 오히려 겉으로 드러나 있을수록 유착관계로 변질되지 않을 거라 생각해요. 관계를 양지화시켜야 감시가 편해지거든요. 도리어 뒤로 몰래 받는 것들이 훨씬 문제가 되겠죠. 드러내면 절대 문제가 되진 않을 겁니다.”
2. 청년 현안
“박지현, 민주당 청년위원장들과 소통 없어…민주당 내 청년 목소리 일반화 경계”
“청년 정치인 무조건 필요…청년 정치인이 소신껏 활동할 수 있는 환경 만들 것”
- 지난 연말, 페이스북에 민주당 시도당 청년위원장이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을 규탄하는 성명을 냈습니다.
“대립이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대립이라 하면 서로 다른 의견을 내야 하는데 저희만 성명서를 냈을 뿐이죠.”
- 성명서를 낸 이유가 무엇입니까.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은 민주당 청년들과 당 생활을 같이 한 적이 없습니다. 대선 기간 불꽃 추적단이라는 이력을 가지고 비대위원장이 됐죠. 이후 민주당 청년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처럼 얘기하고 있는데 실질적으로 그 어떤 지역의 청년 위원장들과 소통된 바는 전혀 없거든요.
이태원 참사 때 본인이 트위터에 글을 게시했는데 민주당 청년 일동이라는 문구를 썼어요. 외부에서 볼 때는 ‘박지현이 민주당 청년들의 목소리를 대표한다’는 착각을 야기할 수도 있을 것 같아 한 번 정리를 한 것이죠.”
그는 박 전 비대위원장의 목소리가 민주당 청년 정치인 전체의 목소리로 일반화될 수 있다는 것을 경계했다.
“박 전 비대위원장 얘기가 맞는 부분도 있겠지만 민주당 청년들의 생각과 다른 점 역시 많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전체로 일반화된다면 문제가 된다고 봅니다. 이에 제가 주도해서 전국에 있는 청년 위원장들한테 동의를 구하고 성명서를 낸 겁니다. 제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 이후로 별다른 접촉 같은 것도 없었나요.
“없었습니다. 커뮤니티에 관련 글이 공유가 많이 되기는 했죠. 이후로는 청년 일동이라는 표현은 안 쓰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 민주당 청년들끼리 알력 다툼을 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습니다.
“그건 아니에요. 다툼을 하려면 싸움이 돼야 하잖습니까. 박 전 위원장은 미디어와 선거가 잠깐 만들어낸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6개월, 1년이 지나면 관심권에서 사라질 것으로 봅니다. 진짜 불꽃같이 정치하다 간 거죠. 사실 정치라는 표현도 부적절한 것 같아요. 불꽃같이 본인 생각을 어필하다 갔다고 생각해요.”
- 2023년 계묘년을 맞아 청년 정치가 나아가야 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면요.
“본인의 소신을 말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된다고 생각해요. 저 같은 경우, 이제 의정 활동 6개월 차잖아요. 주변에 말하길, 다음 동작을 청년위원장이 구의회에 들어올 수 있게끔 하고 무언가를 추진하려 할 때 선배가 가꿔놓은 텃밭 안에서 일하기 편한 환경을 만들고 가겠다고 해요. 그래서 ‘구의회는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입니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올해 우리 청년 정치인들이 해야 할 일은 의회에 들어올 다음 세대의 청년 정치인들을 위한 기반을 만들어주는 게 됐으면 좋겠어요.”
- 청년 정치인의 명확한 기준은 무엇이라고 보나요.
“기본적으로 정치를 △지역 △의정 활동 이렇게 두 개로 나눠서 봅니다. 지역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청년 정치인의 역할과 덕목은 에너지를 주는 거라 생각합니다. 반면 의정활동에서 청년 정책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분란과 논쟁에 대한 중재라고 생각해요. 특히 비서관으로 일하는 분들의 경우 중재하는 역할을 열심히 하고 있잖아요. 실질적으로 대화를 하다 보면 배지를 단 의원들보다 비서관, 보좌관을 하고 있는 청년들이 훨씬 더 해박하고 명확하게 보고 있음을 많이 느낄 수 있었어요.”
- 청년들의 정치참여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청년들이 의회에 들어오려면 제도적 개선 등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고 봅니까.
“금전적으로 부담스럽지 않고 정치에 도전할 수 있는 지원책이 필요합니다. 청년이 구의원 선거에 나간다면 준비해야 되는 돈이 약 5000만 원 정도예요. 20대 중 5000만 원을 모아놓은 경우가 얼마나 있을까요. 추후에 일정 부분 돌려받기는 하지만 이 친구들을 후원해 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선거법상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요.”
지방의원에 대한 후원회가 합법화되지 않았냐는 질문에 노 위원장은 법안이 만들어져도 제도가 현실적으로 안착하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지적했다.
“후배들을 위한 정책을 만들고 싶어요. 4년 임기가 끝나면 41세에 끝나겠죠. 우리당 기준의 청년은 45살까지예요. 선배 청년으로서 후배들이 마음 편하게 정치하고 본인 꿈을 펼치고 발언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 일부 청년 정치인들의 행보로 인해 청년 정치인의 필요성에 의문을 표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해요. 장경태 의원은 민주당에서 키워낸 청년 정치인이기에 청년 후배들을 생각하는 정책들을 만들고 추진이라도 합니다. 일부 기성 의원들은 딱 선거 때만 청년들을 찾고 그 외에는 챙긴다고 보기 힘들지요. 과연 300명 중 몇 명이 있을까요? 없어요. 찾는다고 하면 그것 또한 정치와 관련된 일일 테죠. 전용기-장경태 의원은 청년들을 위한 정책을 내고 있잖아요. 청년 국회의원은 무조건 필요하다 생각을 합니다.”
청년으로서 당의 대표직을 역임했던 박지현과 이준석의 경우를 묻자 그는 청년이 대표직을 하려면 공동대표직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지현과 이준석의 예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사람이 좋을 때는 표정도 좋지만 안 좋을 때는 어떤 모습이 나올지 모른단 말이에요. 대표직을 청년에게 맡긴다면 두 명을 선임하는 공동대표제를 제안합니다. 서로 생각을 견제하고 폭주하지 않게끔 인사 조치가 필요합니다. 그래야지 이번 박지현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봅니다.”
- 공동 대표제 중 가장 우려되는 부분 중 하나가 지휘 체계의 혼선이잖아요.
“그렇게 생길 수도 있겠지만 한 사람한테만 전권을 주기에는 위험하다는 거에요. 무조건 공동으로 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휘 체계도 그 안에서 또 정하면 되는 거니까요. 예를 들어서 공동 대표를 3명으로 했다하면 안건과 의제가 있으면 투표를 했을 때 2대 1로 정해질 거잖아요. 1대1대1은 아닐 거니까. 그럼 그거에 따라가다 보면 홀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3인 3색 이런 식으로.”
노 위원장은 지도체계 보다 앞으로 더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며 말을 이었다.
“전략공천 문제들이 난무하겠죠. 이렇게 들어온 국회의원 중 정말 잘 영입했다고 평가받는 경우가 몇 명이나 있을까요.”
회의적 시선을 견지했다.
3. 청년에게 한마디
“정치 도전 과정, ‘운’이 많이 따랐다…미디어 덕 톡톡히 봤다”
“청년 정치인, ‘나이롱’ 당원 아닌 ‘밀도’있게 활동하길 바란다”
- 끝으로 정치 신인으로서 도전 과정이 궁금합니다. 청년 정치인의 애로 점과 제언도 덧붙여 부탁합니다.
“저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누군가는 왜 이렇게 겸손하게 얘기하냐고 했었는데 운이라고 생각하는 게 부산에 있다가 대학원 과정을 중앙대에서 공부했어요.
자연스레 동작구에 정착하게 됐고 청년위원회도 이곳으로 옮기게 됐습니다. 그런데 원래 있던 청년위원장이 갑자기 베트남으로 가게 돼 2020년 4월 전략공천으로 온 이수진 의원께서 저한테 같이 하자고 제안해 청년위원장이 됐습니다. 이때부터 바람을 타기 시작한 것 같아요(웃음).
청년위원장이 되고 나서 서울시당에서 홍보소통위원회 부위원장을 겸했어요. 그때 제가 미디어 사업을 하고 있었거든요. 원래 경영하던 회사가 영상 제작사에요. 많은 의원들 영상 제작을 하면서 인맥도 많이 쌓았고요.
청년위원장을 한 2년 정도 열심히 하다 보니까 우여곡절 끝에 구의원을 나가게 됐어요. 자기 주장도 강하다 보니까 주장하는 부분들이 매스컴을 타게 됐고 <YTN>에 출연하면서 운 좋게 조금 더 알려지게 됐어요. 서울시당 청년위원장 선거가 있을 때 원래 나갈 생각이 없었지만 9월 말쯤에 선배들이 저한테 ‘네가 나가면 어떻겠냐’고 권유해 도전하게 됐어요.
투표를 하는데 아무래도 SNS에서 많이 접한 사람이 조금 더 본인들한테 가깝게 느껴질 거잖아요. 인스타그램 중심으로 오래 활동해서인지 노출이 좀 된 것 같아요. 운 좋게 서울시당 청년위원장이 됐죠. 그러면서 권한이 생겼는데요. 제가 생각하고 있는 정책을 펼쳐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앞으로 또 2년 4년 뒤에 도전을 할 수 있겠죠. 모든 게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후배 청년들에게 나일론 당원이 되지 말고 밀도있게 활동할 것을 조언했다. “얼마나 오래 당원 생활을 했느냐보다는 어떻게 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청년 정치를 꿈꾼다면 기간이 아무리 짧더라도 어떻게 하느냐가 훨씬 중요하니까 밀도 있게 집중해서 활동을 하면 더 많은 기회가 생길 겁니다.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서울에 있는 민주당원들은 서울시당 청년위원회에서 도와줄 수 있으니까 찾아주세요.”
한편 그는 의정활동을 시작하면서 폭풍이 휘몰아치는 경험을 겪었다고 소회했다. 그는 “당선인 신분이 되자마자 관할 내 초등학교 옆에 이륜차 라이더 카페가 생겨 지역 주민들과 문제 해결에 뛰어들었다”며 “상황이 일단락되니 또 폭우가 내려서 지역이 큰 피해를 입었고 이를 복구하는 과정에서 동작구민들의 피해를 최소화 시키기 위해 발벗고 뛰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동작구 상권 르네상스 같은 굵직한 사안들이 남아 있어 남은 임기 동안 쉬지 않고 일할 것이라는 각오를 비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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