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파 수장 외부의 적 언급…진정한 목적, 당 내부 규합용 ‘단일대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박지훈 기자]
“민주주의가 후퇴해선 안 된다.”
지난 2일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만났습니다. 민주당의 두 거인이 이야기를 나누던 중 문 전 대통령은 “어렵게 이룬 민주주의가 절대 후퇴해서는 안 된다”며 우려의 말을 전했고 이 대표도 이에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왜 민주주의가 후퇴해선 안 된다고 말했을까요? <시사오늘>은 지난 15일 민주당 관계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해당 발언의 의미를 들어봤습니다.
민주당 인사 6명에게 질문했지만 모두가 비슷한 취지의 답변을 내놨는데요. 종합해보면 우선 ‘검찰의 지나친 정치개입을 뜻하고 있다는 것이 주 의견입니다. 견해에 따르면 선출된 권력은 민주주의에서 가장 강력한 권한입니다. 이에 검찰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선출직 의원들을 지나치게 몰아붙이는 것은 과하다는 주장이지요.
'이재명' 개인에 대한 표적수사 뿐만 아니라 김용 전 민주연구원장과 정진상 정무조정실장이 검찰로부터 기소됐으며, 노웅래 의원이 뇌물수수 혐의로 수사 받고 있습니다. 국민으로부터 선택 받은 ‘선출직’ 권력을 검찰이 손에 쥐고 흔들려는 모습을 두고 문 전 대통령이 이에 대해 경고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입니다.
또한 내부에서 조짐을 보이고 있는 당의 균열을 막기 위해 해당 발언을 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친명계와 친문계의 갈등이 끊임없이 나오는 가운데 각 계파의 수장들이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줘 당 외부의 위협을 거론하며 ‘단일대오’를 갖추기 위한 셈법으로 읽힙니다.
실제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수사망이 조여 오면서 당 일각에서 친명계의 당 운영에 반발하며 비판을 가한 바 있습니다. 계파 간 갈등으로 번지며 분당 가능성까지 조심스럽게 거론되는 상황입니다. 때문에 외부의 적이 존재한다는 암시를 던짐으로써 당 내부의 결속력을 다지겠다는 의도일 수 있다는 시각입니다.
민주당 관계자는 관련 대화에서 “‘민주주의의 후퇴’는 대외적인 메시지다. 통일된 메시지를 던짐으로서 당내 규합이 진정한 목적”이라고 전했습니다.
한편, 정부여당은 여당대로 내부 결속이 필요할 듯 보입니다. 오는 3월 예정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어느 후보가 대표로 당선될지 주목되는데요. 최근 당헌 개정 문제로 특정 후보 배제에 대한 반발의 목소리가 큰 듯 보입니다.
당원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던 나경원 전 의원 경우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의미심장한 글을 남기기도 했지요.
나 전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진정한 성공에 누가 보탬이 되고, 누가 부담이 되는 지는 이미 잘 나와 있다”며 “제2의 진박 감별사가 쥐락펴락하는 당이 과연 총선을 이기고 윤석열 정부를 지킬 수 있겠나? 2016년의 악몽이 떠오른다. 우리 당이 이대로 가면 안 된다”고 글을 올렸습니다.
친윤(윤석열)계 중심의 도 넘은 교통정리를 꼬집은 것이라 보이는데요. 국민의힘 내분을 둘러싼 파장이 어디까지 여파가 미칠지 민주당에서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입니다. 야당 진영의 한 인사는 “국정을 운영하기 위해선 대통령과 궁합이 잘 맞는 여당의 수장이 필요하다지만 대통령실 등 친윤계 지나친 개입이 오히려 윤 대통령의 입지를 줄어들게 만들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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