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대 예산 삭감 논란, 청년들 생각은? [현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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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대 예산 삭감 논란, 청년들 생각은? [현장에서]
  • 박지훈 기자
  • 승인 2023.02.23 2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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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대 예산삭감, 시의회 독단적 결정…‘등록금 인상’ 위한 정치적 포석 의심돼
시립대는 유일한 4년제 공립 일반대학, 고등교육의 모범적 책임 갖춰야 할 의무 있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박지훈 기자]

박강산 서울시의원이 토론회에 앞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시사오늘(=박지훈 기자)
박강산 서울시의원이 토론회에 앞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시사오늘 박지훈 기자

서울특별시의회에서 서울시립대 예산 100억 원을 삭감했다. 지난 1월 서울시립대학교 등록금 인상 논란에 이어 예산 삭감이 결정되자 학생 사회에 파장이 일었다. 

시립대 대학생들은 이 사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더불어민주당 박강산 서울시의원이 지난 21일 관련 주제로 주최한 토론회에 다녀왔다.

토론에 앞서 박강산 의원이 단상에 섰다. 박 의원은 “많은 청년들과 동료 의원들이 토론회에 참석해줘서 가슴이 웅장해진다. 참석해준 모두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고 인사를 전했다.

이어서 그는 “저는 정치가 누구를 대표해서 무엇과 싸울 것인가에 대한 대답이 명확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청년 비례대표로 의회에 들어왔으며 동시에 대학원생이기도 하다. 당사자성을 가지고 이 문제를 심도 있게 봤다. 모두가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눴으면 한다”고 말했다.

 

등록금 인하, 포퓰리즘?…운영예산 오히려 늘려야


김인환 반값등록금 TF단장이 발표하고 있다.ⓒ시사오늘 박지훈 기자

발제자로는 더불어민주당 김인환 서울특별시당 대학생위원회 반값등록금 TF 단장이 나섰다. 

김인환 단장은 ‘고등교육 예산삭감에 따른 부작용’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시작했다. 

김 단장은 “서울시립대학교는 지난 2012년 반값 등록금을 실현해 공교육을 정상화하는데 기여했다”며 “하지만 최근 서울특별시의회에서 시립대 예산을 100억 원 삭감하면서 학생사회를 포함한 시립대 구성원들에게 많은 혼란을 야기했다. 이는 반값등록금 폐지가 목적이었기에 등록금 인상 눈치를 보고 있던 다른 대학들의 인상 움직임도 본격화 됐다. 시립대학교 학생으로서 고등교육 예산삭감에 따른 부작용과 시립대 학생 교육권 중심으로 발제하고자 한다”며 발제를 시작했다.

그는 서울시립대의 교육 여건을 ‘학생 측면’과 ‘교원 측면’으로 내다봤다. 학생 측
면으로는 대학이 학생 교육과 교육 여건 개선을 위해 투자한 ‘학생 1인당 교육비’를, 교원 측면으로는 교원 법정 정원 대비 대학이 실제 보유한 전임교원 수를 비율로 산출한 값 ‘전임교원 확보율’이다.

김 단장은 “학생 1인당 교육비에는 인건비와 운영비, 장학금, 도서구입비, 실험실습비, 교육용 기계 구매비 등이 포함된다. 2021년 기준 서울시립대학교 학생 1인당 교육비는 1643만56원이다”며 “이는 서울 주요 대학 14곳 (서울대·연세대·고려대·성균관대·한양대·이화여대·서강대·경희대·중앙대·동국대·건국대·홍익대·한국외대)과 비교했을 때 하위권(9위)에 위치해 있다”고 현 시립대의 평균 교육비가 평균인 2225만 원에 미치지 못함을 피력했다. 

또한 그는 “2022년 서울시립대학교 전임교원 확보율은 학생정원 기준으로 91.41%다. 계열별로 들여다보면 인문사회 계열(101.02%)과 자연과학 계열(107.27%)은 법정 정원(100% 이상)에 충족하나 예체능 계열(83.78%)와 공학 계열(79%)은 교원 추가 확보가 시급하다”며 교육 여건의 불균형을 짚었다.

이어서 그는 예산 삭감을 결행한 국민의힘 소속 의원의 주장을 설명했다.

“국민의힘 김현기 의장은 ‘반값 등록금을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대표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다’고 평하며 ‘이제 중단해야 한다. 이번 정기 서울시의 예산 심의 때 이 문제를 다루겠다’고 작년 하반기에 밝혔다. 그에 대한 근거는 4가지다. △QS 세계 대학랭킹 하락 △휴학생 비율 33%, 연간 자퇴생 수 300명 달함 △전임교원의 70.6%가 수업시수 감면혜택, 유명무실한 부설 연구소 △학교 자체수입 증대를 위한 자구 노력 전무다.”

김 단장은 김현기 의장의 주장에 반박을 내놨다. 그는 “반값등록금을 공약으로 제시했던 것은 2006년 제4회 지방선거 당시 한나라당이었다. 그리고 2012년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반값등록금이 실현됐다. 10년 동안 정책이 이어지면서 시립대는 ‘2012년 등록금 인하 이후 대학운영 성과분석과 발전방안’이라는 반값등록금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 시행하고 있다”며 “QS 세계대학순위는 영국의 대학평가기관 ‘QS’가 주관하며 △학계 내 평판(40%) △학생 수 대비 교원 비율(20%) △논문 피인용 수 (20%) △기업의 평판(10%) △외국인 교원비율(5%) △기타(5%) 등을 기준으로 삼는다. 기준 중 50% 이상이 외부의 견해 반영비율이 높아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 또한 서울시립대는 장학금 수혜율이 99%에 근접하며 교육비 환원율은 523.8%로 2022년 중앙일보 대학평가 교육 여건 부분에서 전국 국·공립대학 중 3위를 차지했다”고 말했다.

또한 “2022 대학정보공시에 따르면 시립대 재적생 대비 휴학생 비율은 27.93%로 김 의장이 산출한 32.8%보다 5% 가량 더 낮으며 반값등록금이 시행된 2012년 이래로 서울시립대 한 해 자퇴생 수는 300명에 근접하지도 않는다”며 “설령 부실한 근거들이 모두 사실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반값 등록금이 포퓰리즘이라는 주장의 근거가 되겠는가? 대학은 경영의 장이 아닌 교육의 장이다. 김 의장의 주장대로 대학경쟁력과 연구실적 강화를 위한다면 반대로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반박했다.

김 단장은 “서울시립대 구성원들은 교육의 장이 정치의 장으로 이용된 것에 대한 분노와 함께 예산삭감의 부작용을 떠안게 됐다. 구체적인 삭감항목 없이 통으로 100억 원을 삭감한 것으로 인해 학생들은 △교육 △취·창업 △시설 △인권·복지 분야에서 피해를 볼 것”이라고 발언했다.

김 단장에 따르면 증액이 필요했던 교육 분야에선 학술연구지원, 특색교육과정, 도서관운영지원 사업의 축소 내지는 취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취업과 창업의 경우, 시립대에선 창업지원단을 운영해 창업문화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으나 예산삭감으로 인해 창업문화와 지역사회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시설 노후화 또한 문제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전염병에 따른 비대면 강의의 정착화 필요성을 절감했다. 다시 찾아올 수 있는 사태에 대비해 비대면 수업을 위한 시설 구축이 필요하다. 또한 수업의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한 실험실습기자재 확충 등 장비 구입 예산이 삭감된다면 교육의 질 하락이 걱정된다는 주장이다. 

예산삭감에는 장학금 사업도 포함돼 있어 공립대학으로서의 사회적 책무 이행과 모범적 면학 분위기 조성을 통한 대학 경쟁력은 퇴행할 수도 있다는 걱정도 제기됐다. 나아가 인권센터 또한 예산이 줄어 학생들의 인권 또한 후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반값등록금을 폐지하겠다는 서울시의회 의장의 정치적 목적으로 위 사업들은 축소 혹은 폐지 위기에 놓였다. 학생뿐만 아니라 시립대 구성원들까지 확장한다면 시 의장의 독단적인 행위가 많은 이들의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교육은 양보할 수 없는 가치다. 오늘 토론회에서 논의되는 구성원들의 이야기가 시의회에 전달돼 추경 논의가 빠르게 진행되기를 바란다”며 발제를 끝냈다.

 

등록금 인하? 등록금 확대!…대학 자체적 재원 확보 나서야
시 의회의 비민주적인 결정 반대…반값등록금 폐지 우려돼


ⓒ시사오늘(=박지훈 기자)
서울시립대 예산 삭감 관련해 패널들이 토론하고 있다.ⓒ시사오늘 박지훈 기자

토론 패널로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황홍규 전 사무총장과 대학생들이 나섰다. 황 전 사무총장은 등록금 ‘인하’가 아닌 ‘인상’을 주장했다. 그는 3가지 이유를 꼽았다.

첫째는 대학 자체수입금 세출 구성에서 경직성 경비의 확대다. 그는 “국·공립대학 회계 제도 도입에 따라 대학 자체 직원에 대한 인건비와 종전 기성회계에서 부담했던 교직원에 대한 교육·연구과 학생지도 비용을 모두 등록금을 주 재원으로 하는 대학 자체 수입금으로 부담하게 됐다. 그런데 기존 대학 자체 직원에 대한 인건비는 노동관계법과 노사협약에 따라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또한 여러 영역에서 전담 인력 배치와 확대 등을 요구하는 각종 대학평가 등에 대응해 추가로 충원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대학의 부담 증대를 근거로 들었다.

다음으로 학생의 여건에 따른 장학 제도 운영을 꼽았다. 그는 “경제적 여건이 어려운 학생들의 경우에는 등록금 면제나 지원의 범위를 넘어 생활비 지원까지 가능해야 실질적 평등을 구현할 수 있다. 그러나 현 대학의 재정 여건으로는 생활비 지원은 불가능하다. 또한 ‘한국장학재단 설립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동일 학기에 장학금 또는 학자금 대출을 받은 금액의 합계가 해당 학기 등록금 범위를 초과하는 경우 중복지원에 해당해 추가지원이 금지됐다. 서울시는 이를 초과하는 장학금 지원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대학 자율적 투자와 운영 경비의 확보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헌법에선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다. 허나 국가나 지방자지단체의 지원금의 대부분이 지원 목적이 정해져 있다. 목적 외 사용을 금지하고 목적 외 사용에 대해서는 징계벌은 물론 형사처벌까지 하고 있어 대학의 입장에서는 사용 목적, 대상, 방법 등을 대학 스스로 정해 운용하는 자금의 확보 필요가 절실할 것”이라 말했다. 

황 전 총장은 “서울시립대는 전국 유일 국·공립 4년제 일반대학으로서 대한민국을 대표해 운영하는 대학이 될 때 지속적 성장이 가능하다고 본다. 특히 초저출산시대에 한명 한명이 너무나 소중하기에 이들에게 최고, 최선의 교육을 제공하는 것은 기성세대의 책무라 생각된다”고 생각을 털어놨다.

한편 그는 대학의 재정 확보 방안들을 제안했다. 우선 개인 기부금 세액 공제 제도다. 대학에 기부한 개인에 대해 연간 200만 원 한도에서 세액공제제도를 도입한다. 또한 대학 외부 R&D와 용역연구에서 연구자의 직접인건비와 연구자 소속 대학에 대한 보상금 반영하도록 해 외부에서 대학 재정이 확충 될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제안했다.

지역 대학생들도 토론회에서 목소리를 냈다.

봉건우 전 경희대학교 총학생회장은 “이번 서울시립대 예산삭감 사태를 보며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지난 1년간 한 대학의 학생사회 대표자로서 활동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판단했을 때, 이와 같은 결정은 서울시립대의 정상화나 교육의 진일보를 위함이 아닌 소통의 부재와 전문성 부족으로 인한 오판과 서울시립대가 권력자들의 정치적 희생양으로 전락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서울시립대 예산 100억 원 삭감의 사유로 서울시의회는 ‘서울시립대의 정상화’를 주장했다. 하지만 예산만 삭감하고 구제 조치나 대책 마련은 없었다. 논리적으로 반값에 달하는 저렴한 등록금이 문제였기에 예산삭감을 통해 이를 해결하려 했다면 결국 등록금을 인상한다는 의미인데, 고등교육법상 각 학교의 등록금 인상률은 직전 3개 연도 소비자물가상승률의 1.5배를 초과할 수 없도록 등록금 인상 상한제를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서울시립대는 마음대로 등록금을 인상할 수도 없다”고 시 의회의 결정을 꼬집었다.

이민지 한국외국어대학교 서울캠퍼스 총학생회장은 “서울시립대 반값등록금은 큰 상징성을 지닌다. 학생들의 반값등록금 요구가 들끓자, 여야를 막론하고 반값등록금을 선거에서 공약했다. 유일하게 서울시립대만이 반값등록금을 실현했다. 서울특별시의회의 시립대 예산 100억 삭감은 반값등록금의 역사, 고등교육에 대한 공공성, 지역과 대학의 관계를 이해하지 못한 결과다”며 “이번 예산 삭감은 의장의 지시로 예결위원장이 임의로 삭감한 정황이 있다. 민주적 의사결정과정 없이 의장의 지시로 예산이 삭감된 정황은 그 자체로 민주주의의 훼손이다. 교육은 시장주의적 관점과 효율성의 논리가 아니라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발언했다.

서울시립대학교 전민 학생은 “김현기 의장은 시립대의 반값등록금은 박원순 전 시장의 대표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라 못 박고 있다. 하지만 이는 특정 정당에 대한 호감을 갖게하는 실효성이 없는 포퓰리즘적 정책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원 철폐와 탄압은 박원순 전 시장의 정책들에 대한 반감을 무고한 시립대와 그 재학생들에게 칼끝을 돌린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세연 학생은 “서울시립대 예산이 갑작스럽게 삭감됐다. 나아가 등록금 인상에 대한 논의로 이어지고 있다. 시립대의 상징적이고 성공적인 정책 ‘반값등록금’의 폐지와 등록금 인상 논의는 학생들의 우려를 야기하고 있다. 대학등록금은 단순히 교육비로 취급할 수 없다. 구조·경영·사회적 요인을 고려해야한다. 그 금액의 인상 자체가 아닌 어떻게 지출하는 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담당업무 : 정경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확실하고 공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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