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한화와 한화 건설부문(구 한화건설)이 합병 시너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눈치다. 모(母)회사 품에 안긴 한화 건설부문은 불투명한 경영환경 속에도 좋은 흐름을 이어가며 한화의 전체 실적을 견인하고 있고, 자(子)회사를 껴안은 한화는 건설업계 전반에 유동성 위기가 닥친 상황에서 한화 건설부문에 대한 지원사격에 나섰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 건설부문은 최근 '대전하수처리장 시설현대화 민간투자사업'에 대한 대규모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조달에 성공했다. 해당 사업은 대전 유성구 원촌동에 위치한 노후 하수처리장을 금고동으로 이전·현대화하고, 최신 하수처리 공법을 적용해 하천수질 개선·악취 저감을 꾀하는 친환경 프로젝트다. 준공은 오는 2028년 예정이다.
한화 건설부문은 2021년 대전시와 실시협약을 체결한 이후 사업비 조달을 위해 PF를 진행해 왔다. 그 결과 한화 건설부문은 지난 20일 KDB산업은행, IBK기업은행 등 국책은행과 한화생명보험, NH농협생명보험, NH농협손해보험, 하나손해보험 등 금융권, 현대건설·계룡건설산업·태영건설 등과 손잡고 약 1조2000억 원 규모 민간자본을 확보하게 됐다.
관련 업계에선 지난해 11월 한화 건설부문이 한화에 흡수합병되지 않았다면 이루기 어려웠을 성과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한화 건설부문은 2022년 비교적 호실적을 유지했음에도 미착공 비중이 70% 이상이라는 점, 약 2000억 원 규모 회사채 만기일이 다가오고 있다는 점 등이 레고랜드발(發) PF 대출 사태 속 부각돼 애를 먹은 바 있다. 이 가운데 한화의 품에 들어가면서 한화 건설부문이 가진 재무적 리스크들이 희석된 것이다.
실제로 한화 건설부문 측은 대전하수처리장 PF 조달 성공 소식을 알리는 보도자료에서 "최근 급격한 금리 상승, 유동성 악화로 PF시장이 경색돼 자금조달이 어려운 실정이었으나 한화의 사업수행 역량과 기술능력에 대한 금융기관 신뢰를 기반으로 정책금융기관인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이 시너지를 낸 결과 대규모 PF 조달에 성공할 수 있었다"며 "한화는 합병법인 출범 후 성공리에 최초로 ESG사업 금융약정을 완료했다. 향후 지속적으로 추진될 하수처리·풍력을 비롯한 친환경사업 등 투자사업의 자금조달능력을 인정받았다"고 설명했다.
한화 건설부문만 도움을 받은 게 아니다. 한화도 한화 건설부문 덕에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한화의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 누계 실적을 살펴보면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오른 사업부문은 건설업, 레저·서비스업, 태양광사업 등 3곳이다. 화약제조업, 도소매업, 화학제조업, 금융업, 기타부문 등은 모두 매출 또는 영업이익이 감소하거나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반 하락했다. 한화의 건설부문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58.41%, 86.50% 올랐고, 흑자전환을 이룬 태양광사업 부문과 함께 회사 전체 실적을 이끌었다. 같은 기간 한화건설의 별도기준 누계 실적은 매출 2조6820억 원, 영업이익 1810억2000만 원으로 각각 39.42%, 43.21% 늘었다. 건설업황이 뚜렷하게 하락세에 진입한 2022년 4분기 원가·수익성 방어에 성공했다면 한화에서 한화 건설부문의 실적 기여도는 눈에 보이는 숫자 그 이상으로 평가될 것으로 보인다.
한화 건설부문이 한화에 가져다줄 중장기적 투자 결실도 예정돼 있다. 한화 건설부문은 '서울역 북부역세권 복합개발사업', '대전역세권 복합개발사업', '수서역 환승센터 복합개발사업', '잠실 스포츠 마이스 복합공간 조성사업' 등 대형 개발사업을 점진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이들 프로젝트 규모는 약 7조 원이다. 향후 한화 건설부문을 통해 한화가 확보하게 될 자금은 그룹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그린 인프라 디벨로퍼' 도약, 오너일가 경영권 승계 등 곧 다가올 김동관 시대 개막을 위한 밑작업에 활용될 전망이다.
한화에서도 이 부분을 이미 염두에 두고 있는 눈치다. 김우석 한화 재무실장은 앞선 대전하수처리장 PF 조달 관련 협약식 자리에서 "안정적인 재무구조와 건설에서 축적된 사업역량을 바탕으로 한화 건설부문이 '그린 인프라 디벨로퍼'로서의 역량을 강화해 나갈 수 있도록 다양한 금융기관과 협력해 안정적으로 PF를 조달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이번 PF 조달이 한화-한화 건설부문간 합병 시너지의 일환임을 강조했다.
모자간 합병 시너지를 가로막을 만한 사항은 미국발(發) 금리 변동으로 분석된다. 급등한 원자재 가격은 이미 상수가 됐고, 국내 대부분 건설사들이 이미 원가율 개선 작업에 들어간 상태다. 문제는 금리다. 한국은행이 얼마 전 기준금리 동결 결정을 내렸으나 미국 연준(Fed)에선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한 상황이다. 미국의 결정에 따라 우리나라가 불가피하게 따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대규모 개발사업이 예정된 한화와 한화 건설부문 입장에선 상당한 금융 부담이 예상된다. 더욱이 이 경우 한화 금융사업 부문이 대거 보유한 국공채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화 건설부문이 추진 중인 국내 주택사업이 상대적으로 적어 부동산 경기 침체 영향을 덜 받는 건 그나마 다행스런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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