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신애 기자]
‘여성대통령’을 어필하고 있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여성들의 표심 잡기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박 후보는 7일 오후2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여성유권자연맹 해피바이러스 콘서트’에 참석, 여성 대통령의 필요성을 역설한데 이어 오후3시에는 서울 노원구 서울여자대학교에서 20대 여대생들과의 소통을 시도했다.
이날 서울여대에서 열린 ‘소통의 장’에는 300여명의 학생들이 몰려 행사장 좌석은 물론 복도와 입구까지 발 디딜 공간이 없었다. 행사는 김성주 새누리 공동선대위원장의 특별강연 이후 2부 순서로 박 후보와 김 위원장의 ‘걸투(Girl Two) 토크콘서트’로 진행됐다.
박근혜 “브라우니가 날 닮아서 과묵해요”
서울여대 학생누리관에서 열린 ‘걸투 콘서트’의 칼라코드는 역시 ‘레드’였다. ‘초대 손님’을 위해 마련된 의자와 테이블은 물론, 앞서 무대에 올라 강연을 했던 김성주 위원장도 ‘박근혜 색깔’을 코디했다. 김 위원장은 빨간 스카프와 빨간 운동화로 칼라코드를 맞췄다.
행사의 사회를 맡은 방송인 박정숙씨 소개로 관중석의 환호를 받으며 박 후보가 등장했다. 박 후보는 최근 KBS2 프로그램 개그콘서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브라우니’를 데리고 무대 왼편에서 나타나 웃음을 자아냈다.
박 후보 역시 붉은 자켓으로 색을 맞췄고 브라우니 목에는 빨간 스카프가 둘러져 있었다. 박 후보는 “브라우니가 날 닮아서 과묵해요”라고 농을 던지며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려 했다. 다소 긴장된 탓인지 ‘서울여대’를 ‘서울대’로 말해 학생들의 야유를 사는 실수가 있기는 했다.
무대 진행은 ‘손병호 게임’으로 시작됐다. 손을 편 상태에서 각각 명령에 해당하는 사람은 손가락을 하나씩 접어 먼저 주먹을 쥔 사람이 지는 게임이다. 박 후보는 ‘공대 나온사람, 서울여대 안나온 사람, 경영전공 아닌 사람 접어’라는 명령에 연달아 손가락을 접었다. 김 위원장이 “두 명 이상 남자와 데이트 안해본 사람 접으세요”라고 했을 때는 손가락을 굽히지 않아 객석에 폭소가 터졌다.
마지막 ‘국회의원 접으세요’라는 명령에 박 후보는 다섯 손가락을 모두 접으며 “이거 짜고 하는 것 같다”고 억울함을 표했다. 벌칙으로 객석에서는 ‘말춤’을 추라는 주문이 있었지만 사회자는 수위를 낮춰 노래 혹은 첫사랑 얘기를 들려줄 것을 권했다. 하지만 박 후보는 “저는 노래하려면 연주나 그런 것들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거절했다. 그리고는 ‘조카 이야기’로 벌칙을 대신했다.
“조카가 유치원에서 그림을 그렸는데, 그 그림에 강아지가 들어갈 곳이 아닌데 엉뚱하게 강아지 한 마리를 그려 넣은 거에요. 그래서 누가 ‘강아지는 거기 왜 있니’라고 물으니, 조카가 하는 말이 ‘그건 제 맘이에요’라고 그러더라고요. 하하하.” 일순간 침묵이 흘렀지만 학생들은 이내 박 후보의 허무개그를 웃음으로 받아줬다.
객석에서 이를 지켜보던 이광자 서울여대 총장 등 학교 관계자는 “이럴 때 노래 불러야 돼”, “하는 척이라도 해야 되는데”라며 우려 섞인 대화를 나눴다. 이 총장은 관계자를 불러 ‘애들 앞에서 말춤 한 번 추라고 해주세요’라고 부탁하는 듯 했지만 이날 박 후보의 말춤은 끝내 볼 수 없었다.
´여성파워´ 강조, 文 安 질문은 ´적당히´…
게임이 끝나고 학생들과의 ‘토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학생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인 등록금, 취업문제 등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고, 박 후보의 대학시절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먼저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양육관련 정책에 부족함이 있을 것이라는 공격을 받는다’고 질문이 시작됐다. 이에 박 후보는 “공격할 게 없으니까 그러는 것 같다”며 “정말 그렇게 생각했다면 편견”이라고 답했다. 박 후보는 “보육육아 정책을 내는 것과 결혼하지 않은 것은 관계가 없다”며 “그 문제에 대해 얼마나 진지하게 관심을 갖고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느냐, 또 실천해 내느냐가 반박했다.
‘대학시절 꼭 하기를 권하는 일’을 묻는 질문에는 “본인에게 어떤 일이 기쁘고 어떤 일에 소질이 있는지, 꿈을 디자인하고 만들어보라”고 권했다. 박 후보는 “저는 대학 때 전자공학을 전공하면서 밤 늦게까지 실험을 하고 친구들과 토론을 하곤 했다”면서 “또 종교서적 등을 많이 읽고 그 곳에서 지혜를 배웠다. 많은 활동을 하면서 꿈을 만들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저는 여러분이 꿈을 꾸고 사회에서 육아문제 등의 제약 없이 그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본인의 꿈에 대해서는 “가정과 사회 각 분야 사람들이 행복하게 자기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행복지킴이’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등록금과 취업 문제와 관련해서는 “제가 해결하겠습니다”고 시원하게 답변해 가장 큰 박수를 받았다. 박 후보는 “돈이 없어서 하고 싶은 일을 못하는 일이 없도록 등록금 부담을 소득과 연계해 실질적으로 반으로 줄이고, 학자금 대출 이율도 앞으로 5년간 낮춰 실질 금리가 0%가 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취업과 관련 좋은 일자리 창출에 힘쓸 것을 약속하며 본인이 사회 멘토로서의 역할을 할 것을 다짐했다.
무엇보다 박 후보는 ‘여성대통령’을 내세우는 만큼 여성의 강점을 강조했다. 그는 “여성들이 굉장히 헌신적이다, 섬세해서 꼼꼼히 민생을 지키는 특징이 있다. 우리 어머니들이 위기에 굉장히 강하다”는 등 ‘여성 파워’를 부각시키면서 “여성이 DNA처럼 갖고 있는 리더십을 정치와 사회에 적용하면 더 살기 좋은 나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성주 위원장도 “(박 후보가) 우리나라 골드미스의 리더지 않냐”며 “‘결혼은 안 했지만 모든 대한민국의 아이가 내 아이다’는 후보의 말이 굉장히 감격스러웠다”고 박자를 맞췄다.
박 후보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질문에는 적당히 피해가는 지혜를 보였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 중 누가 단일후보가 됐으면 좋겠느냐’는 질문에 박 후보는 “(내가) 도대체 누구를 생각하고 있을까 궁금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며 답을 피했다.
행사가 끝난 후 이 자리에 참석한 2학년 김초롱 씨는 “귀여운 것 같다”며 “직접 보니까 언론에 소개되던 것 보다 부드러운 이미지”라고 호감도가 상승했음을 내비쳤다.
반면 4학년 한 학생은 “어떤 얘기들을 하는지 들어보러 왔는데, 여기 온 걸 보고 친구가 ‘근혜 씨랑 친구됐다’고 놀린다”며 불편한 내색을 보이는 이도 있었다.
한편, 이날 ‘걸투 콘서트’ 이전 1부 순서에는 MCM으로 유명한 성주그룹 회장 김성주 위원장의 강연이 현장 분위기를 한껏 달궜다. 김 위원장은 강연에서 본인의 성공 스토리를 소개하며 여성 리더, 여성 혁명, 여성이 일해야 함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