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태 ‘김건희 조명 사용’ 의혹 제기해 檢 송치
김민석 ‘대통령 배우자법’ 발의 의사 밝히기도…
“여당일 때 발의 않던 법안…보복적 성격 띠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자영 기자]
민주당 지도부 입에서 정치인이 아니지만 윤석열 대통령에 버금가게 언급되는 이름이 있습니다.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입니다. 지난해 8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취임하고 열린 102번의 최고위원회의 중 그의 이름은 61번 등장했습니다. 2번 중 약 1.2번꼴로 등장한 셈입니다. 현장 최고위원회의, 원내대책회의까지 합하면 그 횟수는 더 많습니다.
과거 김영삼 전 대통령(YS)이 제1야당(신민당) 총재로 박정희 정권에 ‘강경 대여 투쟁’을 벌이던 1974년의 일입니다. YS는 박정희 정권 2인자, 김종필(JP)의 서산농장 비리 의혹의 증거를 찾아 보고한 박권흠 당시 비서실장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나의 투쟁 대상은 박정희지 김종필이 아니네. (…) 이보게 박 실장, 특정 개인을 공략하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니네. 적을 여럿 만드는 것은 좋지 않다고. 이것은 보류야. 보관하고만 있게.”
YS는 자신이 맞서 싸워야 할 대상을 ‘박정희’ 독재 정권으로 한정했습니다. 개헌 투쟁이라는 정치적 목표에 집중했던 그는 마구잡이식 공격이 샛길로 빠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김 여사는 공식적으로는 국정 운영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자리에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민주당은 김 여사를 윤석열 정부의 약한 고리로 보고 공략하는 모양새입니다.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주장이 당 공식 회의나 언론에 오르내리고, 지적에도 불구하고 허위 사실이 확대 재생산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서인데요.
더불어민주당 우상호·장경태 의원은 지난달 24일 각각 ‘김 여사가 대통령실 이전 과정에서 외교부 공관을 방문할 때 정의용 전 외교부 장관 배우자에게 나가달라고 했다’는 발언, ‘김건희 여사가 사진 찍을 때 조명을 사용했다’는 주장을 한 것과 관련해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됐습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가 지난달 2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장 최고위원의 발언과 관련해 “사진·영상을 종합 검토한 결과 조명은 설치되지 않았다고 판단했고 관련 외신이나 사진 전문가 분석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지만, 장 최고위원은 ‘답정너식 경찰수사’라며 항의했습니다.
장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약 4분 40초간 진행한 모두발언 중 4분가량을 자신이 검찰에 송치된 것을 해명하는 데 썼습니다. 김 여사가 캄보디아를 방문할 당시 상황이 촬영된 영상을 틀어 가리켜 “이처럼 그림자가 어른거려도 대통령실은 조명은 없었다며 나를 명예훼손죄로 고발했다”며 송치가 부당하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습니다. 같은 자리에 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내가 봐도 조명 같은데, 나도 고발하길 바란다”고 거들었습니다.
민주당 김민석 정책위의장은 아예 대통령 배우자 역할을 규정한 ‘대통령배우자법’ 발의하겠다고 나섰습니다. 김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27일 정책조정회의에서 “대통령 배우자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며 “이런 문제를 더 이상 시중 농담거리로 놔두는 것보다 정상적인 국정 시스템 속에서 다뤄나가는 것이 좋다고 본다”고 발의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야당의 비판과 견제 대상에 대통령과 대통령의 가족이 포함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합리적 비판’인지에 대해선 의문의 여지가 있습니다. ‘비판을 위한 비판’에 가까워져 도를 넘었다는 평가인데요.
정세운 시사평론가는 지난달 27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YS는 하다못해 박정희 정권 2인자인 김종필 비리 혐의 자체도 염두에 두지 않았다. 투쟁 대상이 명확했던 것”이라며 “지금 민주당이 투쟁하고 견제할 대상은 윤석열 정부인데 그게 안 풀리니 김건희에게 향하는 것으로 보인다. 경찰에서 조차도 조명이 아니라고 하는데 당사자 아닌 지도부까지 나서서 맞다며 공격한다. 민주당의 이러한 행태는 정치사에 찾아보기 힘든 유례”라고 전했습니다.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2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비판은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 장경태 의원의 경우 사실관계가 어긋남에도 불구하고 뉴스를 확대 재생산한다. 일방적 악마화에 가깝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어디에도 ‘대통령배우자법’이 있는 나라는 없다. 민주당이 여당일 때 만들지 않다가 지금 추진하겠다는 것은 배우자를 통제하겠단 의지 표현이다. 보복적 성격이 담긴 것”이라며 “대통령실에서도 야당 공격이 비난 한도를 넘어서 문제가 있으므로 제2부속실 신설 등 공식적으로 다룰 필요가 있다. 공식 라인을 통해 자료를 축적하면 나중에 증명할 근거를 제시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여야간 대립이 날로 심화되는 상황입니다. 정치권에서 왜 저런 선택을 했을까 의문이 든 적 한 번쯤 있을겁니다. 이들의 선택은 과거 정치 경험으로부터 얻어진 학습효과 아닐까요. ‘김자영의 정치여행’은 현 정치 상황을 75년간의 대한민국 현대 정치사를 비춰 해석해 봤습니다. <시사오늘>은 20번째 주제로 대통령 배우자에 대한 야당의 공격을 살펴봤습니다. <편집자주>
좌우명 : 생각대신 행동으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