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금태섭 전 의원님께.
의원님. 얼마 전 흥미로운 기사를 봤습니다. 의원님이 ‘제3지대 신당’ 창당에 나섰다는 뉴스였습니다. 거대 양당이 ‘갈등 조정’이라는 가장 기본적 의무조차 내팽개치고 극단으로 줄달음치는 상황에서, 중도에 자리 잡고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하겠다는 제3지대 신당 등장 소식은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켰습니다.
그러나 관련 소식을 접할수록 아쉬운 마음이 생겼습니다. 의원님이 하신 ‘거대 양당의 적대적 공생관계를 깨야 한다’, ‘전체 의석 중 10% 정도에 대해서는 유권자들이 새로운 시험을 할 의사가 있다고 생각한다’ 등의 발언 때문입니다. 오해인지 모르겠지만, 저는 이 말이 ‘거대 양당을 싫어하는 사람이 많으니 성공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로 들렸습니다.
물론 의원님 말씀이 틀린 건 아닙니다. <한국갤럽>이 4월 18~20일 실시해 21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니, 무당층이 무려 31%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더군요. 국민의힘와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공히 32%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분명 기존 정치에 대한 혐오 정서는 무시할 만한 수준이 아닙니다.
하지만 명확한 비전 없이, 양당에 대한 거부감을 동력 삼아 일어서고자 하는 신당이 얼마나 무당층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거대 양당에 대한 비토를 자양분으로 하는 신당이라면, 그 역시 ‘적대적 공생관계’에 편입하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국민의힘 혹은 민주당이 싫으니 상대 당을 찍는 것과, 두 당이 다 싫으니 신당을 찍는 것은 논리적으로 동일한 행위니까요.
저는 신당이 순서부터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거대 양당의 적대적 공생관계, 31%나 되는 무당층 등은 신당의 성패를 가늠할 분석 자료가 될 수는 있어도 창당의 이유가 돼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신당이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지, 어떤 정책을 내놓으려 하는지, 어떤 사람들을 대변하는지를 밝히는 게 우선입니다.
그러나 의원님은 ‘무당층이 많다’는 여론조사에 고무된 나머지 제일 중요한 걸 잊어버리신 듯합니다. 아무리 ‘블루오션’이라고 해도 시장에 내놓는 제품의 품질이 떨어지면 그 기업은 성공할 수 없습니다. 거대 양당에서 떨어져 나온 무당층을 잡으려면 신당이 제시하는 비전과 정책이 매혹적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의원님은 ‘왜 창당하려 하는지’보다 ‘왜 성공할 수 있는지’만 말씀하고 계십니다. 본말전도(本末顚倒)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국민의 마음을 울리는 비전은 없던 지지층도 만들어냅니다. 반면 뚜렷한 비전이 없으면 무당층이 100%라도 유력 정당이 될 수 없습니다. 의원님. 지향하는 가치를 명확히 하고, 어젠다를 제시하고, 사람들을 설득해 세를 모으는 ‘정공법’을 보여주십시오. 사람들이 원하는 제3지대 신당은 기존의 거대 양당과는 ‘뭔가 다른’ 정당이지 틈새를 노려 작은 성공을 취하는 ‘또 다른 구태 정당’이 아닐 테니까요.
*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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