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값 올랐대도 제품값 안 올라”
‘제품’ 수요 회복 가능성 주목해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권현정 기자]
석유생산국 협의체 오펙 플러스(OPEC+)의 감산 연장 결정에 국제 유가가 반등하는 모습이다. 다만, 석유제품 수요 회복으로 인한 유가 상승이 아닌 만큼, 정유업황의 개선 지표로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오펙 플러스는 지난 4일(현지시각) 정례 회의를 열고 2024년 12월 31일까지 원유 감산 조처를 연장한다고 밝혔다. 또, 총생산량을 현재보다 하루 약 140만 배럴 더 적은 4046만 배럴 수준으로 제한한다고 발표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와 별개로 오는 7월부터 하루 100만 배럴 규모 추가 감산에 나설 예정이다.
감산 발표의 영향으로 국제 유가는 소폭 반등했다.
7월 인도분 WTI유 선물 가격은 지난 5일 오후 3시 시가 기준 배럴당 73.86달러로, 전일 종가(71.74달러) 대비 2.12달러, 전주(5월 4주 차) 평균가(72.77달러) 대비 1.09달러 올랐다. 8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가격은 역시 5일 오후 3시 시가 기준 배럴당 77.77달러로, 전일 종가(76.13달러) 대비 1.64달러, 5월 4주차 평균가(76.86달러) 대비 0.91달러 늘었다.
다만, 이번 유가 상승이 정유업계 실적 개선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제품 가격은 그대로인데 원재료 값만 오른 모습이라서다.
업계 전반적으로 원유 값이 상승하면 정제마진 등 정유업계 실적 지표가 따라서 상향하는 현상을 일종의 ‘착시’로 받아들인다. 제품 수요가 높아지면 원재료 수요가 높아지면서 유가 상승 여지가 생기지만, 반대로 원재료 수요가 높아진다고 제품 수요가 반드시 높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오펙 플러스가 5월부터 하루 116만 배럴을 추가 감산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는 4월 2일 이후, 국제유가는 WTI 기준 3월 31일 배럴당 75.67달러에서 4월 3일 80.42달러까지 4.75달러 급등했고, 이후 4월 말까지 70달러대 후반을 지켰다.
반면, 정제마진은 같은 기간 하락세를 보였다. 3월 4주 차 정제마진은 배럴당 7.7달러였으나 이후 4월 1주 차에 5.3달러, 2주 차에 3.9달러를 기록했고, 4월 4주 차에는 2.4달러까지 떨어졌다.
업계는 제품 수요가 회복한다면 다시 유가와 업황을 함께 읽을 수 있지만, 그때까지는 유가보다 석유제품 수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보통 5~8월은 석유제품 수요가 올라오는 시기다. 미국 휴가철, 드라이빙 시즌 등이 겹쳐 있고, 우리나라 사람들도 해외로 많이 나가면서 휘발유, 항공유 수요가 올라갈 수 있다”면서도 “전반적으로 올해 글로벌 경제 성장률이 높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정제마진 등을 가늠하기 위해서는 경기회복이 어떻게 되는지를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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