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꽃을 보노라면 [이순자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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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레꽃을 보노라면 [이순자의 하루]
  • 이순자 자유기고가
  • 승인 2023.06.25 2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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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서 발견한 찔레꽃 이야기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순자 자유기고가)

집 옆에는 작은 공원이 있다. 야트막하고 아담한 동산으로 둘레길이 300m에 달하는 해맞이 공원이다. 오전 11시쯤에는 햇빛이 그리 강하지 않는 6월이다. 지팡이를 짚으며 천천히 걷노라면 시원한 나무 그늘과 산들산들 불어오는 초여름 바람이 공원 나들이객들을 반갑게 맞아준다. 

건강한 이들이야 휘딱휘딱 잘도 걷지만 나는 지팡이의 도움으로 한 바퀴 걷노라면 딱 18분이 걸린다. 10분간은 벤치에 앉아 쉬어야 한다. 숨을 고르고 나서 또 일어나 걷는다. 이렇게 다섯 바퀴 걷고 나면 더 걷는 것은 무리다.

특히 내가 오늘 둘레길의 이야기를 꺼낸 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찔레꽃 얘기다. 

공원 둘레길을 걷다 보면 두 군데에 나 있는 찔레꽃 덤불을 보게 된다. 한 군데에 있는 찔레꽃 덤불은 약간 경사진 동산 위쪽에 있다. 또 한 군데에 덤불은 내가 쉬는 벤치 건너편인 길가 옆으로 위치해 있다.

얼마나 다정해 보이는 꽃인지 모른다. 찔레꽃은 워낙 단결심이 강해서 여러 가닥의 가지들이 똘똘 뭉쳐서는 서로 얼싸안으며 피어 있다. 웬만해선 그 가운데를 뚫고 지나갈 수가 없다. 찔레 나뭇가지에는 매서운 가시가 닥지닥지 붙어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찔레나무 덤불은 야무지고 앙칼지게 서로를 끌어안고 있다. 

그런데 찔레나무의 꽃, 즉 찔레꽃은 전혀 그 반대다. 얼마나 연약하고 착하고 고와 보이는지 모른다. 마치 하이얀 개량 한복을 단정하게 차려입은 신사 숙녀 같다. 미소 띤 예쁜 소녀의 얼굴 같기도 하다. 옹기종기 끌어안고 귓속말로 사랑을 속닥이는 한 쌍의 연인인 듯도 하다. 분명 좋은 얘기를 하는 듯이 보인다. 보기가 너무 정겹고 아름답다. 

찔레꽃은 또한, 지혜롭다. 이제 좀 있으면 뙤약볕이 사정없이 내리쬐는 7월의 무더위가 찾아온다. 그러니 6월 알맞은 날씨에 피어난 것이리라. 찔레꽃을 감상하기에 꼭 알맞은 날씨인 까닭이다.

바라보면 볼수록 마음이 푸근해져 옴을 느낀다. 고운 성품의 찔레꽃, 얌전한 성격의 찔레꽃, 말을 건네는 듯한 찔레꽃….

 

※ 시민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글을 쓰는 이순자 씨는 서울 양천구 신월동에 사는 77세 할머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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