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다 [일상스케치(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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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다 [일상스케치(86)]
  • 정명화 자유기고가
  • 승인 2023.07.09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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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에 의한 아동학대 매년 증가​
체벌로 훈육할 수 있다는 인식 여전
자녀 인권 생명권 유린, 도를 넘어
일부 생명 경시 작태 만연한 비인간화
자녀와 극단적 선택은 살인행위
취약 아동 사회적 안전망 구축 절실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명화 자유기고가)

Home, sweet home?

폭력이 난무하는 세상이다. 그것도 가족들의 보금자리인 가정에서조차 심각하다. 건강가정기본법에 따르면, 가정은 개인의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키고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삶을 유지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의외로 많다.

밝고 건강하게 자라야 할 미래 세대 어린이들, 가정과 사회가 지켜야 한다. ⓒ연합뉴스
밝고 건강하게 자라야 할 미래 세대 어린이들, 가정과 사회가 지켜야 한다. ⓒ연합뉴스

가정은 사회화의 시초이자 정서적인 안정을 주는 마음의 안식처 역할을 한다. 따라서 무너지는 가정이 늘어날수록 사회도 무너질 위험이 커지게 된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가정이 삶의 참된 보루인지 의심될 일련의 사건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온갖 범죄의 온상인 듯하다.

특히 부모가 어린 자녀의 진정한 보호자가 아니라 가해자로 변모한 사건이 줄을 잇고 있다. 자녀에 대한 인권 유린이 도를 넘은 것이다. 자녀를 학대하고 생명까지 위협하니 말이다. 심지어 영아 피해 사례는 너무나 반인륜적이어서 개탄을 금치 못하겠다.

훈육인가 학대인가

부모가 되어 육아는 쉽지 않은 과제다. 자녀를 양육하다 보면 체벌과 훈육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을 수 있다. 문제는 자녀 교육과 훈육이란 미명하에 체벌과 심지어는 학대가 자행된다는 점이다.

아동복지법에서는 '아동 학대란,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에 의하여 아동의 건강 및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인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 정신적, 성적 폭력 또는 가혹 행위 및 아동의 보호자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유기와 방임을 말한다'라고 규정한다. 그러므로 적극적인 가해 행위뿐만 아니라 소극적인 의미의 방임 행위까지 아동 학대의 정의에 포함된다.

지난 2021년 경남 남해에서 중학생 의붓딸을 폭행해 숨지게 한 계모가 2심에서 징역 30년을 선고받았다. 올 초 인천에서는 초등학생 자녀를 사망하게 한 친부와 계모가 구속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 모두 훈육을 이유로 자녀를 폭행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아동학대가 늘고 있다는 것은 여전히 많은 부모가 학대와 훈육의 차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보호받아야 할 어린 자녀들이 부모에 의해 학대되는 현실이 처참하다. ⓒ연합뉴스
보호받아야 할 어린 자녀들이 부모에 의해 학대되는 현실이 처참하다. ⓒ연합뉴스

10건 중 8.4건은 친부모에 의한 학대

2022년 보건복지부에서 배포한 '2021년 아동학대 주요통계'에 따르면 연도별 아동학대 사례 건수는 2017년 2만 2367건에서 2022년 3만 7605건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추계 아동인구(0~17세) 수는 매년 감소세지만 아동인구 1명당 아동학대 건수 비율은 2019년 0.38%에서 2021년 0.50%로 크게 늘었다.

게다가 2022년 발생한 아동학대 중 83.7%(3만 1486건)가 친부모, 양부모, 계부모 등 부모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동학대 유형으로는 신체적, 정신적인 복합적 학대가 42%로 가장 많고, 방임 34%, 심리적 학대 14%, 성적 학대 5%로 나타났다.

아동 학대는 가정 내에서 은밀하게 일어나 피해 사실이 곧바로 외부에 알려지지 않기에, 실제로는 통계로 드러난 것보다 더 많을 것이란 추정이 나온다.

공혜정 대한 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처음 부모가 되면 무엇이 훈육인지, 아동학대인지 구분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라며 "특히 체벌을 암묵적으로 허용해도 된다는 인식이 전승되는 이상 아동학대 범죄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 2021년 보건 사회 연구원이 발간한 '훈육과 학대의 경계'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 359명 중 253명(70.5%)은 체벌을 암묵적으로 허용해도 된다고 응답했다.

놀랄 정도로 높은 수치다. 자녀의 잘못된 습관이나 행동을 고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체벌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진 부모들이 여전히 많다. 많은 교육 전문가들은 부모가 체벌 과정에서 흥분하여 감정적이 되면 훈육이 아닌 폭력으로 변질된다는 점에서 체벌 엄금을 강조하고 있다.

학대의 원인과 유형

그렇다면 이러한 가혹한 자녀 학대의 출발은 어디서부터일까.

첫째는 부모 요인이다. 어릴 때 학대받은 경험이 있는 부모가 아동 학대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또한 부모의 알코올 또는 약물 중독과 연관이 있다.

이에 부모의 감정 조절 능력이 부족하여 쉽게 분노하거나 좌절하는 경우, 비정상적인 성적 욕구를 가지고 있는 경우 아동 학대의 위험성이 높다. 또한 부모가 불안 장애, 우울증, 기타 정신 질환을 가진 경우 아동 학대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번째는 가정적, 사회적 요인을 들 수 있다. 아동 학대는 단순히 부모와 자녀 사이의 문제만은 아니다. 가족관계에 구조적 문제가 있는 경우(미성년 가족, 한 부모 가족, 이혼 가족, 재혼 가족 등)에 아동 학대의 빈도가 높다.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있고 주변의 지지가 부족한 경우, 신체적인 체벌에 대해 허용적인 문화가 있는 경우, 폭력에 대한 가치와 규범이 없는 경우, 일부 후진국 사회처럼 아동을 존중하지 않는 문화나 자녀에 대한 소유 의식이 있는 경우에도 아동 학대의 발생 가능성이 높다.

아동 학대는 단순히 아이에 대한 신체적 가해만 일컫는 것이 아니다. 아동 학대의 유형은 크게 다음과 같이 구분할 수 있다.

1. 신체 학대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우발적인 사고가 아닌 상황에서 아동에게 신체적 손상을 입히거나 신체 손상을 입도록 허용하는 모든 행위를 말한다. 생후 36개월 이하의 영아에게 가해진 체벌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심각한 신체 학대에 해당된다.

2. 정서 학대

정서 학대란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에게 행하는 언어적 모욕, 정서적 위협, 감금이나 억제, 기타 가학적인 행위를 말한다. 정서 학대는 눈에 두드러지게 보이지도 않고 당장 그 결과가 심각하게 나타나지도 않기 때문에 그냥 지나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더욱 유의하여야 한다.

아동 성 학대 경우 두려움이나 힘을 이용하지만, 다른 방법도 사용한다. 놀이로 착각하게 하거나,  심리적으로 고립되도록 조정하고, 성인의 권위로 강요 및 물리적으로 억압하며, 위협이나 공포를 조성한다.

3. 방임 및 유기

방임은 아동을 내버려 두는 것으로, 아동은 위험한 환경에 처하거나 충분한 영양을 공급받지 못해 발육이 부진하다. 나이 어린 아동에게는 치명적인 결과(장애)를 가져오거나 사망에까지 이르게 한다. 또한, 보호자가 아동을 보호하지 않고 버리는 행위인 유기까지 다 학대의 범주에 들어간다.

후유증

아동 학대는 여러모로 후유증을 낳는다. 피해 아동은 일단 정서적인 충격을 많이 받게 된다. "나는 대체 왜 태어난 것일까? 이런 일을 당할 줄 알았더라면 태어나지 말걸."이라고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아동 학대를 당하며 비정상적인 가정 환경에서 성장하면 일반적인 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공감대와 태도를 갖게 되는 부분도 있다. 결정적으로 정서 자체가 병들어버리고 인생에 대한 염세적이고 무감각하게 바라보는 경향도 갖게 된다.

또한 피해 아동들은 폭행과 학대로 정신 장애, 우울 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불안 장애로 성인기까지 학대의 후유증이 이어진다.

동반자살 아닌 살해 행위

그밖에 훈육을 빙자한 가정 폭력 이상으로 문제는 자녀들을 데리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이다. 자녀를 자기 소유물로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그릇된 행위를 행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자식은 부모의 소유물이 절대 아니다. 자식은 부모와 독립되어 있는 인격체다. 아무리 부모라고 하더라도 자녀의 생명권을 경시하거나 침해할 권리는 없다.

그러나 ‘부모인 내가 죽으면 홀로 살아갈 자녀가 겪을 어려움은 어떻게 하지?’라는 걱정, 경제 문제, 부부간의 치정 문제에 따른 복수심, 자녀의 장애, 부모의 우울증 등 정신질환의 문제 등 다양한 이유로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이 상호 복합적으로 발생한다.

어린 자녀가 부모의 극단적인 결정에 동의했다고 해서 이를 자발적 동의로 생각해도 되는 것인가? 이것은 절대 자살이 아니라 타살이며, 자녀를 부모의 소유물로 바라보는 극단적 표현이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아동들은 자신을 보호할 능력이 없는 상황에서 오히려 자신의 보호자로부터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크다고 하겠다. 우리 사회에서 아동이 피해자인 폭력과 학대는 반드시 근절되어야 할 중대 범죄다.

'아이 한 명을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사회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 현실은 미처 준비되지 않은 결혼과 출산으로 이어져 가정에서조차 준비되지 않은 보호자 아래 아이가 자라고 있다.

물론  우리 주위에는 아동전문보호기관, 학대 예방경찰관(APO), 가정 그리고 아동학대 행위 처벌 강화 등 아동학대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기관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아동학대는 감소하지 않고 우리 아동들은 여전히 위험하고 불안한 사회에 노출되어 있는 게 현실이다.

이에 국가적 예방 장치와 지역사회, 이웃들의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동참이 요구된다.

한편으로는 위기 상황에서 손을 내밀 지원 시설이 있음에도, 인식 부족으로 비극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모가 직접 아이를 키울 여건이 되지 않는다면, 관련 시설에 임시로 위탁하는 등 국가의 도움을 충분히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살로 부모를 잃은 아이의 경우에도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철저한 치료나 돌봄 서비스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가족이 제 기능을 발휘하기 어렵다면 해체된 가족 기능을 대체할 수 있는 지역사회 안전망을 촘촘히 하는 것도 자살과 자녀 살해를 예방하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공혜정 아동학대방지협의회 대표는 "사회적으로 부모가 없거나 생활이 어려운 아이들에 충분한 지원을 해서 키워준다는 믿음이 부족해 이런 일이 반복된다"라며 "전국 보육원, 위탁·입양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들도 얼마든지 잘 자라고 있다. 이런 부분에 대한 인식 전환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배우 김혜자의 책 제목으로 잘 알려진 문장으로 원래 스페인 교육 운동가 프란시스코 페레(1859~1909)의 소신이다. 페레는 연약하고 귀한 존재인 아이를 결코 체벌해선 안 되고 소중하게 다루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밝고 건강하게 자라야 할 미래 세대 어린이들, 축복이자 선물인 만큼 가정과 사회가 최선을 다해 양육하며 보호해야 한다.

정명화는…

1958년 경남 하동에서 출생해 경남 진주여자중학교, 서울 정신여자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연세대 문과대 문헌정보학과 학사, 고려대 대학원 심리학 임상심리전공 석사를 취득했다. 이후 자유기고가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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