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반성, 그리고 가톨릭 청년대회 [金亨錫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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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버리 반성, 그리고 가톨릭 청년대회 [金亨錫 시론]
  • 김형석 논설위원
  • 승인 2023.08.11 13: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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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행사라지만, 실제 국가대회 규모”
“1주일 동안 수십 만~수백 만 명 들어와”
“민박 외에도 숙박·교통 종합 대책 세워야”
“가톨릭 성지 개발·보완 작업도 국가 차원서”
“잼버리 조사 철저하게, 대외 사과는 신속히”
“잼버리·가톨릭 청년대회, 미래세대 위한 투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형석 논설위원)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운영 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불거진 가운데, 대회에 참가한 영국 대원들이 지난 8월 6일 전북 부안군 야영장에서 철수를 위해 짐을 나르고 있다. ⓒ 연합뉴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운영 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불거진 가운데, 대회에 참가한 영국 대원들이 지난 8월 6일 전북 부안군 야영장에서 철수를 위해 짐을 나르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이 말뿐 아니라 실제로 세계 중심지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각종 스포츠 대회, 국제 행사와 잼버리에 이어 최대 규모 가톨릭 청년대회도 4년 후 한국에서 열리게 됐다. 

1981년 9월 30일, 독일 바덴 바덴에서 차기 올림픽 개최지로 “세울 꼬레아”가 발표된 게  엊그제 같은데 지난 6일에는 포르투갈 리스본의 세계청년대회 폐막 미사에서 2027년 이 대회의 개최지가 ‘한국 서울’로 결정됐다는 교황의 발표가 나왔다. 

“한국, 서울!” 프란치스코 교황이 외치자, 한국 청년들이 대형 태극기를 펼치며 단상으로 올라가 환호하고  천주교 서울 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와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 등 한국 성직자들이 단상에 함께 올라가 참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인사했다는 보도다. 교황이 흐뭇한 표정으로 이들을 지켜봤고 그날 미사에는 모두 150만 명이 참석했다고 외신이 전했다.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WYD)는 가톨릭이 전 세계 청년을 대상으로 5~6일 동안 개최하며 짧은 기간에 전 세계 청년 신도 수십만 명~수백만 명이 모여드는 대형 국제행사다. 

그러나 이 대형 행사 유치 소식을 접하고도 마음속 한구석의 불안감을 지우기가 쉽지 않다. 엉망으로 진행돼 온 새만금 잼버리의 여파 때문이다. 

국격에 중상 입힌 새만금 책임자들 

새만금 잼버리는 예산 1171억여 원을 쓰고도 온열 질환자 속출, 더러운 화장실, 해충, 부실한 식사 등의 말썽을 빚었다. 폭염 탓만 하기엔 너무 많은 하자가 드러났다. 정부가 뒤늦게 나서서 참가자들을 각지로 옮겨 돌보는 등 수습에 나섰지만 이미 잼버리 본래의 취지는 퇴색했고 각국의 평가 역시 좋을 수가 없게 됐다. 엎질러진 물이다. 

결과론이기는 하지만 당초 주최지로 경합했던 강원도 고성, 전북 무주에서 개최했으면 이렇게 말썽이 많았을까 싶다. 야영을 한 번만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이런 날씨에 새만금에서 무모하게 대규모 야영을 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놀라워한다. 무리해서라도 야영지를 바꾸지 않은 정부의 안이함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새만금 간척지에 숲을 만들겠다는 제안을 했었다고 한다. 소금기 많은 간척지에 숲을? 그러니 정부는 당초 행사지 선정 과정부터 다시 세밀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문 정부 4년과 윤 정부 1년 동안 주최 측과 관련 공무원들의 직무 유기, 세금 빼먹기, 지역 이기주의를 샅샅이 가려내야 한다. 

보도에 따르면 전라북도 공무원 14명은 2019년 7월 18일부터 8월 2일까지 15박 16일 동안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에서 열린 북미 잼버리 대회에서 야영하고 돌아온 후 31쪽 분량의 결과 보고서에서 100가지 체크리스트를 제시했다. 주요 내용은 “폭염 대비 무더위 쉼터 대폭 확충 필요” “모기·해충 등에 대한 대비 필요” 등 이번에 말썽 난 거의 모든 문제가 4년 전 체크리스트에  담겨 있었다. 물론 반영은 되지 않았다. 

잼버리 관련 해외 출장은 전북도뿐만 아니라 전북 부안군, 새만금 개발청, 여성가족부 등에서 90건 이상 이뤄졌다. 대부분이 외유성 출장으로 평가된다. 잼버리 개최 경험이 없는 스위스와 이탈리아의 주요 관광 명소를 찾았고 상하이에서 유람선 여행을 했으며 파리에서 와인 시음 행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잼버리 출장' 갔던 여가부 18명이 현재 잼버리 부서엔 1명도 없다고 중앙일보가 보도했다.

그게 한심한 대한민국 행정부의 본모습이다. 여야 의원 5명도 2019년 북미 잼버리를 참관하기 위해 4박 6일 일정으로 미국 출장을 갔었다. 하지만 잼버리 참관은 이틀이 전부였고, 나머지는 워싱턴 DC에서 주미 대사 주최 관저 만찬에 참석하고 휴식하는 등의 일정이었다. 출장비는 모두 4788만 원이었다. 

모든 출장 경위를 조사하고 직무 유기 등이 드러나면 반드시 형사 고발 등이 이뤄져야 한다. 한편 이런 일이 벌어지면 여야가 벌떼처럼 일어나 책임 공방을 벌여왔는데 어쩐 일인지 이번엔 아주 점잖은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모처럼 ‘협치’가 잘 되는 이유가 매우 궁금하다. 

연합뉴스 런던 특파원이 전한 런던 현지의 이번 잼버리 평가는 우리의 반성과 ‘해야 할 일’의 방향을 제시해 주고 있다. 가장 많은 참가자가 온 영국에서는 1인당 참가비로 약 600만 원을 썼고 이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스카우트 대원들이 지난 십여 개월 동안 학교와 지역에서 쿠키를 만들어 파는 모금 행사를 벌였다고 한다. 

한 참석자의 아버지는 딸(16)이 참가비를 마련하려고 18개월간 빵을 구워 팔고 영어를 가르치고 식당에서 일했으며 또 한국어와 문화 공부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딸이 전쟁 같은 경험을 하고 많이 배웠을 테니 그런 점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런 행사를 주최한 한국의 명성에 관해선 별로 그렇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의도하지 않았을지 몰라도 거의 조롱 수준 아닌가?

맷 하이드 영국 스카우트 대표는 BBC에 호텔 이동으로 인한 비용이 100만 파운드(약 16억6000만 원) 이상이며, 이는 앞으로 3∼5년간 영국 스카우트가 계획한 일을 할 수 없게 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정말 미안해서 다소간 얼마라도 물어줘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다. 

그래서 참가국들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진솔한 사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나라 체면이나 외교 차원에서 생각하더라도 대충 덮고 우물우물 넘기는 것보다 그게 훨씬 효과적이다. 사과 전에 반드시 책임자들에 대해 철저한 책임 추궁과 처벌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한다. 전·현직 각료급들의 책임도 적지 않아 보인다. 

그게 당연한 조치이기도 하지만 대외적으로는 부산 엑스포, 가톨릭 청년대회 등의 행사에서 재발 방지를 위한 정부의 확고한 의지 표명이라는 점에서 꼭 필요한 일이다. 

“휴지 한 장 안 남긴 ‘스카우트 정신’” 8월 9일 자 조선일보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젊은 스카우트들을 본받아 우리도 새만금 후유증을 치유하는 과정에서 ‘휴지 한 장’ 남기지 않는 노력을 기울여야겠다.

가톨릭 청년대회의 규모와 위상

새만금 잼버리의 ‘수치’ 속에 유치 소식이 들려온 가톨릭 청년대회는 우리에게 다소 생소한 대회다. 요한 바오로 2세 전 교황이 1985년 12월 ‘세계 젊은이의 날’(World Youth Day)을 선포, 이날을 기념하는 축제가 세계 청년대회다.  

전 세계 가톨릭 청년들과 성직자들이 대거 참가해 7~8월 북반구의 여름방학에 1주일의 짧은 일정으로 개최된다. 참가자들은 대개 현지 신자들의 집에서 민박하거나 가톨릭 계열 학교의 기숙사를 이용해 숙박한다.

일주일 동안 청소년들이 교류하면서 신앙과 사회 문제에 대해 토의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관련 문화 예술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이어진다. 리스본 대회에서는 90여 개 장소에서 600개 이상의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유스페스티벌 등이 열렸다. 야외에 150개에 이르는 고해소도 마련돼 장관을 이뤘다는 보도다.

적게는 수십만 명, 많게는 수백만 명이 참석한다. 폐막 미사 때에는 400만 명(마닐라)이 참석한 기록도 있다. 올해 잼버리 공식 참가자가 4만5000여명인 것과 비교하면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컨설팅 회사인 PWC 포르투갈은 리스본 대회 개최에 따른 총부가가치가 5억6400만 유로(약 78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매번 교황이 참석해 세계의 주목을 받고 각국 가톨릭 고위 성직자들도 대거 참석한다. 리스본 대회에는 세계 각국의 추기경 30여 명과 주교 680여 명이 참석했다. 1995년 필리핀 세계 청년대회에는 폐막일 미사에 400만∼500만 명이 운집해 교황 참가 모임 최대 인파로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다.

올림픽이나 월드컵은 참가선수가 주인공이라면 세계청년대회는 참가자가 주인공이 되는 행사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최근 각지에서 일고 있는 한국 붐을 타고 대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2027년 서울대회는 한국 교회 역사와 한국 문화를 세계에 다시 한번 소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조선 흑역사도 이제 세계사에 공식 편입될 때  

이번 가톨릭 청년대회는 우리에게 여러모로 각별한 의미가 있다. 조선시대 천주교 박해 실상을 재정리해 기독교계의 공식 기록으로 남길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차제에 한반도 역사의 일부를 세계사에 공식적으로 ‘재등록’ 시킬 기회라는 의미까지 안고 있다.  마침 K컬처가 세계 시장에 뿌리내리기 시작한 터여서 기회가 좋다. 

쿠오바디스, 미션 등의 영화를 통해 세계인은 성직자들과 기독교 신자들의 순교 역사를 배웠다. 로마제국 네로 황제의 기독교 신자 학살, 18세기 남미 외딴 마을에서 있은 가브리엘  신부 등의 순교 역사가 감동적인 예술로 승화돼 세계인들의 의식에 뿌리내렸다. 네로 시대의 기록이 정확했으면 얼마나 정확했을까? 남미 외딴 마을의 선교활동과 순교 사실이 얼마나 사실 그대로 전해질 수 있었을까?

수천, 수만 명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조선 천주교도 순교자들과 한반도 기독교 발전사는 이번 대회를 전후, 기초적인 자료 재정리만으로도 세계 가톨릭사의 한 획을 그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선 말기에 공권력에 의해 천주교가 박해받은 역사는 대강의 순교자 숫자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아 바티칸이나 세계사에 정식 편입되지 못한 채 우리들의 국사 속에 갇혀있는 중이다.  

1886년 병인양요 이후 절두산의 형장에서 벌어진 천주교인 ‘수천 명’ 참수. ‘한강이 피로 물들었으며, 잘린 머리가 산을 이루었다’는 기록만 내려온다. 충청도 일대의 천주교도 색출 임무를 맡았던 해미읍성에서는 시체 처리의 편의를 위해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집단 생매장이라는 잔인한 방법을 자행하였다는 기록도 있다. 1866년에는 먼저 처형 후 조정에 보고하는 선참후계령(先斬後啓令)이 내려진 터라 처형을 집행한 뒤 보고를 누락시키는 경우가 허다하였다고 한다. 

순교자 수가 대충이라도 집계될 수 없었던 사연이다. 이제 재정리 작업에 나설 때도 됐다.

정부 주도로 대회를 치러야 하는 이유

다른 대회와 달리 참가자들이 제각각 숙박하고 행사장을 찾아다니는 특성을 고려, 이들을 실어 나르고 잠재울 짜임새 있는 민관 합동 체제의 교통 관광 숙박 대책 수립이 긴요하다. 그러나 잼버리 행사처럼 지휘체계가 산만해서는 안 되며  가톨릭계 대표와 정부 대표 간 한시적으로 공동 지휘부를 구성하는 방안을 지금부터 모색해야 한다. 

수십만 이상이 들어올 것이니 당연히 경찰의 치안 업무가 긴요해질 것이고, 관광. 숙박 업무 등을 관장할 지자체의 역할도 크며, 국토부 등의 공항 안전 관리, 외교부 의전, 대통령실 경호처의 교황에 대한 경호업무 등 정부가 맡아서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래서 정부 주도로 가톨릭계와 공동 지휘부를 구성하는 일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참가 인원과 대회 성격을 고려하면 4년이란 준비 기간이 그리 긴 것도 아니다. 

가톨릭계는 교황청과 개최 시기 및 각 행사장에 관해 사전 조율하는 방안을 찾기 바란다. 2027년을 전후, 한국판 ‘쿠오바디스’나 ‘미션’ 같은 명작의 탄생도 꿈꿔본다. 

김형석(金亨錫) 논설위원은…

연합뉴스 지방1부, 사회부, 경제부, 주간부, 산업부, 전국부, 뉴미디어실 기자를 지냈다. 생활경제부장, 산업부장, 논설위원, 전략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정년퇴직 후 경력으로 △2007년 말 창간한 신설 언론사 아주일보(현 아주경제) 편집총괄 전무 △광고대행사 KGT 회장 △물류회사 물류혁명 수석고문 △시설안전공단 사외이사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사외이사 △중앙언론사 전·현직 경제분야 논설위원 모임 ‘시장경제포럼’ 창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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