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정경환 기자]
‘주주가치에 관심 없다’는 상장사 의장이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에이트원 의장으로 활동 중인 브루스 정 이야기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브루스 정은 지난 8일 에이트원이 개최한 UAE 로얄오피스 방한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UAE 로얄오피스의 한국 사무소를 개설하고, 아시아 전역으로 이를 확대할 계획임을 밝혔다.
브루스 정은 다양한 기업의 의장, 대표, CEO, 부대표, 부사장 직함 등을 가지고 블록체인 및 해외 비즈니스를 연계해왔던 인물로 최근에는 에이트원의 의장 직함을 달고 중동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사업 추진에 있어 구체성이 결여되면서 그가 제시하는 청사진에 의구심이 확산되는 상황이다.
이번 기자간담회에서 브루스 정은 해당 UAE 비즈니스에서 코스닥 상장사인 에이트원의 역할과 예상 수익은 물론이고, 기업가치 향상에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이냐는 질문에 납득할 만한 대답을 내놓지 못 했다.
먼저 에이트원 주력사업인 방산·콘텐츠·토큰증권(STO)을 UAE 비즈니스에 어떻게 접목할 것이냐란 질문에 “로얄오피스 한국 사무소를 오픈해 한국-UAE 기업 간 협력의 교두보 역할을 하게 하고 에이트원이 운영에 참여하게 될 것이다. 한국 기업의 UAE 진출 시 회계, 라이선스 등에 곤란을 겪는 경우가 많으므로 UAE 로얄오피스를 통해 이를 해결할 수 있다”는 다소 애매한 답변을 내놨다.
UAE 왕족 비즈니스가 에이트원의 기업 가치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를 재차 궁금해하는 물음에는 “기업가치를 높이려고 (이번) 사업을 하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로얄패밀리 오피스 사무실 오픈이 목표”라고 강조, 간담회 참석자들을 의문에 빠트렸다. 주주가치 제고가 최우선인 상장기업의 의장 자격으로 나선 자리에서 할 말은 아니지 않냐는 것이다.
당시 행사에 참석한 A 씨는 “기업가치 상승은 상장기업의 지상 사명과도 같은 것인데 의장 직함을 달고 할 만한 발언은 아니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브루스 정의 이 같은 행보에 에이트원 측은 “브루스 정 의장은 아랍 비즈니스를 연결해줄 수 있는 네트워크를 보유한 분으로, 현재 에이트원에서 의장 직함을 갖고 중동 등 해외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해외사업을 총괄하는 위치이지만, 등기에선 찾아볼 수 없다. 이에 대해 에이트원 측은 “전 세계를 누비며 비즈니스를 하고 있어 해외에 체류하는 시간이 많은 브루스 정 의장의 업무 특성상 수시로 열리는 이사회에 참여해야 하는 등기임원 또는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브루스 정은 이미 언론 등을 통해 TNC IT그룹 대표, 율로기안 부대표, 아트불 해외전담변호사, 국제블록체인협회 한국대표, 포애니블로체인 국외대표, 다윈KS 공동창업자 등 자신의 이력을 공개한 바 있다.
최근에는 미들이스트 인베스트먼트(Middle East Investment) 의장 직함도 자주 내세우고 있다. 미들이스트 인베스트먼트는 자본금 500만 원의 소규모 컨설팅 회사로, 올해 6월 2일 설립됐다. 주로 아랍권과 관련한 비즈니스를 하는 컨설팅사로 알려져 있으며, 법인 등기에는 한 블록체인 인터넷 매체의 대표와 기자가 각각 사내이사와 감사로 등재돼 있다. 이 곳 등기에서도 브루스 정은 없었다.
등기에 이름을 올리지 않고 있는 것과 더불어 화려한 청사진에 비해 성공한 투자 이력이 눈에 띠지 않는다는 점도 시장의 경계심을 키우고 있다. ‘속 빈 강정’일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아랍 왕족과 협업을 추진했던 사업들이 대부분 실패한 것으로 나타나는데, 유사 사례로 과거 사우디 왕자를 내세운 썬코어와 만수르 한국지사 등을 내세운 이노와이즈 등이 파산했거나 상장폐지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랍 오일머니 투자 유치를 내세운 기업들이 실패한 경우가 매우 많다”며 “대기업도 힘든 일을 중소기업이 해낸다면 정말 놀라운 일이지만 그만큼 실패 가능성도 높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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