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국민회의의 탄생과 민주당의 몰락 [한국정당사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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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국민회의의 탄생과 민주당의 몰락 [한국정당사⑭]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3.10.05 16: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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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 은퇴했던 DJ, 새정치국민회의 창당하며 복귀…동교동계 대거 탈당한 민주당, 소수야당으로 추락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1995년 정계 복귀를 선언한 DJ는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했다. ⓒ시사오늘 정세연
1995년 정계 복귀를 선언한 DJ는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했다. ⓒ시사오늘 정세연

민주자유당이 신한국당을 거쳐 한나라당으로 이어지는 사이, 민주당에서도 격변이 일어났습니다. 12회에서 살펴봤듯, 1991년 지방선거에서 참패하며 야권 통합의 필요성을 느낀 신민주연합당(평화민주당이 재야인사들을 영입해 재창당한 정당)과 ‘꼬마민주당’은 합당을 결의하고 ‘민주당’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합당 당시 신민주연합당은 당명을 민주당으로 하고, DJ(김대중 전 대통령)와 이기택이 공동대표를 맡으며, 대의원 구성도 1대1로 하기로 하는 등 많은 양보를 했습니다. 그러나 당세는 거의 10대1에 가까웠기 때문에 사실상 동교동계가 주류라고 할 수 있었죠. 이에 DJ는 경선에서 이기택을 무난히 누르고 민주당의 제14대 대선 후보로 선출됩니다.

민주당은 26일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김대중 대표를 연말 대통령 선거의 후보로 확정했다.
이날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김 대표는 재적 대의원 2426명, 출석 투표자 2348명 가운데 재적 과반수인 1413표(60.2%)를 얻어 후보로 선출됐다.
김 대표와 후보 경선에 나선 이기택 대표는 총 투표의 39.6%인 925표를 얻었으며, 10표는 무효 처리됐다.

1992년 5월 27일 <한겨레> ‘민주 대통령 후보 김대중 씨’

하지만 DJ가 3당 합당으로 세를 불린 YS(김영삼 전 대통령)를 꺾기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결국 DJ는 190만여 표 차로 패배했고, 낙선 직후 정계 은퇴를 선언하죠. 이후 민주당은 이기택 단독 대표 체제로 운영됐는데요. 단독 대표 체제라고는 하나 여전히 당의 주류는 동교동계였기 때문에 곳곳에서 불협화음이 연출됐습니다.

그러던 중,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영국에 체류하던 DJ가 6개월여 만에 한국으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차기 대권을 위한 ‘몸 풀기’에 나섰습니다. 이러자 이기택은 불편한 심경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DJ 이후의 당권·대권을 염두에 두고 합당을 결심했던 이기택으로서는 DJ의 복귀가 반가울 리 없었기 때문입니다.

두 사람의 갈등은 1995년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공천을 앞두고 심화됩니다. 이기택은 장경우를, DJ는 이종찬을 밀었는데요. 이종찬을 공천하자는 DJ의 부탁에도 이기택은 끝까지 장경우를 고집했습니다. 급기야 후보를 결정하기 위한 경선에서는 장경우 측의 ‘돈 봉투 살포’ 여부를 놓고 몸싸움까지 벌어졌죠. 이 일을 기점으로 DJ는 당을 떠나 새로운 당을 창당하기로 결심합니다.

1995년 7월 12일 저녁. 동교동계 17명의 의원들은 DJ 자택으로 모여 향후 행보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김상현·김원기·정대철·김근태 등은 이기택을 축출하고 전당대회를 새로 열자는 중재안을 내놨지만, 대다수 의원들은 민주당을 떠나 새로운 둥지를 짓자는 ‘신당 창당파’였던 것으로 알려집니다.

결국 회동 다음날인 7월 13일, DJ는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적인 정계 복귀와 신당 창당을 선언했습니다. 1992년 12월 정계 은퇴를 선언한 후 2년 7개월 만의 일이었습니다. 이로써 민주자유당과 맞서기 위해 평화민주당과 재야세력, ‘꼬마민주당’이 힘을 모아 창당했던 민주당은 새정치국민회의와 민주당으로 다시 쪼개지고 맙니다.

“김대중은 ‘이기택 씨 따라갈 사람 따라가고, 나 따라갈 사람은 따라오라’고 했다.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우리 당에 들어오셔서 당 대표도 하고 대통령 후보도 하십시오’라는 이야기를 했지만 고집을 피웠고 당을 쪼갰다.”

박석무 전 의원

새정치국민회의의 창당은 민주당에 치명타로 작용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민주당의 주류는 동교동계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DJ가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하자 민주당 소속 의원 95명 중 65명이 탈당을 선언하고 신당에 참여합니다. 이로써 95석을 가진 제1야당 민주당은 졸지에 원내 제3당으로 추락합니다.

이에 민주당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젊은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중심이 돼 창당한 개혁신당과 합당을 결행, 통합민주당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그러나 ‘3김’ 급의 정치인도, 확고한 지역기반도 없는 통합민주당이 소선거구제 하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기는 어려웠고, 제15대 총선에서 겨우 15석을 얻는 데 그친 통합민주당은 제15대 대선을 앞두고 신한국당과 합당하면서 한나라당의 일부가 됩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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