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음료 매출 93% 내수 발생…“해외 비중 확대”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지예 기자]
롯데칠성음료가 해외 시장 공략 드라이브를 건다. 높은 내수 의존도를 낮추고 글로벌 음료종합기업으로 입지를 넓히려는 움직임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는 최근 필리핀 증권거래위원회를 통해 필리핀펩시의 경영권 취득을 위한 최종 절차를 마무리했다. 지난 2010년 글로벌 경영을 본격화하며 필리핀펩시의 지분 34.4%를 취득한 것을 시작으로, 글로벌 식음료기업 펩시코(PEPSICO)와 공동 경영·추가 지분 확보를 이어오다 13년 만에 지분을 모두 취득, 독자 경영권을 확보하게 됐다.
롯데칠성음료는 필리핀펩시를 품으면서 연 매출 약 1조 원 증대 효과를 보게 됐다. 필리핀펩시가 종속기업으로 편입되는 올해 4분기부터는 매출·영업이익 등이 연결재무제표에 그대로 반영된다. 필리핀펩시의 연간 매출액은 2020년 7287억 원, 2021년 7612억 원, 2022년 9087억 원 규모다. 올해 연 매출은 약 1조 원이 예상된다. 롯데칠성음료는 연결기준 2024년도 연매출이 4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필리핀펩시 경영권 취득을 발판으로 해외 매출 비중도 빠르게 끌어올릴 방침이다. 롯데칠성음료는 당장 내년 해외매출 비중을 30% 후반까지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목표 영업이익률은 올해 2.0%, 2024년 6.0%, 2025년 8.5%로 높여간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내년이 글로벌 음료종합기업으로 거듭나는 원년이 될 것”이라며 “IT 인프라 구축을 통한 업무 프로세스 개선, 자동화 설비 도입, 물류 네트워크 최적화 등 필리핀펩시 수익성 개선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롯데칠성음료의 매출 대부분은 내수에서 발생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의 올 상반기 음료 매출은 9609억 원을 기록, 이 중 내수가 8968억 원으로 93.3%를 차지했다. 수출은 589억 원으로, 비중이 6.13%에 불과하다. 주류 부문도 비슷하다. 올 상반기 매출 4059억 원 중 수출은 383억 원으로 9.4%에 그쳤다.
내수 시장이 성장 한계에 직면한 것을 감안할 때, 해외 사업 강화는 필수일 수밖에 없다. 국내는 저출생으로 인해 음료 주요 소비층인 젊은 층의 절대적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데다 최근 건강을 중시하는 트렌드로 인해 탄산음료 수요도 줄어드는 상황이다.
롯데칠성음료가 국내 포트폴리오를 ‘제로’(Zero) 위주로 재편하고 있는 점도 이와 무관치 않다. 롯데칠성음료는 당류와 열량을 줄인 칠성사이다 제로, 밀키스 제로 등을 선보이면서 국내 제로 음료 시장에서 입지를 굳히고 있다. 올 상반기 제로 탄산 매출은 1405억 원으로 시장 점유율 50%를 차지했다.
내수 비중이 높은 롯데칠성음료 입장에선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해외 투자가 절실할 수밖에 없다. 특히 인구수가 약 1억 명에 달하고 젊은 층이 많은 필리핀이 아시아 사업 확장의 교두보로 적합하다고 보고 있다. 필리핀은 평균 연령이 20대 초중반으로, 탄산음료 선호도가 높고 열대 계절성 기후로 음료 사업을 확장하기에 최적화된 지역이라는 분석이다.
필리핀펩시 판권 확보로 롯데칠성음료의 해외 인지도도 빠르게 높아질 전망이다. 필리핀 음료업계 2위 기업이자 현지 시장 기반이 확고한 필리핀펩시 지분을 인수함으로써 직접 투자 대비 위험 부담을 줄이고, 안정적으로 현지 시장에 진출하는 전략을 택한 이유다. 현재 필리핀펩시는 루존, 비사야스, 민다나오 지역에 걸쳐 12개의 공장과 영업지사 14개, 영업지점 69개를 운영하고 있다. 펩시콜라와 마운틴듀, 게토레이, 스팅 등이 주력 제품이다.
한유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칠성의 비용 절감 목표와 현지 시장에서 필리핀펩시 브랜드들의 입지가 견고한 점 등을 고려하면 2025년 목표 영업이익률 8.5%는 실현 가능한 수준으로 판단한다”면서 “장기적으로는 필리핀펩시를 교두보로 동남아 판매 확대도 기대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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