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들의 변함없는 애국심을 다시 본다 [金亨錫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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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들의 변함없는 애국심을 다시 본다 [金亨錫 시론]
  • 김형석 논설위원
  • 승인 2023.10.15 13: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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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다퉈 각국 공항에 줄 선 이스라엘 예비군”
“나라의 부름 받고 ‘가자, 조국으로!’”
“반세기 전 ‘6일 전쟁’ 때와 똑같은 모습”
“그들과 닮은 꼴, 한국의 병역의무 상태는?
…인사청문회마다 논란, 병역 면제가 큰 혜택”
“‘낙관과 정쟁이 화 불렀다’ 남의 얘기 아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형석 논설위원]

이스라엘의 치명적인 공습이 계속되는 가운데 지난 12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가자지구 남부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부상당한 한 남성을 들것에 옮기고 있다. ⓒ 연합뉴스 UPI
이스라엘의 치명적인 공습이 계속되는 가운데 지난 12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가자지구 남부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부상당한 한 남성을 들것에 옮기고 있다. ⓒ 연합뉴스/UPI

지난 10일 <조선일보>에 실린 사진 한 장이 눈길을 끌었다. 전화(戰禍)에 휩싸인 조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공항에 줄 서 있는 유대인들의 모습. 그들은 정부의 예비군 소집령에 응해 귀국행 비행기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사진은 1967년, 반세기 넘어 기억 한편에 있던 유대 민족의 모습을 다시 불러냈다.  

여전히 유별나고 진한 그들의 애국심 

1967년의 3차 중동전쟁, 이른바 ‘6일 전쟁’ 때도 그들 유대 민족의 모습은 똑같았다. 

당시는 신생국 이스라엘과 아랍국들 간의 불안한 평화가 이어지던 중이었다. 이집트 대통령 나세르가 티란 해협을 봉쇄, 이스라엘 선박 통과를 금지함으로써 다시 전쟁이 발발했다. 이집트, 요르단, 시리아 연합국과 이스라엘 간의 그 전쟁은 당연히 이스라엘의 패전이 예상됐었다. 병력 규모와 무기에서 이스라엘이 확연하게 열세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이스라엘은 불과 6일 만에 전쟁을 승리로 이끌며 ‘6일 전쟁’ 신화를 남겼다. 이스라엘군은 이집트 비행장 기습 공습으로 기선을 제압하고 시나이반도, 수에즈 운하의 동안, 골란고원 등을 점령함으로써 본래 땅의 거의 6배에 달하는 새로운 땅을 획득했다. ‘애꾸눈 장군’으로 유명해진 모세 다얀과 총참모장 이츠하크 라빈 등 전쟁 영웅도 탄생했다.

그러나 당시 모든 언론은 이스라엘 승리의 영웅으로 그들 장군보다는 이스라엘 국민들을 꼽았다. 외국에서 유학 생활을 하던 젊은이들이 거의 빠짐없이 전쟁터로 달려왔다. 아랍군의 포격에 추락한 이스라엘 전투기 조종사가 만삭의 임산부였다는 뉴스도 나왔다. 당시 이스라엘은 노인과 영아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군인이었다. 이스라엘 인구는 300만 명이 채 못 됐고 이집트는 인구 1억 명에 달하는 대국이었다. 

하마스의 기습 포격으로 시작된 이번 중동전쟁 결과는 아직 예측하기 쉽지 않다. 유대 민족의 애국심과 단결력은 여전하나 아랍권의 각오와 팔레스타인 지원 세력도 만만찮아 보인다. 대대적인 공습을 예고하는 이스라엘에 대해 하마스는 공습해 올 때마다 이미 납치해 온 인질들을 한 명씩 살해하겠다고 위협, 이스라엘군을 곤혹스럽게 하고도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적지 않은 국가가 팔레스타인 편에 서 있다. 
반세기 가량의 평화와 풍요를 누리며 살아온 이스라엘 젊은이들은 부모 세대가 끊임없이 시달려 온 전쟁의 공포를 실감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우리와 직접 관련이 있는 뉴스도 전해졌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워 누아르'라는 군사 전문 블로거는 하마스 대원들의 영상에서 "대원 중 한 명은 북한에서 제작된 'F-7 고폭 파편 로켓'을 가진 것을 볼 수 있다"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주장했다. F-7은 로켓추진유탄(RPG) 발사기로, 북한이 중동 지역에 많이 수출했다고 RFA는 전했다. 

그들과 매우 닮아있는 한국의 오늘은…

그런 북한의 무기 소식이 아니더라도 지구촌 식구 일원인 우리도 중동의 저런 사태에 나 몰라라 할 수 없는 처지다. 더욱이 하마스의 기습 포격 소식을 들으며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게 북한의 미사일이어서 관심은 이내 남북한 문제로 옮겨온다. 

하마스는 그동안 이스라엘의 평화 정책에 호응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기습 포격과 민간인 납치를 위한 기만전술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북한은 이런 기만전술조차 없이 대놓고 미사일을 쏘아대고 천안함을 폭침시키는 등 전쟁 위협을 공공연히 가해오고 있다. 

그에 대응하는 우리 자세는 어떠했는가.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이 아니라고도 했다. 미사일 쏘는 게 우리를 겨냥한 건 아니라는 식의 어정쩡하고 멍청한 태도도 보였다. 보수와 진보로 나뉜 정도가 아니라 조선조 때 사색당파 이상으로 의견이 엇갈리며 국론 통일은커녕 ‘바보들의 동네’ 같은 모습을 보여왔다. 

새삼스럽지만 다시 말할 수밖에 없다. 북한이 저 죽으려고 미국을 겨냥해 미사일을 쏠까? 그렇다고 결국은 자살골이 되고 말 일본을 향해 쏠까. 궁지에 몰릴 때 우리를 향해 쏘기 위한 미사일의 발사 연습이란 건 말하나 마나한, 명백한 정답이다. 

그때 우방의 지원은 즉각 이뤄질 것인가. 바이든이 아무리 친밀감을 표시하고 한·미·일 3국 동맹체제가 최근 꽤 견고해진 것 같아도 그때 돼봐야 안다. 각국의 국내 사정과 타 분쟁지역의 사정 등에 따라 변수가 무수하게 많다. 역사가 그렇게 가르쳤고, 평범한 진리대로 결국은 우리 스스로 힘으로 나라를 지켜야 한다. 

그런 판에 미사일 대응책은커녕 병역면제 혜택이나 늘리자고 소리 높이고 공직자 인사청문회 때마다 병역기피 문제가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게 우리 국회의 현실이다. BTS 멤버들이 입대하겠다는데도 굳이 병역면제 혜택을 주자고 여론몰이하며 국방부를 귀찮게 한 게 휴전국인 대한민국의 국회의원들이다. 조사해 보면 알겠지만 국회의원과 고위 공직자 가족들의 병역기피 사례도 여전히 심하지 않을까 싶다. 

휴전한 지 ‘70년밖에 안 돼서’일까…!  그래서 2000여 년 동안 나라 없이 유럽 중동 러시아 등지를 떠돌며 박해를 받아온 유대 민족만큼 위기감이 없는 것일까?  

국방 문제에 관한 한, 기성세대는 줄곧 갈팡질팡하며 얼떨떨하게 처신해, 젊은이들에게 매우 부실한 유산을 물려주고 있다. 정파를 떠나 지도층은 이제부터라도 대북 관계에서 확실한 스탠스를 취해 국민의 국방 문제에 관한 경각심을 일깨워 주기 바란다. 

김형석(金亨錫) 논설위원은…

연합뉴스 지방1부, 사회부, 경제부, 주간부, 산업부, 전국부, 뉴미디어실 기자를 지냈다. 생활경제부장, 산업부장, 논설위원, 전략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정년퇴직 후 경력으로 △2007년 말 창간한 신설 언론사 아주일보(현 아주경제) 편집총괄 전무 △광고대행사 KGT 회장 △물류회사 물류혁명 수석고문 △시설안전공단 사외이사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사외이사 △중앙언론사 전·현직 경제분야 논설위원 모임 ‘시장경제포럼’ 창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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