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형석 논설위원]

대선을 사흘 앞두고 김만배 씨와 신학림 씨의 육성으로 터져 나온 그 녹취록. 뉴스타파에서 시작돼 여러 방송에서 잇따라 내보냈던 그 실감 나는 육성을 들은 많은 유권자가 어떻게 그 말을 믿지 않을 수 있었을까? 

윤석열 후보 지지자들조차 윤석열 후보의 대장동 사태 일부 ‘연루 사실’을 의심, “(당시에) 우리도 긴가민가했다”라고 말했다. 

“(부산저축은행 사건으로 조사받던 대장동 대출 브로커) 조우형이 나를 찾아왔어. 박영수(변호사)를 소개해 줬어. 내가… ‘혈관’을 다 아니까. (윤석열이) 니가 조우형이야? 그러더래. 그러더니 커피… 얘기 다 들었어. 가 인마! 그래서 사건이 없어졌어”

김만배 씨는 간간이 이재명 후보에 대한 욕과 비난을 섞어 넣는 것도 잊지 않았다. 

책값 1억6500만 원이 결정적

김만배 씨가 차분한 목소리로 설명하는 ‘대장동 사태의 진실’은 매우 설득력이 있었다. 구성도 좋았고 특히 검찰 내부의 분위기 전달이 실감 났다. 그중 백미는 “니가 조우형이야? 얘기 다 들었어 인마, 가봐. 그래서 사건이 없어졌어”

이게 현재 검찰이 보는 대로 순수한 각본이라면 김 씨는 기자가 아니라 작가로 나섰어야 할 사람이다. 이제 다 밝혀진 대로 그의 유일한 실수는 신학림 씨에게 1억6500만 원의 ‘책값’을 준 것이다. 그러나 구속 만기로 7일 새벽 풀려난 김 씨는 “예술적 작품으로 치면 그 정도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그 책을 산 것”이라고 여전히 강변했다.

검찰은 지난 6일 김만배 씨의 주거지와 화천대유 사무실 등 3곳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관련 자료를 압수했다. 신 씨에게 1억6500만원을 지급하고 허위 인터뷰를 보도하게 했다는 혐의다. 신 씨도 곧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과 대통령실의 발표 이후에 '尹이 수사 무마' 의혹 제기했던  JTBC가 가장 먼저 6일 ‘왜곡 보도 사과’ 방송을 내보냈다. JTBC는 기사를 쓴 기자가 2021년 10월 조우형 씨를 직접 만나 윤석열 검사를 만난 일이 없다는 얘기를 듣고도 조 씨의 발언을 기사에 담지 않았다고 밝히면서 “자체적으로 검증한 결과 이 보도는 중요한 진술 누락과 일부 왜곡이 있었다”라고 인정했다.

섣부른 정치 쟁점화, 또 논점 흐린다

국민의힘은 이를 “대선 공작 게이트”라며 “더불어민주당이 그 배후인지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기현 대표는 “민주당은 과거 김대업 병풍 선거 조작 사건, 드루킹 선거 조작 사건, 울산시장 선거 조작 사건 등의 몸통으로, ‘선거 조작 전문당’의 역할을 해왔다”라며 “(이번 인터뷰의) 배후에 민주당이 있는지도 철저하게 수사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생각 없이 너무 앞서 나갔다. 물타기와 논점 흐리기가 바로 뒤따를 것이다. 

당장 이재명 대표는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난 대선 때 장영하 변호사가 이 대표의 ‘조폭 연루설’을 제기하고,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이 돈다발 사진을 공개했던 사건을 언급했다. 이 대표는 “적반하장, 후안무치”라며 역공에 나섰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국민의힘에서 국면 전환용 카드로 쓰려고 프레임을 전환하는 것”이라면서 오는 12월 국회 본회의 상정이 예정된 ‘쌍특검’(대장동 50억 클럽 특검·김건희 여사 특검) 법안 통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세월이 흘러 12월이 되면 김만배, 신학림의 인터뷰 및 관련 보도 내용들은 그사이에 생겨날 온갖 정치 쟁점들과 가짜뉴스 등으로 인해 사안 자체가 흐릿해지고 유야무야 되기 십상이다. 

수사를 통해 먼저 김만배의 가짜 뉴스 생산 여부, 대선 직전의 해당 기사 유포 이유가 철저하고 명백하게 밝혀져야 한다. 가짜뉴스의 위험은 우리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상태에 이른 중이다. 

인공지능(AI)으로 만든 가짜뉴스 세계를 위협 중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지난 7월 “AI가 가짜 뉴스와 잘못된 정보를 대량으로 유포시켜 선거와 민주주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할 정도가 됐다.

지난 2일(현지 시각) 한 유튜브에 공화당 유력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집무실에서 “대선 경선을 포기하겠다”라고 선언하는 영상이 올라왔다. 그러나 이는 AI로 만든 가짜 영상이었다고 외신은 전한다. 지난 3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경찰에 체포되는 장면, 5월 미 국방부 화재에 휩싸인 모습 등 AI 가짜 콘텐츠는 유포될 때마다 큰 사회적 파장을 몰고 오며 관련 정치인의 지지율이 급변하는 일이 반복됐다. 사람들이 AI 콘텐츠를 의심하지 않고 일단 믿는다는 증거다.

AI를 활용해 문건, 목소리, 비디오까지 가짜 콘텐츠를 손쉽게 생성하고 유통할 수 있게 되면서 선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김만배 씨 인터뷰 기사를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다. AI에 의한 여론 조작과 선동에 전 세계 정치권과 유권자들이 무방비로 노출된 것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가짜뉴스 생산에 둘째가라면 서러운 한국에서 최우선으로 가짜뉴스 척결에 앞장서야 할 이유다. 

“몸통, 여전히 긴가민가하다”…이 대표가 검찰과 다툴 차례 

김만배의 가짜뉴스가 밝혀져 ‘윤석열 검사’의 누명은 뒤늦게라도 벗겨진 셈이 됐다. 그러나 그 역시 ‘온전히 믿을 게 되나?’ 하고 의심을 풀지 않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국민들이  “대장동의 진짜 몸통이 누구였나” 라며 다시 흔들린다면….

그러니 이제는 이재명 대표의 차례다. 그의 말에 의하면 ‘드러난 확실한 증거 하나도 없이 유동규 남욱 씨 등의 증언에 의해서만’ 검찰이 사건을 몰고 가는 중 아닌가.  

대장동 사건은 이제 모든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국가 중대사 중의 하나로 부상됐으니, 검찰의 일방 발표만으로 진실이 덮어질 수는 없게 됐다. 

이 대표가 당장이라도 단식을 풀고 검찰과 겨뤄 만천하에 진실을 드러내야 할 때가 됐다.

김형석(金亨錫) 논설위원은…

연합뉴스 지방1부, 사회부, 경제부, 주간부, 산업부, 전국부, 뉴미디어실 기자를 지냈다. 생활경제부장, 산업부장, 논설위원, 전략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정년퇴직 후 경력으로 △2007년 말 창간한 신설 언론사 아주일보(현 아주경제) 편집총괄 전무 △광고대행사 KGT 회장 △물류회사 물류혁명 수석고문 △시설안전공단 사외이사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사외이사 △중앙언론사 전·현직 경제분야 논설위원 모임 ‘시장경제포럼’ 창설 등이 있다.